결국 그는 효과가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약으로 보이는 이 약이라도 믿고 의지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다면 속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게 여러 번 의심스러운 약을 비싸게 사들였을 리가 없으니까.
"얼마예요?"
"금화 5닢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시제품입니다. 금화 3닢으로 해두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화제를 돌렸다.
"괜찮으시다면, 아가씨께서 베리난병에 감염된 경위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그걸 듣고 어떻게 할 생각이야?"
"벨리난병은 이름 그대로 마수인 벨리난의 피를 매개로 감염됩니다. 거꾸로 말하면 벨리난의 피를 마시거나 묻히지 않는 한 감염되지 않는 것이죠. 그리고 벨리난은 브랜스턴 왕국 영토 내에는 서식하지 않습니다."
즉, 누군가가 고의로 그녀를 감염시켰다는 의심이 든다. 이그니스 폐하의 말에 따른다면.
"...... 모르겠다."
"모른다고요?"
"나는 일 때문에 가정을 잘 돌보지 못했고, 그 때문에 아내와도 헤어지게 되었어. 하인으로부터 그 아이가 아프다는 말을 들었을 때에도 의사에게 진찰을 받으면 금방 낫겠지 하고 미뤄뒀지. 그 결과가 바로 이것이다."
"아가씨도 짐작되는 바가 없다는 뜻인가요?"
"그래. 그 아이는 부모 몰래 해외여행을 갈 만한 아이가 아니야. 왜 그 어린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베리난병 등에 감염되었는지는 나도, 그 아이 자신도 알 수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그녀에게 피가 섞인 음식이나 과자라도 먹였을 것 같네요"
"...... 하지만 도대체 누가? 그 아이는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아이가 아니야. 자신도 난치병에 걸렸는데도 이런 어리석은 아버지를 걱정해 줄 정도로 착한 아이인데."
"글세요? 그것까지는. 단지 예쁘니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거나 귀여우니까 싫다거나, 혹은 차였다며 원한을 품고 있다거나 하는 이야기는 세상에 널려 있습니다."
애초에 가정을 돌보지 않는 아버지가 딸을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것은 생각만 했지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부모 앞에서는 착하게 굴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가씨들 사이에서는 흔한 이야기다.
"하루 세 번. 아침, 점심, 저녁 식사 후 1티스푼을 물이나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십니다. 회복되기 전에 약이 다 떨어지면 다시 연락해 주세요.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금화 3개를 받은 우리는 에그스 저택을 떠났다.
"괜찮으십니까, 젊은 사장님, 그런 말을 하시다니! 만약 약효가 없으면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른다고요!"
"그때는 그때야, 루바브 씨. 아무리 회사 비밀이라지만, 사전에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서 미안."
"정말 그렇습니다! 간담이 서늘해졌지 뭡니까!"
한숨을 내쉬는 장년의 말 수인을 태운 마차가 덜컹거리며 달린다. 하늘은 아직 푸르지만, 왕도에 도착할 때쯤이면 붉게 물들 것이다.
"...... 젊은 사장님. 제게는 아직 어린 손녀가 있습니다."
"알아요. 앨리스였지?"
"...... 잘 아시는군요. 그래서 저는 베네딕트 씨의 마음을 아프도록 잘 압니다. 만약 ...... 만약에요? 그 약이 혹시라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에그스 씨의 딸이 죽게 된다면 ...... 저는 당신을 경멸할지도 모릅니다."
"그러지 않기를 바라야지. 아가씨를 위해서라도 말이야."
왕도에는 별다른 문제없이 도착했다. 골드 상회에서 루바브 씨와 헤어지고서, 나와 올리브는 골드 저택으로 돌아갔다.
"도련님, 오늘의 그것은 대체 뭐였지?"
"응?"
"갑자기 일하러 가기 전에 몬스터 사냥을 하러 간다고 한 것도 모자라, 그 몬스터의 장기로 잼을 만들고, 더군다나 그것을 우연히 원하는 손님에게 가져다주는 등, 이야기가 너무 지나치다. 마치 예지몽이라도 꾼 듯이 행동하더군."
"아, 그거. 내일 알려줄게. 내일이 된다면."
"그래. 그럼 내일 보자."
"그래, 내일 봐."
그러고 보니 이번엔 할 일이 많아서 모두에게 하루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것을 깜빡했구나. 뭐, 괜찮아. 만약 다시 시작하게 되면 설명도 하지 않은 것이 되어버려서 별 의미도 없고.
과연 올까, 내일. 이제 슬슬 왔으면 좋겠어, 내일.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일은 왔다.
◆◇◆◇◆
"...... 안녕 셰리, 오늘의 날짜와 현재 시간을 알려줘요. 이 세상의 시계와 여신 시계 모두로."
"좋은 아침입니다, 도련님. 오늘은 8월 12일 금요일, 현재 시간은 오전 7시 4분입니다. 여신 시계는 8월 25일 금요일, 7시 4분을 가리키고 있군요."
"셔러업~!!! 좋아!!! 조오아!!! 왔다아!!!"
"......그 모양새로 보니, 또 무슨 문제에 휘말리신 겁니까?"
"맞아!!! 아니, 그래도 해결했으니까 괜찮아!!! 하~!!! 피곤하다아~!!!"
기쁨에 겨워 혼신의 힘을 다한 승리포즈 연타 후 침대에 누워있는 나. 굉장한 해방감과 충만감. 해냈어 나는!!! 드디어 악마의 8월 11일을 탈출할 수 있었어~! 잘했다~! 미라 아가씨가 어떻게 되었는지 등의 여러 의문은 있지만, 지금은 최선을 다해 내일이 왔다는 기쁨을 맛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