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5부 310화 세계수라고 하면 그 수호자(1)
    2023년 04월 13일 15시 23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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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이번엔 세계수에 간다지?"

    "예."

    "그런데도 나를 초대하지 않다니, 섭섭지 않는가? 귀여운 제자에게 외면당하니 슬프구먼! 흑흑흑흑!"

    "예??"

     그대로 직행해도 좋았겠지만, 여기는 모험가답게 제대로 사전 준비와 정보 수집을 하고 가자! 그래서 이번 주는 여름방학 특별 로테이션으로 버질은 세계수 공략이 끝날 때까지 내 호위 당번을 맡기로 했다. 그 대신 나중에 대체 휴가를 받기로 했지만. 왕도로 돌아와서 분담하여 이것저것 모험을 준비하고 있는데, 이례적으로 멀린 아쿠아 교장선생님이 부르셨다.

     한여름임에도 개더워 보이는 마법사 로브를 입으며 시원한 표정을 짓고 있는 할아버지와 교장의 자택인 호화 저택에서 차와 양갱을 먹으며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다. 아주 연기하는 투의 거짓울음을 하는 것도 그가 하면 그럴듯한 것이 할아버지 매직이라는 건가. 마술이라기보다는 사기에 가까운 쪽의.

    "교장선생님과 세계수에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길래요?"

    "오, 모르는고? 세계수의 산기슭에 펼쳐진 수사이드 수해에는, 세계수의 수호자인 엘프들이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살고 있단다."

    "그래요?"

     그러고 보니 내가 수집한 것은 오로지 세계수에 관한 정보만 수집했을 뿐, 그 주변의 수해에 관해서는 특별히 아무것도 조사하지 않았구나. 어차피 스승님의 등에 올라타고 수해 위를 날아 세계수의 기슭에서 출발하는, 3부 능선쯤에 있는 주차장까지 차를 타고 가서 거기서부터 오르기 시작하는 등산 같은 것을 흉내 낼 생각이었기 때문에 잊고 있었거든.

    "일반적인 엘프에게 세계수는 절대적으로 신성불가침한 신앙의 대상. 그대가 그 세계수에 올라간다고 하시면 ...... 나도 꼭 한번 가보고 싶구나!"

    "어이!"

     욕망으로 철철 넘쳐흐르잖아 이 할아버지! 아니, 괴짜라는 것이야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어쨌든 마법사 길드의 명예회장으로서 무속성 마법 연구에도 열심이고, 뒤에서 내 뒷바라지를 해준 사람이다. 윤리의식은 그냥 날려버린 박사님과는 달리, 이쪽은 제멋대로 뺏다 넣었다 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더 골치 아픈 사람이다.

    "시러시러! 나도 저 세계수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어라? 그렇게 신경 쓰시면서 여태껏 가보신 적 없으세요? 의외네."

    "음, 그래도 일단은 세상의 이치를 지키는 현자이기 때문이지. 솔선수범해서 안녕과 질서를 깨뜨리는 일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게다. 하지만! 그대가 모험가로서 정면으로 당당하게 뛰어든다면, 거기에 편승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 하인츠는 괜찮고 나는 안 된다고는 하지 않았지? 응? 응?"

    "아뇨, 괜찮아요. 오히려 항상 은둔자 같은 분위기를 풍기던 당신이 웬일로 그렇게까지 열심히 부탁해 왔는데 안 된다고 한다면, 괴롭히는 거나 마찬가지니까요."

    "야호!!! 엣헴, 연륜에 걸맞지 않게 정신이 팔려서 미안하구먼. 훠훠훠, 고맙구나, 내 사랑스러운 제자야."

    "지금 와서 점잖은 척해도 너무 늦었는데요??"

     요즘 다들 나이답지 않게 너무 철부지 없는 느낌 아냐? 괜찮아?? 여름의 더위가 그렇게 만드는 것일까?

    "그게 다 네 영향인 게다."

    "예?? 이제 와서 제 탓이라고요??"

    "그게 아니라."

     얼음이 떠 있는 차를 한잔 더 받으면서, 빙그레 웃는 원장이 고사목 같은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육체는 늙었지만 그 손을 감싸고 있는 엘레멘트는 싱싱하고도 윤택하다.

    "그대라는 파격적이고 제멋대로인 청년이 폭풍처럼 종횡무진으로 세상을 누비며 세상의 비밀을 밝혀내고, 때로는 변화와 진보를 촉구하지. 정체되고 지친 자, 늙고 성숙하여 인생의 앞날을 어느 정도 가늠한 자, 혹은 목마른 자에게 그대만큼 기분 좋은 자극은 없는 걸세."

     뭔가 감이 오지 않는가? 라는 질문에, 없지는 않다면서 입술에 손을 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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