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4부 304화 오후의 허브티(2)
    2023년 04월 12일 20시 21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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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

    "...... 네, 그래요."

    "그럼 다행이다. 갑자기 이상한 걸 물어봐서 미안."

    "아뇨, 괜찮아요"

     서로가 조금 쑥스러워진 탓인지, 말없이 미지근해진 허브티를 마시는 우리들. 어쨌든 로리에가 싫어서 나와 어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좋은 의도로 한 일이 큰 역효과가 난다면 서로 불행한 일이니까.

    "실례, 저는 잠시 화장 좀 고치고 오겠습니다."

    "응."

     시간이 없어진 건지, 아니면 정말 갑자기 소변이 마려운 건지, 빈 컵을 물병 옆에 놓고 발걸음을 재촉해 공중화장실로 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배웅한다.

    "정말 평화로워.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응!? 이 꼬맹이가⁉"

     로리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마자 근처 덤불에 숨어있던 나쁜 녀석 같은 남자가 달려와 벤치 뒤에서 내 머리에 마대자루를 씌우려고 덤벼드는 바람에, 일단 마시려는 허브티를 눈에 뿌려 기선을 제압해 버린다. 뭐야, 모처럼의 여운을 망쳐버렸잖아?

    "큭!"
     
     나는 로리에가 사용한 컵과 내가 사용한 컵을 겹쳐서 물병 뚜껑을 닫고, 그대로 물병 바닥을 휘둘러 불심검문자의 옆구리를 후려쳐서 때려눕혔다. 눈에 민트차가 들어가서 고통스러워하는 차에 날린 일격은 꽤나 강렬하게 먹혔을 것이다. 역시 로리에가 사용하는 물병이다. 흉기 적성까지 완벽하다.

    "소란 피우지 마! 죽여버린다!"


    "목숨이 아까우면 조용히 있어!"

    "아니, 소란을 피우는 건 너희들인데?"

     납치범으로 보이는 사람이 반격을 당한 것을 본 것인지, 거칠고 험상궂게 생긴 남자들이 우르르 등장한다. 근처 벤치에 앉아 있던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것을 시작으로 엄마들은 아이를 안고 도망치고, 호기심에 찬 구경꾼들은 멀리서 무슨 일인가 하고 우리를 쳐다본다.

    "네, 유감입니다."
     
     일단 핑거 스냅을 트리거로 하여 수면 마법을 건다. 의식을 잃고 쓰러져 가는 수상한 사람들. 지금쯤은 내 납치에 성공해 기뻐하는 꿈이라도 꾸고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3번째 습격이 일어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도련님! 무사하신가요!"

    "응. 그쪽은 괜찮아?"


    "네! 저 사람들,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내 바로 옆에서 전이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코와 입, 양팔과 양다리가 얼어붙어 기절해 있는 평범한 주부 같은 여자 두 명의 목덜미를 잡아끌어 끌고 나온 로리에가 튀어나온다. 순간 뭐지 하고 생각되는 구도지만, 자세히 보면 의식을 잃은 두 여자는 모두 손에 무기를 든 채 얼어붙어 있다.

    "실례, 제가 주제에 걸맞지 않게 과한 대처를 하고 말았습니다. 모처럼의 휴가를 방해받아 손속이 과해진 것일까요?"

    "흔히 있는 일이지."

     전이문의 행선지를 바꿔 골드 저택의 지하실에 있는 고문실로 연결해 주고서, 두 사람은 둘씩 짝을 지어 쓰러져 있는 남녀를 그 안으로 던져 넣었다. 아, 불쌍하게도. 돈으로 고용된 건가, 아니면 원한이 얽혀 있는 건가? 다른 목적이 있어서 나를 납치하려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느 쪽이든 평소에는 잘 화를 내지 않는 로리에의 분노를 샀으니 그냥 끝나지는 않을 거다.

    "돌아갈까요, 도련님?"

    "아, 응, 그럴까. 저택에서 대기 중인 올리브에게 맡기는 방법도 있지만..."

    "아니요. 모처럼의 휴일을 망쳐놓으셨으니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하겠습니다. 울트라 바이올렛 잔당들의 보복 행위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으니까요. 그래요, 그건 모조리 죄다 토해내게 해야 합니다. 정직해질 때까지요."

    "히익."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녀석들은 단지 돈을 노리고 골드 상회의 도련님을 납치하려던 건달이었다고 한다. 호위도 없이 하녀를 혼자 데리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노렸다고 한다.

     역시 크레슨 같은, 일반인 눈에도 한눈에 '위험하다'고 알 수 있는 호위병을 옆에 데리고 다니는 것이 중요하구나, 다음부터는 3명으로 외출하는 것이 안전할 것 같다고 슬쩍 말했더니, 올리브와 버질이 뭐라고 말할 수 없는 미묘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왜일까.


     34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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