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4부 293화 크레슨과 돈가스덮밥2023년 04월 11일 15시 48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아침 햇살이 눈에 스며든다거나, 태양이 노랗다거나. 외박을 하고 온다면 그런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지만, 크레슨에 한해서만큼은 그런 경험을 한 기억이 없다. 어쨌든 강인하다. 키 240cm, 몸무게 150kg이 넘는 거구의 근육질이다.
바위도 부술 수 있는 강인한 팔, 무궁무진하다고 착각할 정도로 바닥이 없는 체력. 타고난 강건함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사 3명이 모여도 정면 승부를 펼칠 수 없고, 창부 3명이 모여도 하룻밤 내내 상대하기에는 다소 힘든 강인함. 살아있는 중전차, 걸어 다니는 규격 외, 골드 상회의 언터처블한 맹수. 바로 이 사람이다.
"감사합니다~!"
그 산처럼 웅장한 남자의 뒷모습을 배웅하는 창관의 사환의 눈빛에는, '같은 인간으로서 존경심을 금할 수 없다! '라는 말할 것 같은 눈빛이 담겨 있다. 크고(몸뚱이 얘기다), 강하고(몸뚱이 얘기 d), 돈도 많고, 밤에도 용맹하다. 어느 날개 달린 흑사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생물학적 수컷의 정점에 서 있을 것 같은 그 거구(巨躯)를 기분 좋게 흔들어대며 크레슨이 아침 일찍 향한 곳은, 바로 백반집이다.
먹고, 자고, 하고, 싸우는 것은 크레슨의 4대 욕구다. 출근 전 아침을 먹으려는 노동자로 북적이는 도심의 한 식당 한 구석. 작은 테이블과 의자에 비좁게 앉아 주변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우리에 갇힌 맹수 같다.
"예! 돈가스덮밥 곱빼기 3그릇과 소스돈가스덮밥 2그릇, 돈지루 3그릇!"
"오오"
아침의 백반집은 전쟁터다. 그런 전쟁터에 뛰어든 이 굶주린 맹수는 가게에 따라서는 귀찮은 손님일 수도 있지만, 이 정식집에서는 단골손님이다. 다른 가게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우리 가게는 돈을 가장 많이 쓰는 손님이 가장 위대하다는 신조를 가진 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이 가게는 크레슨이 꽤 좋아하는 곳이다. 밥도 맛있고, 대량으로 주문해도 싫은 표정을 짓지 않는다.
"아, 잘 먹겠습니다"
짝! 하고 호크의 머리보다 큰 양손을 맞잡고서, 4인용 테이블 위에 빼곡히 놓인 돈가스덮밥과 돈지루를 맛있게 먹기 시작하는 크레슨. 바삭바삭한 돈가스를 감싸고 있는 반숙의 달걀노른자. 달걀흰자의 하얀색에 비치는 초록색 쑥갓의 풍미가 적당한 악센트를 준다.
그는 덮밥을 좋아한다. 소고기덮밥, 돈가스덮밥, 튀김덮밥, 돼지덮밥, 닭고기덮밥에 중화덮밥까지. 극동의 섬나라 쟈파존 출신인 그에게 쌀은 어린 시절부터 친숙한 식재료다. 주먹밥도 볶음밥도, 오므라이스도 라이스버거도. 리조또도, 도리아도, 고양이 사료도 모두 좋아한다. 맛이 밍밍한 죽은 별로지만.
산다는 것은 먹는 것이다. 잘 먹고, 먹은 만큼 잘 움직인다. 배고파서 먹는 밥만큼 맛있는 게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내일 죽어도 후회하지 않도록 오늘이라는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야 한다. 하루하루 그 쌓임, 그 반복으로 누구보다 단순하게, 누구보다 파워풀하게 살아간다.
"저, 저기! 크레슨 씨! 시원한 음료수 한 잔 드실래요?"
"어! 주전자 채로 줘!"
"아, 네!"
그런 크레슨에게 다가온 것은 가게 주인 부부의 외동딸이자 이 가게의 간판녀인 레인이었다. 밤색 포니테일과 하늘색 앞치마가 트레이드마크인 15세 소녀는, 미인은 아니지만 매력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가서기만 해도 주눅이 들 것 같은 강인한 얼굴의 거물급 상대와도 거침없이 대하는 담력은 대단하다.
"뭐야? 아직 볼일 있어?"
"아니, 아니요! 편히 드세요!"
자신이 밥을 먹는 모습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는 간판녀를 의아한 표정으로 내려다보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주방으로 도망쳐 버렸다. 이를 지켜보던 주변 손님들은 정말 둔하다며 혀를 차는 사람, 그게 좋다고 웃는 사람,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는 사람, 왜 레인이 저런 녀석에게! 라며 질투하는 사람 등 다양했다.
그렇다, 누가 봐도 그녀는 크레슨에게 푹 빠졌다. 하지만 너무 노골적으로 노골적인 호의를 베푸는 당사자만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출근하기 싫어서 시간까지 가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누군가가 냉소적으로 중얼거린다. 그렇다고 해서 크레슨이 무심하거나 무감각한 것은 아니다.
다만 그에게 연애란 좋아하면 좋아한다고 말하면 되는 것. 그래서 그녀가 자신에게 묘하게 뜨거운 눈빛을 보내는 것을 눈치챘지만, 그것이 순진한 여자의 마음이라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 것뿐이다.
어차피 자신은 마흔 살의 아저씨. 상대는 15살짜리 꼬맹이. 인간 꼬마들은 다 잘생긴 남자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설마 자신이 육체적인 관계도 없는, 가끔 가게에서 말을 거는 정도의 사이인 순정녀에게 사랑받고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잘 먹었어!"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크레슨 씨, 조심하세요!"
"조심하라니, 뭐를?"
"음...... 사고 나지 않도록이요!"
"? 어."
가게 주인 부부와 간판녀의 배웅을 받으며, 계산을 마친 크레슨은 가게를 나간다. 오늘은 분명 저택의 당번이 있는 날이었을 것이다. 시간까지 돌아가지 않으면 저 시끄러운 올리브와 로리에, 예의범절에 까다로운 카가치히코 할아버지에게 꾸중을 들을 것이다.
성욕과 수면욕과 식욕은 충분히 채웠다. 이제 남은 것은 비축한 에너지를 이용해 최선을 다해 집을 보는 것뿐이다. 놀 때도 일할 때도, 아침, 점심, 저녁도 온몸을 다 바쳐서 최선을 다한다. 그것이 바로 크레슨이라는 남자의 삶의 방식이다.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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