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4부 292화 올리브와 오믈렛 샌드위치
    2023년 04월 11일 15시 06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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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멋지군."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느 휴일. 미리 약속한 휴일을 맞은 올리브와 로리에는 이례적으로 둘이서 외출을 했다. 목적은 제도에 있는 군 사격장이다. 함께 호크의 심복이라고 자부하는 자들끼리, 혹은 총기를 다루는 자들끼리. 이렇게 가끔 쉬는 날이면 실력을 겨룬다는...... 명목으로, 이그니스 폐하한테서 받은 허가증으로 사격장에 놀러 오는 것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제국제 최신식 총을 조건부이지만 마음껏 쏠 수 있다는 것도 즐겁고, 무엇보다도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경쟁심이 생긴다. 혼자 와서 혼자 총을 쏘는 것도 스트레스 해소는 되지만, 거기에 또 다른 즐거움이 더해지면 더욱 좋다. 그것이 두 사람의 공통된 견해였다.

     요컨대 '친구? 뭐야, 그거 맛있어? '라는 생각으로 고독한 삶을 살아온 두 사람에겐 서로가 처음으로 맺은 취미의 친구, 말하자면 총 친구였다.

    "흠. 지난번보다 반동이 더 커지긴 했지만, 살상력이 더 높아진 것인가."

    "하지만 이것으로는 계속 조준하는 데 적합하지 않아요. 다수를 상대로 대충 솎아내는 데는 적합할지도 모르지만....."

     신청하고 허가만 받으면 원하는 총을 공짜로 마음껏 쏠 수 있는 대신, 제국의 기술자들을 상대로 이런저런 의견을 말하면서 데이터 수집에 협조하는 한편, 두 사람은 흙 속성이나 금속성 마법으로 만들어진 움직이는 표적, 움직이지 않는 표적, 공격해 오는 표적 등을 차례로 총으로 쏘아간다.

     둘 다 맨손의 암살이나 칼을 이용한 근접전도 능숙하게 소화하는 두 사람이지만, 역시 총이 성미에 맞는 모양인지 두 사람 모두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미세한 수준에서 즐거워하는 표정을 짓는다.

    "역시 제국의 기술은 월등히 높군."

    "맞아요. 이그니스 님이 오크우드 님과 결탁한 이후부터 다른 나라와의 기술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중이네요."

    "위험한 조짐이긴 하지만"

    "하지만 저희들이 알아야 할 일은 아니니까요"

    "너는 그렇게 생각하나?"

    "올리브 님께서는 그렇지 않다는?"

    "......글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아침부터 총을 마음껏 쏘아대어 후련해진 두 사람은 사격장에 병설된 제국기술연구소의 연구소 내에 있는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9층짜리 현대식 건물의 최상층에 설치된 고급 레스토랑 같은 고급스러운 구내식당에서 제국령의 풍요로운 자연을 바라보며 즐기는 점심은, 머리를 많이 쓰는 기술자나 연구원들에게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는 휴식 시간이다.

     올리브는 오믈렛 샌드위치와 속이 꽉 찬 미네스트로네를. 로리에는 구운 고등어 샌드위치와 푸짐한 클램 차우더를. 고급 식빵 사이에 끼워진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노란 오믈렛. 또는 짭조름하고 신선한 고등어구이를 먹으며 두 사람은 우아하게 조금 늦은 점심을 먹는다.

     '좋은 일은 좋은 식사로부터'를 모토로 삼는 이곳의 소장과, 어차피 먹을 거면 맛있는 것을 먹었으면 한다는 이그니스 폐하의 뜻에 따라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일류 셰프가 만든 세련되고 세련된 점심은 사식으로 보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한 일품이다.

    '......'

     오믈렛 샌드위치 하니, 예전에 약혼자였던 안젤라를 떠올리게 된다. 올리브가 아직 일개 병사였던 시절. 그녀가 수녀였던 시절. 두 사람은 휴일이 되면 종종 동네 공원에서 데이트를 하고는 했다.

     작은 분수대, 어린이용 놀이기구. 몇 개 설치된 페인트가 벗겨진 벤치. 동네 아이들이 놀러 오거나 가족들이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피크닉을 즐기는 그런 작은 공원에서 그저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그때 안젤라가 만들어 준 것이 바로 소박한 샌드위치다.

     청빈을 모토로 하는 교회에서 큰 사치를 부릴 수는 없지만, 당시 올리브가 매달 기부하던 소액의 기부금에서 그렇게 도시락 비용을 마련할 정도로 융통성을 발휘한 것 같았다. 그녀가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만들어 주었다는 샌드위치 맛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빵은 더 얇고 딱딱했고, 오믈렛도 얇게 구워져 양념이 덜 된 것이었지만, 군대 생활을 했던 올리브에게는 그 정도의 소박함이 어깨의 힘을 빼기에 딱 좋았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해 일부러 일찍 일어나서 만들어준 손맛이 무엇보다 기뻤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먹느냐가 훨씬 더 중요했던 것이다. 사랑이란 그런 것일까.

    "...... 올리브 님?"

    "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로리에의 걱정스러운 눈빛을 알아차린 올리브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토마토 수프 바닥에 가라앉은 콩을 숟가락으로 저으며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총은 좋아한다. 총을 쏘는 것도. 하지만 전쟁은 싫다. 최전방을 경험해 본 군인으로서 그보다 더 비참하고 끔찍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 총은 전쟁의 도구이고, 적을 쏘아 죽이는 무기이고, 적의, 때로는 아군의 목숨을 앗아가는 흉기다.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그런 존재다. 평화를 위한 폭력 장치. 상대방을 평화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서는 먼저 상대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무력이 필수불가결하다는 것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남의 일로 끝내면 되는가. 남의 일로 끝나도 되는가. 남의 일로 끝내면 되는가. 생각의 루틴이 빙글빙글 돌고 돌다가 결국 숨이 막힌다.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생각하고 시도하는 것을 멈출 수 없는 것도 인간의 본성이다.

    "정말 괜찮다.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

    "아뇨, 마음은 이해합니다."

     성도 벨리즈에 손을 대면 호크, 그리고 그 뒤에 버티고 있는 올리브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는 현 상황에서 이그니스 폐하가 성도 베리즈를 침공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격화되면 언젠가 어딘가에서 불씨가 터져 그 불똥이 성도 베리즈와 브랜스턴 왕국에 떨어질 가능성은 결코 제로가 아니다.

     전쟁은 마법도, 의학도, 과학도, 화학도, 기술도, 모든 것을 발전시킨다. 올리브 한 사람이 걱정한다고 해서 가속화되는 시대의 큰 물결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럴수록 필요한 것은 역시 지키고 싶은 것을 지킬 수 있는 힘이다. 설령 그것이 치트라 할지라도.

    "어때요, 식사 끝나면 과자가게에라도 갈까?"

    "괜찮겠어요?"

    "그래. 모처럼 제국까지 왔으니까. 아, 도련님한테 줄 선물도 사고 싶고."

    "그렇군요."

     예전에는 전장보다 살아서 돌아가는 것이 가장 큰 선물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올리브는 입에서 흘러나올 것 같은 한숨을 카푸치노로 닦아내며 미소를 지었다. 세상이 평화로웠으면 좋겠다. 아무도 울지 않는, 미소와 웃음이 넘쳐나는 세상이었으면 좋겠다.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올리브는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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