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2부 274화 가네다 야스타카의 흔들림2023년 04월 08일 02시 44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그래서, 우리가 원인을 밝혀야 한다고?"
"아니. 내가 거기까지 관여할 명분은 없어. 다행히도 저쪽도 정화하는데 동의해 주었으니 다행이지만."
밤의 학원이라는 것은 조금 무섭다. 하지만 유령 따위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때려눕힐 수 있는 든든한 호위가 옆에 있으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이름도 모르는 자살한 선배의 유령은, 자신이 지박령이 된 이유를 꼭 알고 싶다! 라고 고집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분명 무슨 문제가 있을 거라며 순순히 정화의 마법을 걸고 성불하는 것에 동의해 주었다.
◆◇◆◇◆
[그야, 나는 이미 죽었는걸. 이제 와서 미련이 남는다고 해도, 그게 뭔지 알았다고 해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면 차라리 안 본 걸로 하는 게 제일 건설적이지 않겠어? 설마 죽지 않았다던가, 다시 살아나고 싶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이야말로 불행한 일이고]
[그건 그래]
[잘 있어, 재미있는 후배 군. 마지막에 너랑 만날 수 있었던 것도 분명 어떤 인연이었을 거라 생각해. 나를 잊을 때까지 잊지 말아 줘!]
[잘 가세요, 독특한 선배님. 예, 잊을 때까지 잊지 않을게요]
내가 정화의 마법을 걸어주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승천했다.
◆◇◆◇◆
"나로서는 수고를 덜어줘서 다행이었지만."
"흐음. 신경 쓰이지 않아? 그 이유라는 거."
"안 쓰인다고나 할까~ 왜냐면, 왠지 모르겠지만 알겠거든, 나로서는."
"뭐? 뭔데, 가르쳐 달라고."
흥미진진하다는 느낌으로, 크레슨이 앞을 걷는 내 목덜미를 잡고 살짝 들어 올린다.
"특이하네, 크레슨이 이런 주제에 관심을 보이는 건..."
"뭐야!!! 그 여자가 어떤 녀석이길래 너한테 그런 표정을 짓게 했는지 궁금해 죽겠다고!"
"나, 그렇게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어?"
"자각이 없다는 게 또 문제구만."
크레슨이 굵은 손가락으로 내 뺨을 잡아당긴다.
"그래서? 왜 그 여자는 이 세상에 집착하고 있었던 건데?"
"집착이 아니라, 걸려있었어. 뒷머리가."
"그럼 미련이 있었다는 말이잖아?"
"그 미련이 구체적인 것은 아니었던 것 같아. 그냥 막연하게, 왠지 모르게, 좀 아깝지 않았을지도, 하는 느낌이라서."
"뭐야, 그게?"
"뭐,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당연한 감정이라고 생각해"
예를 들어, 케이크를 다 먹고 난 후의 허전함.
새빨간 딸기에 이끌려 직접 고른 쇼트케이크가 너무 맛있고, 먹는 동안은 행복하고 만족스러웠지만, 막상 다 먹고 나서 텅 빈 접시를 내려다보니 왠지 모를 허전함이 느껴지는 그런 느낌.
만약 거기서 초콜릿 케이크를 골랐다면. 혹은 치즈 케이크였다면. 몽블랑을 먹었다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미래가 기다리고 있지 않았을까. 그런 사소하고도 욕심 많은 미련. 어쩌면, 혹시나 라며. 선택하지 못한 미래, 선택하지 못한 만약의 가능성을 떠올리는 것은 분명 우리가 너무 욕심 많은 인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새빨간 딸기를, 하얀 크림으로 장식된 푹신한 스펀지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물었을 때의 행복감을 충분히 만끽한 만족감이 있어야만 생기는 것이니, 정말 욕심이란 게 참 나쁜 거다.
"그녀는 자신의 의지로 죽음을 선택했지. 하지만 만약 그녀가 자살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자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람들은 정말 내 죽음을 아껴주고 애도해 줬을까? 그런 식으로 신경 쓰는 예민하고 귀찮은 사람도 세상에는 있나 봐."
"호오. 그거 참 귀찮은 성격이네."
"그렇지? 아주 귀찮은 거야. 그러니 너희들은 이해할 수 없는 바보의 헛소리, 혹은 망언이라고 웃어넘기며 잘라버리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해."
내가 왜, 조금이라도 그녀에게 끌린 걸까. 여유롭게 웃는 그녀의 미소가 조금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일까. 그것은 분명 그녀가 나의 전생인 가네다 야스타카와 아주 가까운 인간이었기 때문이니까.
나는 이해할 수 있다. 그녀의 말에 납득하고 공감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나도 조금은, 그렇게 느껴지는 부분이 아주 조금은, 마음 한구석에 없지 않으니까.
지금이 너무 행복하고, 즐겁다.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도 언제까지나 내 곁에 있어 주는 것은 아니다. 사람은 늙어가는 생물이다. 다들 언젠가는 나를 떠나 먼저 죽게 될 거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전에. 그렇게 느끼는 것은 그리 부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선택하지 않는다. 왜냐면 지금 내가 죽으면 다들 너무 슬퍼할 테니까. 특히 이글 아빠 같은 경우는 분명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무너질 것 같으니까.
반대로, 모두 치트 능력으로 불로장생해서 언제까지나 재미있고 즐겁고 유쾌하게 살자고 말할 생각도 없다. 그것은 모두의 삶에 대한 모독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나를 성장시켜 준 사람들에 대한 은혜에 보답하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한번, 제행무상이다. 나는 이기적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분명 영원이 지겹고 싫증 날 날이 언젠가는 반드시 올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때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아, 만약 그때 내가 영원을 손에 쥐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그건 그렇고, 원장 할아버지한테는 어떻게 설명할 건데?"
"그냥 솔직하게 얘기하면 돼. 그녀에게 미련이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미련인지 그녀 자신도 모를 정도로 막연한 미련이었을 뿐이라고."
"그 만만찮은 할배를 그런 식으로 설득할 수 있겠어?"
"그 반대야. 성가신 할아버지니까, 그것만으로도 전해질 거야."
새끼돼지의 봉제인형처럼 크레슨의 양팔에 안겨서 밤의 학교 건물로 옮겨지는 나.
잠깐의 순간이 지나면 꽃이 흩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흩어지고 떨어진 후의 꽃잎에 눈을 돌리는 것 같은 조금 이상한 느낌.
아이러니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자살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내가 그녀에게 눈을 돌릴 기회도 없었을 텐데. 정말 운명이란 장난스러운 것이다. 만약 생전에 만났더라도 나는 생전의 그녀에게 전혀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뭐, 괜찮아. 왠지 모르게 마음의 메커니즘이라는 것의 일단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얼른 교장한테 보고를 마치고 돌아갈까. 나, 배고파 죽겠다고."
"그래. 오늘 저녁은 뭘 먹을까?"
학교 건물 창문을 통해 내려다보이는 달빛이 비치는 학원 부지에는, 밤의 벚꽃이 아름답게 피어 있다.
꽃은 피었다가 지고, 또다시 핀다. 질리지 않고 계속 그렇게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그것은 분명 인간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작년에 피었던 꽃과 올해 피는 꽃과 내년에 피는 꽃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기나긴 인생에서 단 한순간, 단 몇 초, 혹은 몇 분 동안만. 얼굴도 이름도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수많은 사람들과 스쳐 지나가면서, 우리는 살아간다.
안녕히. 졸업 축하합니다, 이름 모를 선배님.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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