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부 273화 호크 골드의 흔들림(1)

 

 왕립학교 고등부 기숙사에서 졸업을 앞둔 3학년 여학생이 혼자서 자살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진 것은 3월 초순경이었던 것 같다. '같다'라고 하는 것은 내가 학교에 제대로 얼굴을 내밀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실시간으로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제 와서 그걸 저한테 알려줘서 어쩌려는 거죠?"

"음, 지극히 당연한 질문이겠지."

 세간에서는 학생들은 봄방학이 한창인데, 오랜만에 멀린 학장에게 불려갔다고 생각하니, 그런 불쌍한 이야기를 들으면 곤란하다. 설마 시간을 되돌리고 시간을 뛰어넘어 그 소녀를 구해 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겠지?

"그대한테 부탁하고 싶은 건, 아무래도 그 아이가 성불하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교내를 배회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말이야."

"뭐, 자살할 정도면 뭔가 대단한 이유가 있었겠죠. 강한 미련이나 원한 때문에 지박령이 되었다거나, 사실은 자살을 가장한 타살로 자신을 죽인 범인을 고발하거나 복수를 하고 싶어서 누군가에게 그것을 알리려고 한다거나......."

"음, 사실 그걸 잘 모르겠단 말일세. 우리 교사들이 이야기를 들으려고 다가가면 금방 도망쳐 버리거든. 유령이라고 해도 학생임에는 변함이 없으니까. 너무 심하게 대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내버려 둘 수도 없는 노릇인데, 실력행사에 나서기 전에 같은 학생인 그대이라면 혹시나 하는 생각에서."

"그렇게 해서 제게 무슨 이득이 있는데요?"

"그대, 진급시험을 대충 넘겼었지?"

 그런 일이 있었구나, 라고 생각하며 찻잔을 들고 있던 손이 잠시 멈춘다.

"내 뜻에 따라, 나라의 사정으로 급히 귀국해야만 하는 것으로 해 두었지. 대신 그대는 진급시험이 아닌 특별추가시험을 치러야만 하네. 포크 피카타 군은 아직 학교에 계속 재학해 주었으면 좋겠다만, 어떤가?"

"그런가요. 물론 있으면 편리한 사람이긴 합니다만....."

 일부러 내가, 아니, 포크 피카타가 낙제를 하고 유급하지 않도록 손을 써 준 건가. 그건 저쪽도 계산이 있는 것이겠지만, 단순히 진급 시험 따위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나로서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좋아요. 당신에게 빚을 지고 있으면 나중에 큰일 날 것 같고, 빚은 빨리 청산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 집안의 관습이니까요."

"그럼, 잘 부탁하겠네."

 그렇게 하여, 봄인데도 불구하고 유령을 상대로 담력훈련을 하는 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여러분도 진급시험과 학점 취득은 잊지 말도록 하자.

　　　　　◆◇◆◇◆

"그래서, 모조리 불어주실 수 있나요?"

"어머나, 난폭한 아이구나."

 일단 교장의 허락을 받아 고등부 건물 전체에 탐지 마법을 걸어놓은 결과, 고스트 계열의 마물 반응이 나와서 그곳으로 달려가 보니 미모의 여학생이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창가 자리에 앉아서 턱을 괴고 있었다.

 그래서 도망가기 전에 마법으로 만든 뱀처럼 자동으로 공격하는 빛의 밧줄로 확보했는데, 아직 원귀가 되어 공격해 오는 기질은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늘씬한 키에 검은색 긴 머리. 학생복을 입고, 한쪽 팔이 빛의 밧줄로 묶여 있는데도 전혀 동요하는 기색도 없다. 그녀는 투박한 안경을 밀어 올리며 손으로 입을 가리며 웃는다.

"교장 선생님이 곤란해하는 것 같아서요. 교내에 유령이 돌아다니는 것을 방치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자살한 학생의 영혼을 억지로 정화의 마법으로 강제 성불시킬 수도 없을 것 같구요."

"교장 선생님은 신사적이셔. 너랑은 완전 딴판?　그 넥타이 색깔, 1학년이지? 선배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은데."

 말과 달리 웃음을 짓는 미모의 선배는, 도망가지 않으니 풀어줄 수 없냐며 어깨를 으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