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9부 256화 진짜 vs 흑화한 가짜는 남자의 로망(1)
    2023년 04월 03일 22시 49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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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가 안 되네. 왜 저런 꼬마한테 의리를 지키는 거냐. 물론 단즙은 빨 수 있겠지만, 너한테는 자존심이라는 게 없는 거냐?"

    "안타깝게도 자존심 따위는 모험가 시절에 이미 버린 몸이서 말이지. 게다가 난, 도련님이 주워주지 않았다면 지금쯤은 비참한 가난뱅이 생활을 하고 있었을 거야. 네가 나라고 한다면 자존심을 떠나 너무 배은망덕한 거 아냐?"

     신검 쿠사나기 소드끼리 칼을 맞부딪히면서, 버질과 다크 버질은 어둠 속을 누빈다.

    "오, 대단해.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팔다리가 많이 쑤시다고. 그런만큼 이렇게 뛰어다니면 건강해서 좋아"

    "쳇! 장난치지 마, 이 새끼야!"

     전투 중인데도 불구하고, 다크 버질의 경쾌하고 용감한 싸움에 감탄한 듯 느긋한 말을 내뱉는 버질을 보고, 다크 버질은 짜증 나는지 얼굴을 찌푸린다. 하지만 화가 나서 신검의 모조품을 휘두르려던 그의 팔이 떨어지며 어둠이 되어 사라졌다.

    "뭐야! 이건!?"

     당황하여 신검의 모조품을 집으려던 다른 한쪽 팔도 어깨 밑동에서 잘려나간다. 그 정체는 어둠에 동화되어 보이지 않게 된 검은 모래의 칼날이었다. 버질은 신검으로 싸우는 척하며 적당히 어울렸을 뿐, 그 이면에서는 마치 의지가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검은 모래를 조종하며 사각지대에서 기습을 노리고 있었던 것이다.

    "비겁해서 미안하지만, 우린 자존심도 없는 패배자 출신이니까. 뭐, 패배자라도 무례하게 꼬리를 밟히면 어느 정도 화를 내는 법이지."

    "젠장할!"

     격분한 다크 버질은 사방에서 검은 모래의 창에 찔려, 형태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어둠이 산산조각이 나며 사라졌다.

    "음......아무리 모조품이라지만, 자해하는 모습은 그리 즐겁지 않은데?"

     신검을 칼집에 넣고 라이터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버질. 살짝 단맛이 나는 연기는, 평소보다 조금 더 씁쓸하게 느껴졌다.

         ◆◇◆◇◆

     "너는 나고, 나는 너다. 그렇다면 너는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넌 잘못된 선택을 했다. 넌 안젤라와 결혼해서 성도로 이주했어야 했다. 왜 그녀를 배신했지?"

    "그걸 이해하지 못한다면, 넌 이미 내가 아니다."

     어둠 속에서 총알이 격렬하게 날아다닌다. 서로 금속성 마법으로 차폐물을 만들어내면서 벌어지는 총격전은 다크 올리브가 다소 열세인 듯하다. 양측의 신체 능력은 대등하다. 그렇다면 어둠의 힘으로 만들어져 어둠 속에서도 시야가 좋은 다크 올리브가 압도적으로 우세해야 하는데, 도대체 왜일까? 그런 조급함이 점점 조용히 화를 내는 올리브에게 우위를 점하게 하는 악순환.

     "100명 중 100명이 내 말이 맞다고 인정할 것이다. 남녀가 사랑으로 맺어지는 것은 생명체로써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도 너는 사랑하는 여자보다 지금의 삶을 선택했다. 왜? 그녀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나!"

    "그럴 수도 있지. 그게 너의 핵, 즉 도련님이 나에게 품고 있던 불안감이라는 거다. 고맙다, 열화 레플리카."

    "커억!?"

     올리브는 더 이상 너에게 쓸 일이 없다는 듯이 눈을 깜빡이며 마법으로 만든 곡검을 몇 개 던졌다. 그것은 차폐물에 몸을 숨기고 있던 다크 올리브의 심장과 사지를 두툼한 금속판을 통째로 정확하게 관통함과 동시에 봉합하여 움직임을 봉쇄했다. 또한, 곡도 투척과 동시에 뛰쳐나온 올리브는 가슴과 팔다리, 그리고 입에서 피가 아닌 검은 물질을 내뿜으며 절규하는 다크 올리브의 심장과 머리를 거칠게 총으로 쏘아 죽였다.

    "100명이 입을 모아 같은 말을 한다고 해서 101번째 사람이 그 말을 반드시 따르는 것은 아니다. 나는 내 의지로 지금의 삶을 선택했다. 한때 안젤라를 포기하고 버렸다는 죄책감에서 도망친 것뿐이라고 말한다면, 무작정 부정할 수는 없겠지만..."

     한 발의 총성이 울려 퍼지고, 다크 올리브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뒤에 남겨진 것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미 오래전에 떨쳐버린 한 마리 사냥개, 혹은 충성스러운 감시견.

    "그래도, 그것을 감안해서 그녀보다 모두와 함께 지내는 길을 선택한 것은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그래서 도련님이 그에 마음 아파할 일은 없다고 서둘러 알려줘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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