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모든 것은 너희들 이방인 놈들 때문이야! 너희들만 오지 않았다면 이 나라가 이렇게 될 일도 없었을 거라고!"
"그건 그냥 화풀이 아니야? 트렌디한 정신을 존중한다면 좀 더 이렇게, 우선은 평화롭게 춤추는 섬싱의 집단 시위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니야?"
"시끄러! 죽어라! 우리의 정의를 위해! 아버지의 대의를 위해, 이 나라의 미래를 위해 죽어라!"
"No, We can't."
라는 말은 더 이상 들리지 않는가. 참격을 날리는 것만으로 처리가 되면, 몸이나 칼날에 피를 묻히지 않아도 되니까 좋아. 난 피냄새를 싫어한다고. 레어 스테이크의 핏물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스테이크는 항상 웰던으로 먹을 정도로 피를 좋아하지 않거든. 일단 여검사를 베자 움직이는 적은 없어졌고, 선두의 운전 차량은 카가치히코 선생님에게 맡겼으니, 나머지는 차례대로 맨 뒤쪽까지 퇴치해 나가면 되겠지?
"흑천구당의 관계자가 있으면 손들어~!"
일단 검은 텐구의 탈을 쓰지 않고 일반 승객인 척하고 타고 있는 사람은 없는지, 만약 있다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손을 들게 하는 마법의 말로 차량 안에 있는 승객들에게 물어보지만, 아무도 손을 들지 않고 미친 사람처럼 무서운 눈으로 나를 쳐다보기만 한다. 그럼, 괜찮아 보이네. 이 방식으로 맨 뒷자리까지 가자.
(저기 셰리,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데, 열차 지붕에 올라타고 있는 사람이나 외벽에 달라붙어 있는 사람은 없지?)
(위성에서 촬영한 항공촬영과 스캔 결과에는 없는 것 같군요. 혹시나 해서 광역지도로 확인했는데, 흑천구당의 열차나 비행선이 접근 중이라는 상황도 없는 것 같습니다.)
(OK, 고마워)
"뭐, 잠깐만! 너는 대체 누구야!?"
다음 차량으로 이동하려는 나를 비틀거리며 일어선 중년 신사가 말린다. 음, 뭐더라. 이럴 때는 버질을 본받아 [이름을 댈만한 자가 아닙니다요]같은 기괴한 대사를 내뱉으면 되는 건가?
"......이름하야, 쾌걸 아브라미 꼬마!"
"......뭐?"
아차! 뭔가 그럴듯한 말을 하려다가 크게 실수하고 말았다! 너무 어색해서 죽고 싶으니, 방금 전의 일은 없었던 일로 하고 빨리 서두르자! 어차피 다시는 만날 일도 없을 낯선 사람이니까! 괜찮아, 대충 넘어가자고! (최대한의 괜찮은 척)
"아브라미 꼬마군, 생명을 구해줘서 고맙다."
"......딱히. 당신도 들었죠? 저는 당신을 인질로 잡혀도 아무렇지도 않게 버리려고 할 정도의 나쁜 남자라구요."
"그래도 그렇다. 그때 네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나는 어쩔 수 없이 총에 맞아 죽었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가족들까지 피해를 입었을 거다. 우리 가족을 구해줘서 정말 고맙다!"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엉뚱한 농담을 한 후인데, 이렇게 진지하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더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자업자득이지만 너무 어색해서, 나는 고양이 귀가 달린 어린이용 삿갓을 더 깊숙이 눌러쓰고 말없이 뒷좌석으로 달려갔다.
예전부터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이지만, 아무래도 나는 유머 감각이 너무 없는 것 같다. 이런 긴박한 자리에서 삭막한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웃지 못할 농담 하나라도 날려버리고 나면 늘 후회하게 된다. 너무 썰렁하고 어색한 분위기에, 읽을 수 없는 공기를 얼어붙게 만드는 나의 그런 모습이 마치 커뮤력 0으로 자란 못난 오타쿠의 전형이라는 느낌이 들어 조금 슬프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사람을 죽이는 것에 아무런 망설임도, 당황스러움도, 저항이 없어져 버린 것도.
이 세상 사람이 보기에는 오히려 그쪽 감성이 정상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