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8부 249화 돼지 뼈의 칼날(1)
    2023년 04월 01일 23시 42분 4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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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장마와 남미의 열대우림을 뒤섞어 놓은 듯한 신기한 섬나라, 쟈파존의 수도 에드거 마을의 위치가 도쿄라고 한다면, 유니리바 마을의 위치는 지리적으로 오사카, 교토의 중간쯤에 해당한다. 그런 역사와 전통과 상업의 도시, 유니리바 마을에 은둔하고 있는 13대 이와카와 미하루라는 인물은, 아직 20대 초반의 단아한 옆모습이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아, 카가치히코 선생님. 부탁한 건 다 했어."

     그렇게 말하면서 무뚝뚝하게 턱을 괸 끝에 놓여 있던 것은 한 자루의 소태도였다. 내가 연습용으로 구입한 명도 '쿠로사기'도 결코 나쁜 칼은 아니지만, 이 칼에 비할 바는 아니라는 것은 칼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고요하고 장엄한, 범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긴다.

    "이름을 붙인다면, ...... 아케가라스라고나 할까."

    "훌륭하므니다. 역시 그대에게 부탁한 것이 옳았스므니다."

     일단 수배자이기 때문에 실내에서도 갓을 깊게 쓰고 있던 카가치히코 선생은 경례를 하고 갓을 벗은 후 소도(小刀)를 손에 들고 칼집에서 꺼냈다. 마치 까마귀의 깃털처럼 검은 칼날이 아침 햇살을 반사해 둔탁하게 빛난다. 그것은 아버지의 열성적인 교육으로 어느 정도 안목을 갖게 된 상인인 내가 봐도, 그리고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검객이 된 내가 봐도 세상에 둘도 없는 걸작임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엄숙한 신성함을 발산하고 있다.

    "할아버지 대부터 신세진 카가치히코 선생님의 부탁이야. 그야 기합도 들어가는 법이지. 이봐, 꼬마."

    "네."

     찌릿한 살기어린 눈빛으로 노려보자, 순간 뺨의 얇은 피부를 베인 듯한 검기를 느낀다. 하지만 나도 이 정도에 주눅 들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적들과 싸워왔다. 신들의 말단인 세토 신이라든가, 외우주 저편에서 날아온 사신이라든가, 미래에서 온 타임 패트롤 대원이라든가.

    "흠. 어느 멍청한 부잣집 꼬마에게 주기에는 너무 과분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하잖아. 좋아, 가져가."

    [MIDI보다 가볍다! ADSL보다 빠르게! by 이와카와 카이춘]이라고 쓰여 있는 낡은 족자 앞에서 겁 없이 웃고 있는 13대 명장. 저거, 초창기에는 이런 이세계 환생물 극동 지역에 자주 등장하는 수십~수백 년 전에 우연히 이 세계로 날아온 전생자나 전이자 같은 느낌이랄까?

    "감사합니다, 카가치히코 선생님, 이와카와씨. 소중히 사용하겠습니다."

    "그래."

    "흥!"

     손잡이도 칼자루도 칼날도 검은 흑도를 검은 칼집에 넣은 카가치히코 선생님으로부터, 정말 놀라울 정도로 가벼운 소태도를 받는다. 버질에게 준 신검도 그렇고, 이 세계의 대장장이들은 정말 대단한 기술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그것을 집에 있는 도장에 두고 온 쿠로사기 대신에 하카마의 허리춤에 꽂았다.

     코스프레가 아니라고. 귀족 복장을 한 금발에 푸른 눈의 이방인과 수상한 털모자를 쓴 삿갓남의 콤비는 너무 눈에 띄기 때문에, 최소한 카가치히코 선생님과 같은 도복과 하카마를 일부러 맞춘 것이다. 그래도 버선과 나막신은 너무 빡빡해서 발밑은 부츠였지만, 얼굴이 드러나는 것보다는 그래도 덜 수상한 것 같다.

    "감사하므니다. 당대 미하루 공."

    "괜찮아. [지금의 당신]이 일부러 찾아왔을 정도라서, 뭔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어."

     두 사람은 꽤 오랜 인연이 있는 모양이다. 할아버지 대부터라고 말할 정도니 말이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주고받는 두 사람 앞에서 나는 잠시 이 칼과 이 사람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검객이 되지 않으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휩쓸릴 뻔했다. 아니, 아이에게 주는 강림제 선물로서는 완전히 파격적이야. 누군가의 인생을 바꿔놓기에는 너무도 충분한 걸작이라고, 이거.

    "주공, 가십시다."


    "응, 아니지. 예 선생님."

     마치 거기에 있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로 가볍고, 그러나 보통의 얕은 타격 정도면 칼날을 통째로 베어버릴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운 이 칼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그것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둘이서 그녀에게 깊이 고개를 숙인 뒤, 갓을 쓰고 가게라는 이름의 단칸방으로 한 집 밖에 되지 않는 그녀의 집을 떠난다. 은둔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이곳은 그야말로 은둔형 대장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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