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8부 249화 돼지 뼈의 칼날(2)
    2023년 04월 01일 23시 43분 1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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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철도라고 하면 마마이트 제국에서 여신교의 성지 베리즈까지 연결하는 대륙횡단철도 '아즈 서니 호'가 유명하지만, 극동의 섬나라 쟈파존에도 국토종단열차 '은성호'가 1호에서 7호까지 총 7편이 운행되고 있다.

     이것은 전생에서 말하는 북쪽의 아오모리에서 남쪽의 와카야마까지를 잇는 침대 특급으로, 과거에는 오랫동안 쇄국이 지속되어 비행선 기술이 그다지 발달하지 않았던 이 나라에서 외국의 기술, 마법, 정보, 금속의 유입으로 최초로 탄생한 혁신적인 이동 수단으로 사람과 물품을 대량으로 신속하게 대량으로 신속하게 운반하는 데에 매우 유용하게 쓰이는, 말하자면 문명개화의 상징과도 같은 고마운 물건이라고 한다.

     유니리바 역에서 은성호를 탄 나와 카가치히코 선생님은, 뜨개질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 역에서 구입한 도시락을 먹으며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느긋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고, 흘러가는 시골은 벼 수확이 끝난 탓인지 조금은 황량하고 쓸쓸한 느낌으로, 봄여름이었다면 벼이삭의 초록빛이, 가을이었다면 온통 황금빛으로 물결쳤을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서쪽 사람들은 요상한 도시락을 생각한 모양이므니다."

    "맛있어요?"

    "음. 맛은 좋은데 ...... 왠지 익숙하지 않스므니다."

     유니리바 역 명물 타코야끼 도시락. 내용물은 흰 쌀밥과 단무지, 그리고 소스와 마요네즈를 듬뿍 뿌린 문어구이 6개. 게다가 8개입도 있는 모양이다. 역에서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따뜻할 때 먹으면 그럭저럭 맛있게 먹을 수 있었지만, 아마 이 문어구이가 식으면 꽤나 비참할 것 같은 녀석이다.

     왜 굳이 우리가 이런 한가로운 철도 여행을 즐기는가 하면, 철도 여행을 즐기기 위해서다. 전이 마법은 편리하긴 하지만, 순간적으로 갔다가 돌아오기만 하니 운치가 없지 않나? 라고 다름 아닌 카가치히코 선생님이 말했기 때문에 유니리바 역에서 에드거 역을 거쳐 비행선 발착장이 있는 피나리타 역까지 6시간 정도의 철도 여행을 즐기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아직 수배자인 선생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기차에 흔들리고 있는 게 괜찮을까 싶었지만, 반대로 수배자가 이렇게 눈에 잘 띄는 기차를 타고 도시락을 먹고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을 테니, 오히려 가능인가? 일단 카가치히코 선생님은 삿갓을 계속 눈 깊숙이 쓰고 있고, 나도 귀여운 고양이 귀 모양의 돌기가 두 개 달린 어린이용 삿갓을 쓰고 있으니 모습을 이유로 이상하게 쳐다보는 일은 없겠지만, 음........

    "네놈들 꼼짝마!"

    "꺄악~!"

    "소란 피우지 마! 가만히 있어!"

    "우와!"

     그런 때였다. 갑자기 1등석(비록 침대 특급 '아즈 서니호'와 같은 호화로운 개인실은 아니고 평범한 4인용 박스석이지만)의 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검은 텐구 가면을 쓴 사무라이 몇 명이 우르르 몰려들어 기모노를 입은 할머니와 드레스를 입은 젊은 여성 등 타이쇼 모던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차내에 있던 일등석에 탑승할 수 있는 부유한 명사들에게 칼을 겨누었다.

     순식간에 단총을 꺼내 저항하려는 정장 차림에 가죽 구두, 모자를 쓴 중년의 신사들을 여러 명이 한꺼번에 때려눕히고 제압하자 몇몇은 선두 차량으로 달려갔고, 나머지 몇 명은 겁에 질린 차 안의 유명 인사들을 노려보았다.

    "우리는 혁명지사! 흑천구당이다! 경박하게도 서양 문화에 물든 쟈파존 남아 및 쟈파존 사람의 자부심을 잃고 타락해가는 이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여 봉기한 진정한 애국 충신들이다!"

     검은 텐구 가면을 쓴 무사들의 리더 격인 듯, 아직 10대 중반으로 보이는 포니테일의 흑발 미소녀 검객이 칼자루에 양손을 얹고 큰 소리로 위협하면서 외쳤다. 그제야 이들이 어떤 녀석들인지 대충 짐작이 갔다.

    "이제부터 우리 당수, 흑천구님이 수도 에드거에서 쟈파존 국 정부에 대한 성명을 발표한다! 너희들과 은성 1호는 이를 위한 인질인 셈이다!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너희들의 생명과 신변의 안전은 보장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가학적인 미소를 지으며 새빨간 립스틱을 바른 여검사는, 한 손으로 땅에 꽂힌 칼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빼앗은 권총을 여러 명의 흑천구면에게 억지로 일어서게 한 고색창연한 중년 신사의 턱에 겨누었다.

    "아버지!"

    "여보!"

     나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을 것 같은 옷을 입은 소년? 이라는 느낌의 옷을 입은 남자아이가 뛰쳐나가려고 하는 것을 30대 정도의 기모노를 입은 여자가 열심히 붙잡고 있다. 아무래도 그의 부인과 아들인 것 같다.

    "흥! 원망할 거면 서양 문화에 물들어 쟈파존 남아의 쟈파존 정신을 잊어버린 멍청한 아버지를 원망해라! 우리의 정의를 방해하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깨달아야 할 것이야!"

    "선생님"

    "그래."

     다음 순간, 방아쇠를 당기려던 여검객, 아니 혁명가 흉내를 내는 괴한의 손목이 권총을 움켜쥔 채 공중을 날다가 열차 벽에 부딪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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