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8부 250화 EE-에볼루션 익스프레스(3)
    2023년 04월 02일 18시 44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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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쾌걸 아브라미 꼬마 등장!] [지나가던 자그마한 정의의 편!?]. 흑천구당 당수라는 놈은...... 흠, 헌병들은 놓쳤스므니다. 꽤나, 대활약을 펼친 것 같스므니다.......?"

    "제발 좀 봐주세요."

     설마 하던 열차 강도를 우연히 마주친 다음날. 열차 안에 있던 테러리스트들을 모두 섬멸하고, 그대로 전이마법을 사용해 둘이서만 사라져 버린 우리는 공항을 경유하지 않고 바로 골드 저택으로 직행했다. 그 상황에서 느긋하게 철도여행을 계속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으니까. 다음 역에 정차해 들어온 헌병들에게 취조라도 당하면 수배자인 카가치히코 선생님이 체포될 테고.

     그리고 그때 내가 도와준 중년 신사는 단순한 연예인이 아니라 쟈파존 철도성에 근무하는 고위직이자 대형 신문사의 주주이기도 한 모양인데, 사건 당시를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는 그의 인터뷰 기사에서 화제가 된 쾌걸 아브라미 꼬마가 대대적으로 3면 기사를 장식해 버린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모닝커피를 내뿜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질 뻔했다. 핼러윈 때도 그렇고, 신문과 관련된 일로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구나, 나는! 뭐 이번엔 내 사진이 아니라 전혀 닮지 않은 그림이라서 아직은 피해가 적긴 하지만.

    "으...... 이럴 거였다면 내가 선두 차량에 가서 카가치히코 선생님에게 뒤차량의 청소를 부탁하는 게 나았을지도. 왜 내가 그때 앞이 아니라 뒤에 갔을까...... 아, 맞다. 선생님은 지명수배자니까 어쩔 수 없지 ......"

    "다행히도 주공께서는 소인처럼 얼굴이 팔리지 않은 모양이므니다.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이대로 방치하고 도시전설로 풍화될 때까지 기다리시는 게 좋을 것이므니다."

    "풍화가 되려나~. 그러면 좋겠는데. 사람들의 소문도 49일까지라고 하니 어쩌면?"

    "아니, 75일이므니다. 26일을 연장한 것이므니다."


    ......히잉.

     신문기사에 따르면, 흑천구당의 우두머리인 흑천구님이라는 자는 열차 탈취가 실패로 끝났다는 것을 알자마자 바로 도주했으며, 헌병들의 추적을 뿌리치고 무사히 도망쳤다고 한다. 이후 흑천구당과 이를 놓친 정부나 헌병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으며, 그 옆에는 새끼돼지의 탈을 쓴 작은 남자가 천구의 탈을 쓴 큰 남자들을 징벌하는 풍속화가 큼지막하게 게재되어 있었다.

     일부러 이 일 때문에 쟈파존까지 조간신문을 사러 갔다 온 카가치히코 선생님도 카가치히코 선생님이지만, 마치 이야기꾼인 것처럼 쾌걸 아브라미 꼬마가 마치 테러조직을 상대로 쾌도난마의 대활약을 펼친 것처럼 과장된 이야기를 실은 신문사 라는 것은 대체. 아니면 흑천구당의 이름을 최대한 깎아내리려는 선전 목적이라도 있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지금 쟈파존에서는 [쾌걸 아브라미 꼬마가 흑천구당의 사악한 야망을 분쇄하기 위해 일어섰다!]라는둥, [아브라미 꼬마란 도대체 누구인가! 그 정체를 파헤쳐보자!], [아브라미 꼬마의 정체와 관련된 정보를 제보하는 사람에게는 정부에서 금일봉을 지급한다!]라는둥 신나게 떠들어댄 결과, 미스터리한 아브라미 꼬마 열풍이 불고 있는 것 같은데, 나로서는 어쩌다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그건가, 흑천구당만 쓰러뜨리고 열차 안에서 홀연히 사라져 버린 것이 못마땅했던 것일까? 수수께끼가 수수께끼를 불러일으키는 신비로운 느낌, 정체를 알 수 없는 신비한 존재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중간에 사람들의 호기심을 재미있게 자극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니, 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그때 도망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으니까. 하아, 정말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다, 쾌걸 아브라미 꼬마.

     민중들이 무책임하게 기대하는 건 좋지만, 나는 일부러 흑천구님을 처치하러 다시 그 나라까지 갈 생각은 없다고? 우연히 지나가다 떨어진 불똥을 치운 것뿐이니까! 올해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하고 조용히 여운에 젖어들 틈도 없이, 어마어마하게 떠들썩한 연말이 되어버렸어, 정말.

     내년에는 아무 일 없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정말 잘좀 부탁해 여신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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