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3 녹색 감옥
    2020년 12월 13일 16시 23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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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8839dt/43/





     햇살이 내리쬐는 왕궁의 넓은 테라스. 거기에 단 하나만 놓여진 하얀 테이블과 두 의자에서, 한 청년과 한 소녀가 바라보고 있다.


     청년은 이 알그레이 왕국 태자, 유리알그레이.


     소녀는 이번에 빛의 성녀로 인정된 크라리스리니에로 자작영애다.


     천천히 차를 음미하는 두 사람과, 열 명 넘게 서있는 하인과 호위 기사들하고 20미터 정도의 거리가 있어서, 그들이 대화를 들을 수는 없다.


     

     "이쪽에서도 확인했다. 네 정보는 맞은 모양이군. 그다지 기분좋은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거 실례했어요. 하지만, 진실에서 눈을 돌리면 때에 늦어버리겠지요."


     "알고 있다. 감정과 이성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태자 노릇도 해낼 수 없지."


     "그래야 유리님이지요."


     푸근하게 미소짓는 클라리스를 보고, 유리는 약간 입가를 찡그렸다.


     "설마, 이 세계가 게임의 안이었다니."



     클라리스는 이 세계의 주민이다. 하지만, 태어났을 대부터 다른 사람과 틀린 기억과 지식을 갖고 있었다.


     이 세계에 수백 년마다 소환되는 [인간종] ㅡㅡ그들의 세계에서 살았던 기억을.



     "아니요, 유리님. 여긴 현실이에요. 여신의 놀이터로 왜곡되었지만요."


     "......."



     이 세계는 [여신] 에 의하여, 게임의 내용과 비슷하도록 왜곡되었다.


     이 세계는, 여신이 여성향 게임을 즐기기 위한, 거대한 놀이터인 것이다. 


     이 시나리오의 내용에 맞추기 위해, 수없이 많은 인간의 인생이 잘못되어 버렸다. 자신이 메인 히로인이라고 깨달은 클라리스도, 자작가의 서자로서 태어나서 의미없는 괴롭힘과 원치 않는 인생을 강요당했다.


     그걸 용서할 셈은 없었지만, 클라리스는 냉정하게.....냉철하게 그걸 이용하려고 생각했다.



     "네가 제출한 '예정표' 에 쓰여졌던 일은, 7할이 적중되었다. 다른 것도 시기는 엇나갔을 뿐이니, 9할 가까이 맞다고 할 수 있겠지."


     "여신은 제멋대로지만, 자신의 시나리오를 바꾸지는 않으니까요."


     "이랬는데 네가 말한 일이 거짓이었다면, 넌 희대의 사기꾼이나 전설급의 예언가겠군."


     "후후. 전 단순한 '히로인' 이에요."


     "그럼, 히로인인 널 왕비로 하는 게, 완벽한 번영의 길이라는 말인가."


     

     성녀인 메인 히로인을 왕비로 맞이한다. 그것만으로도 여신이 만든 시나리오에 의해 다음 게임까지 이 나라와 왕가의 번영은 약속된다.



     "하지만, 여신이 그걸 알고서 장난을 치지는 않을까?"


     "유리님께서 생각하시는 것보다 여신은 만능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확인해 바로는, 여신이 보고 있는 건 전체의 장면. 그리고 이벤트 뿐이에요."


     "이런 대화까지 듣지는 않는다....는 말인가. 좋다, 클라리스. 널 내 혼약자필두로 하겠다."


     "감사해요."


     클라리스는 전혀 변치 않는 미소 그대로, 우아하게 감사를 표하며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같은 성녀라고 해도 에나님은 포기하세요. 그녀는 그녀대로 소년 두 사람을 매처럼 노리고 있으니 상관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그녀는 빈으로 삼을 예정이었지만.... 여신이 얽힌다면 어쩔 수 없나."


     "샤론님은 어떤가요? 마음에 드셨지요?"


     "분명, 악역영애라고 하는 존재였었지. 확실히 좋은 여자이긴 해도, 그녀는 죠엘의 혼약자후보다. 여신이 무슨 짓을 하지는 않을까?"


     "어차피 그녀가 죠엘님과 맺어지는 일은 없어요. 약간의 죄를 만들어서 강제로 자유를 빼앗는다면 여신도 납득하겠지요. 샤론님도 시나리오대로는 불행하게 될 때가 많으니, 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다만....."


     "다만....뭐지?"


     "그 메이드ㅡㅡ플뢰레티 씨도 원하신다면, 조심하세요."


     "......뭔가 있는 건가?"


     "아니요, 전혀. 다만.....그녀는 제가 전혀 모르는 '등장인물' 이에요."


     

     당분간 말없이 서로 바라보다가, 한숨을 쉰 유리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클라리스가 일어서며 고개를 숙여서, 오늘의 회담은 끝났다.


     "그럼 유리님, 실례했어요."


     변치않는 미소로 그렇게 말하며 떠나가는 클라리스의 등을 보며, 유리가 천천히 말을 걸었다.


     "훗, 계산적인 여자로구나. 클라리스."


     "어머. 계산적인 여자는 싫으신가요.....?"


     슬쩍 돌아본 클라리스의 시선과 마주치며, 유리는 유쾌하다는 듯 웃었다.


     "핫핫하, 그래야 내 옆에 있기에 합당하다."


     그 말에, 클라리스의 미소가 살짝 웃음으로 바뀌고, 그대로 떠나려 했을 때.....


     

     "......지진?"



     희미한 떨림을 느낀 클라리스가 마을 쪽으로 시선을 향하자, 그 순간, 돌계단을 꿰뚫고서, 고급시가지를 통채로 뒤덮는 것처럼 거대한 식물의 덩굴이 하늘로 뻗어올랐다.



     "......무슨 일이지? 저건 식물인가. 바로 병사들을 보내라! 그리고 녹색의 성녀를 불러서 대응시켜라!"


     순식간에 경직에서 돌아온 유리가 주위 사람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그 목소리 덕분에 놀란 상태에서 회복한 클라리스는, 유리의 말에 '녹색의 성녀' 인 소녀의 얼굴을 한순간 떠올렸다.


     ".......그 애, 무슨 짓을 한 걸까?"


       ***


     주무시고 나서 일어나실 때까지, 오늘도 아가씨의 성장을 밀리미터 단위로 지켜보는 멋진 메이드, 플뢰레티라 하옵니다.


     오늘은 0.37밀리나 커졌습니다. 저 사이즈인데 또 성장하다니 아가씨는 정말 대단한 분입니다.


     "당신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몇 번을 때려눕혀도, 죽지 않을 정도로 봐줘서 그런지 몇 번이나 일어서려는 왕궁시녀 3인조를, 어쩔 수 없이 M자로 만들어서 묶어놓았습니다.



     왕궁시녀 때문에 쓸데없이 시간을 잡아먹었습니다.


     제가 풀어놓은 거미가 아직 실을 이어주고 있어서 아가씨의 위치는 압니다.


     지붕을 뛰어가면 편하겠지만, 위로 뻗은 덩굴이 상공에 하나로 뭉쳐져서는 새장모양이 되어서 점점 아래로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래서는 지하에도 뿌리가 퍼져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결국 어떻게 가도 시간이 걸릴 것 같아서, 그냥 길을 따라서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아아아아아아아]


     "나이스 샷."


     길 모퉁이에서 나오자마자 만난 귀족같은 아저씨를 1번 홀에다 쳐 넣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오?"


     저는 메이드의 소양으로서, 이 마을 전체의 뒷골목과 지름길을 알고 있습니다.


     그것을 기반으로 길을 선택했는데, 저 거대한 덩굴이 벽이 되어서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럼.....풀스윙."


     땅!!


     오랜만에 가시곤봉으로 풀스윙. 진심으로 쳐버리면 인간의 하반신이 흩날리기 때문에 평소에는 퍼터샷 정도로 참고 있었지만, 이거라면 주저할 필요는.....음음?

     

     어찌된 일일까요. 부서진 덩굴이 앗 하는 사이에 재생하고 있습니다. 아니, 재생과는 조금 다른데요....파괴된 순간부터, 다른 덩굴이 보완해주는 느낌일까요.



     ".....이건 큰일이네요."


     전 아가씨가 조종당한다면, 지금은 그 편이 안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가씨는 제가 준 식사의 영향으로, 마력치가 상당히 올라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조종당한 사람들에게 제정신인 아가씨만 노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건......"


     제가 아가씨의 곁으로 서두르려고 다시금 가시곤봉을 휘두르려 하자, 그것들의 안에서 조종당한 인간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조금 전의 일격으로 제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겠지요. 나무덩쿨에서 가느다란 덩굴이 무수히 뻗어나와서, 저를 옭아매려고 합니다.


     저의 방해를 하는 겁니까. 진짜로......



     [적당히 해라, 하등생물들]


     

     제 목소리에 인간과 식물이 경직된 듯이 움직임을 멈춥니다.


     제가 아가씨를 돕기 위해 방해한다면.....진심을 내버린다구.



     흰자 부분이 검게 침식되고, 제 피부가 순식간에 광택있는 청동색으로 바뀌어갑니다.


     뿜어져 나오는 탁기에 썩어버린 듯 닳아서 떨어진 메이드복에서, 등을 꿰뚫듯이 10미터나 되는 8개의 검은 거미다리가 돋아났습니다.


     저의 '본성' 을 본 의식없는 인간들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였고, 저의 탁기를 뒤집어 쓴 식물이 순식간에 부패하여 떨어집니다.



     [......좀 아파도 참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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