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4 금주
    2020년 12월 13일 21시 03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원문 : https://ncode.syosetu.com/n8839dt/44/





     "......안개가 꼈구나."


     지정된 고급의상점으로 향하는 도중에 아이쇼핑을하고 있는 샤론의 옆에서, 안디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안디님,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 것도 아냐. 그보다 이 드레스는 어떨까?"


     "네, ......예"


     약간 안 좋은 예감을 느꼈지만, 상대에게 그걸 말할 필요는 없을 거라 생각하며 화제를 바꾸는 안디에게, 샤론은 위화감을 느끼면서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안디님."


     그 때, 시중 겸 호위를 하고 있던 노집사가, 슬쩍 다가와서 안디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샤론, 날씨가 나빠질 것 같다. 빨리 여기서 떠나자."


     "......네, ....저기, 레티는요?"


     갑작스러운 일에, 샤론이 가장 신뢰하고 있는 플뢰레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아서 불안한 표정이 되어지만, 곧바로 온화한 표정으로 돌아온 노집사가 싱긋 미소지었다.


     "플뢰레티 양은 도중에 장을 보고 있는 모양이지만, 바로 돌아올 겁니다."


     ".....그런가요."


     그 플뢰레티가 나한테 말하지 않고 뭔가를 하다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진정되지 않는 생각을 품으면서도, 재빨리 그 자리에서 벗어나려 하는 안디 일행을 따라서 샤론도 걸어가려 하자 갑자기 그 일이 일어났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돌바닥을 꿰뚫고, 건물의 지붕 저편ㅡㅡ이 구역 전체를 휘감듯이 식물의 덩굴이 올라오더니, 새장처럼 하늘을 뒤덮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안디님, 샤론님, 이쪽으로 빨리."


     "예."


     정말 상식적인 판단으로, 녹색의 감옥에서 떨어지려고 중앙광장ㅡㅡ사람이 많은 장소로 이동하려고 했지만, 그것이 세 사람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뭐지?"


     고급 상가 구역의 중앙광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하지만, 혼란스럽게 웅성대고 있을 거라 예상했던 주민들은, 외치지도 떨면서 달려가지도 않고, 그냥 말없이 서 있을 뿐이다.


     "이 냄새는 뭘까요...."


     달달한 냄새에 민감한 샤론이 주변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모인 중앙광장의 정중앙에 뭔가 가느다란 나무같은 것이 보이고, 그 끝에 내걸린 것처럼 피어난 거대한 꽃이 있었다.


     그 꽃에서 갑자기 꽃가루같은 것이 분출되자, 주변의 달달한 냄새가 더욱 강해졌다.


     "도대체 뭐가...."


     뭐가 일어나고 있는 걸까? 샤론과 안디는 딱히 영향을 느끼지 못한 채 서로를 마주 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때.  


     ".....으."


     갑자기 노신사가 괴로운 듯 무릎을 꿇었다.


     "왜 그런가!?"


     ".....빨리....도망치십시오. 이건....최면효과가 있는....던전 깊은 곳에 사는,,, 식물의 꽃가루입니다. 전 이제....."


     "어이, 정신차려."


     "죄송....하........아아...."


     "히익."


     돌연, 이상한 소리를 내는 노집사를 보고 샤론이 작은 비명을 울렸다.


     "샤론, 도망가자."


     "하, 하지만, 그가...."


     "지금은 자기 안전을 생각해! 다른 녀석들도 발견했다."


     "세상에."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여태까지 그냥 서 있었을 뿐인 시민들이, 이제야 먹잇감을 발견한 것처럼 일제히 이쪽으로 향하였다.


     "서둘러!"


     안디는 손을 뻗는 노집사를 던져버리고, 경직된 샤론의 손을 이끌고 내달렸다. 다행인 점이라면, 조종당하는 사람들은 달리지 않고 꼭두각시 인형처럼 걸어오는 점이랄까.


     

     [.....아아아아아.....]



     "안디님, 이쪽에도."


     "젠장."


     기사인 안디로서는, 조종당한다고는 해도 주민들을 벨 수 없다.


     "용서해라!"


     가능한 한 상처입지 않도록 발로 차거나, 칼집으로 치는 정도밖에 못했지만, 그럼에도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일어선다.


     

     "하아, 하아."


     "샤론, 끌어안겠다."


     "꺄아."


     안디는 도망치다가 숨을 몰아쉬기 시작한 샤론을 끌어안고 내달렸다.


     "저, 저어, 무겁사와요."


     "가벼운 편이다."


     "안디님...."


     분명 훈련할 때 입는 중장갑과 비교하면 샤론은 가벼울 것이다.


     하지만, 체력에는 한도가 있다. 그때까지 사람이 적었던 거리에는, 모든 건물에서 나온 조종당하는 사람들로 혼잡하였다.


     

     ".....으."


     "안디님!?"


     안디가 갑자기 신음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그럼에도 샤론을 떨어트리지 않고 지면에 내려주자, 샤론이 당황하며 옆에 섰다.


     "왜, 왜 그러신 건가요?"


     "미안하다...아무래도 나도....안될 것 같다."


     "그런...."


     샤론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숨을 삼켰다.


     "날 놓고....빨리, 도망....쳐."


     "안디님을 놔두고 가다니 그렇게 할 수 없사와요!"


     "나보다도, 유일하게 자아가 있는 네가 노려질 거다.....빨리....플뢰레티 양과...."


     "안디님!"


     그런 샤론에게, 말을 안 듣는 아이를 타이르는 것처럼 안디가 미소지으며 그 얼굴을 어루만졌다.


     ".....난 널.....지키고 싶다. .....너를.............아아아...."


     뭔가를 말려고 하던 채로, 안디의 입에서 기괴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니 모든 방향에서 조종된 사람들이 조용히 샤론 쪽으로 쫓아오고 있었고, 도망칠 길은 막혀있었다.


     샤론도 공격마법을 쓰면 돌파는 가능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귀족으로서 백성을 지키겠다고 정한 샤론은 주민을 상처입힐 수 없었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샤론도 그게 시간문제라는 걸 깨달았다. 아쉬운 건 마지막 순간에 친구인 그 소녀와 같이 있지 못했던 점일까.


     

     ".....미안해. 레티."



     쭈뼛......


     ".....!"


     그 때, 샤론의 전신의 솜털이 곤두서는 듯한 오한이 들었다.


     하늘을 덩쿨로 막았다고는 해도, 나름대로 보이는 정도였던 밝기가 한순간에 어둠으로 바뀌고, 그 잠깐 보였던 샤론의 시야에는 거대한 거미의 모습이 보였다.



     "아가씨, 기다리게 만들었네요."


     ".....레티!?"



     한동안 멀어졌던 의식이 한 메이드의 목소리에 돌아왔다.


     "레티이....."


     울먹이며 메이드에게 안겨들자, 메이드는 따스한 손길로 그 머리를 어루만졌다.


     "잘 버텨주셨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조종당했던 사람들 전부가 거대한 힘으로 쓸어버린 것처럼 땅에 쓰러져 있었다.


     그래도 죽지는 않은 모양이어서 경련하거나 일어서려 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움직이는 인간은 없었다


     "아직 조종당하는 인간이 있어요. 안디님과 집사님을 회수해서 탈출하도록 해요."


     "으, 응."


     샤론도 눈물을 닦으면서 일어섰다.


     하지만....



     "......어?"


     "이건.....어떻게 된 일일까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쓰러졌던 사람들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고, 멀리서 다가오려 하던 자들도 그 자리에서 쓰러지기 시작했다.


     "레티, 저걸 봐요."


     하늘에서 빛이 스며들어오고, 하늘을 뒤덮었던 덩쿨이 순식간에 시들기 시작했다. 충만해있던 달달한 향기도 바람에 휘날려서 사라져서, 원래대로 돌아왔다.


     "좋은 기회네요. 이대로 탈출할까요?"


     위험은 일단 사라졌다고 본 플뢰레티가 묻자, 샤론은 한번 심호흡하고 나서 의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쓰러진 사람들을 간호해요. 레티.....도와줄래요?"


     "예, 물론이에요. 아가씨."


       ***


     "......뭐, 뭐야.....이 녀석!?"


     에나는 학교의 자기 방의 낡은 거울 앞에서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번 사건은 전부 에나가 일으킨 것이었다.


     게임 시나리오의 진행대로 악역영애인 샤론을 악역으로 만들려고 생각했지만, 그 카미시로의 얼굴을 봐서 샤론을 '나쁜 사람' 정도로만 싫어하도록 꾸몄다.


     하지만, 샤론은 무슨 짓을 당해도 의연한 태도를 이어나갔고, 에나가 공략ㅡㅡ이라기 보다, 계속 연심을 품고 있었던 세이와 하오 두 사람은 샤론을 싫어하기는 커녕 동경하는 듯한 눈길을 주고 있었다.


     그런 짓은 용서할 수 없다. .....자기 이외의 사람이 그들의 히로인이 되는 일 따위 절대로 용서 못한다.


     그런 생각 때문에, 에나는 샤론을 죽이려고 생각하였다.


     평소에는 냉정한 에나로서는 너무 즉흥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땐 그것 이외의 일을 생각하지 못했다.


     

     샤론과 카미시로가 거리로 나갔다는 말을 듣고서, 에나는 자신을 시중드는 왕궁시녀 세 명에게 같은 장소에서 장을 보게 하였다.


     에나가 가진 스킬 [녹색의 손] 에 의해 며칠 동안 불면의 몸으로 만든 술식은 저주에 가까웠고, 시녀 세 명에게 집어넣은 식인식물의 종자가 거리를 덮쳐서, 조종당한 인간이 샤론을 확실하게 죽일 수 있을 터였다.


     그야말로 저주인 것처럼, 발동하는 사이에는 에나의 생명력을 소모하기는 해도 에나의 의식이 있는 한 해제는 불가능하다.


     샤론이 죽는 모습을 확인하기 위해, 시녀를 속여서 왕궁에서 들고 오게 한 던전의 보물ㅡㅡ[원견의 거울] 로 현지의 상황을 보고 있던 에나는, 동급생이었던 소녀가 갑자기 무서운 거미의 모습이 되어서 날뛰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거울을 통해 보아도 실신할 것 같을 정도로 두려운 모습....살아있는 것을 거절하는 듯한 무서운 기척.


     ".....왜.....꺄악!?"


     그 모습을 놀라서 보고 있던 에나의 앞에서, [원견의 거울] 이 그 힘에 침식되는 듯이 가늘게 금이 갔다.


     

     두려움에 휩싸인 에나가 달려가려고 비틀거리며 문 쪽으로 향하자, 에나가 열기 전에 그 문이 조용히 열렸다.



     ".....안녕하세요, 에나님."


     "크, 클라리스님....."



     나타난 것은 같은 성녀이면서, 협정을 맺었던 또 한 명의 '히로인' 인 클라리스였다.


     클라리스는 쇠약한 에나와 방에 남아있는 저주의 잔해를 눈치채고, 예쁜 눈썹을 찌푸렸다


     "역시 당신이 이 사건을 일으켰네요. 성녀가 범죄를 일으키다니 무슨 생각인가요?"


     "버, 범죄!? 이 게임에선, "


     "이 세계는 현실이에요. ....다른 히로인 후보야 어쨌든, 당신은 쓸만하다고 생각해서 손을 잡았는데....."


     분명하게 드러난 차갑고 모멸찬 시선에, 에나는 압도된 듯이 떨면서 뒤로 물러났다.


     "마, 맞아, 이런 짓을 할 때가 아냐! 카, 카미시로가 괴물이었다니, 그래서...."


     "카미시로....아, 플뢰레티 씨 말인가요? 확실히 그녀의 능력은 괴물급이네요. 그래서 전 그녀와 적대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는데.....혹시, 그녀 때문에 실패했다?"


     "그, 그 녀석은 진짜 괴물이라구요, 거울에......"


     ".....부서졌네요. 이 나라의 보물 중 하나였는데..... '나' 의 재산을 멋대로 부수다니, 정말 어리석은."


     "아냐, 진짜 그 녀석은!"


     ".....이젠 대화도 하고 싶지 않아요."


     클라리스는 에나의 말을 뱉어버리듯이 가로막고, 에나에게 손바닥을 향하며 마법의 영창을 시작하였다.


     "뭐, 뭐를, "


     "ㅡㅡ [마인드 브레이크]ㅡㅡ"


     

     정신파괴의 주문. 그것은 금주이며, 이 나라는 커녕 이 세계 전체를 통틀어도 고대던전 최하층에서만 습득할 수 있지만, 전생의 게임에서 거기까지 도달한 적이 있는 클라리스는 그 주문을 배우고 있었다.



     "......칵, "


     실이 끊긴 인형처럼 에나가 무너졌다.


     정신공격이라고는 해도, 완전히 폐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소거할 뿐이다.


     그럼에도 단어조차 잊어버리고 마는 비인도적인 마법이지만, 이걸로 에나가 걸었던 저주는 사라졌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다음엔 몇 년에 걸쳐서 새로운 인격을 만들어내어서, 클라리스에게 알맞는 스킬의 사용자가 되어주면 된다.



     "이런 사건을 일으킨 당신과 제가 관계가 있다고 생각되면 민폐라고요."



     차디찬 대사와 시선을 마지막으로 던지고, 클라리스는 에나에게 등을 돌렸다.


     이 세계이 모든 것은 자기 것이니까, 왕비인 자신의 발목을 잡을만한 인물은 필요없다


     "....."


     마지막으로ㅡㅡ클라리스는 에나가 그렇게나 무언가를 두려워했을까 신경쓰여서 한순간 뒤돌아 보았지만, 거기에 있었던 것은 완전히 기능을 잃고 '거미집' 처럼 금이 간 거울 뿐이었다.

    728x90

    '판타지 > 악마의 메이드씨' 카테고리의 다른 글

    46 상대  (0) 2020.12.14
    45 거미  (0) 2020.12.13
    43 녹색 감옥  (0) 2020.12.13
    42 습격  (0) 2020.12.13
    41 숲 안  (0) 2020.12.1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