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부 232화 돼지에게 주는 선물 From 올리브(1)2023년 03월 29일 17시 50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매년 12월 25일은 여신강림제다. 여신이 이 세상에 내려온 기념비적인 날이다. 그 전야제인 12월 24일부터 25일까지 가족과 친구들이 모여 성대하게 축하하는 것이 관례이며, 속칭 '신성한 6시간'이라 불리는 24일 21시부터 25일 3시까지의 6시간 동안 아이 만들기를 하면, 여신의 축복을 받아 튼튼하고 건강한 남자아이를 임신한다는 속설이 있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9월생들이 꽤 많다. 다들 여신의 가호를 받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 세상에도 역시 강림제에 선물을 주고받는 풍습과 24일 밤 착한 아이의 침대로 산타클로스가 찾아온다는 전승이 존재하여, 다시 한번 산타의 위대함을 느낀다고 호크가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12월의 초입.
올리브는 호크에게 줄 강림제 선물을 사기 위해, 연일 눈발이 흩날리는데도 불구하고 꽤나 붐비는 겨울 거리를 걷고 있다.
◆◇◆◇◆
매년 이맘때가 되면 가슴의 오래된 상처가 아려온다. 예전에 나는 안젤라라는 수녀와 사랑에 빠져 약혼까지 했는데, 전장으로 출정하는 동안 여신교 과격파의 음모에 의해 그녀와의 미래가 무산되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아무리 발버둥쳐도 되찾을 수 없었던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했던 것도 강림제 밤이었다는, 달콤하면서도 씁쓸한 기억을 떠올린다. 안젤라를 되찾기 위해 성도에서 한 나라를 상대로 단신으로 무모한 게릴라전을 벌이다가 죽을 고비를 넘기고는, 힘겹게 도망쳤다.
그렇게 그녀를 포기하고 결혼식에서 선물하기로 했던 결혼반지 두 개를 바다에 던져 버린 것도 이런 눈 내리는 겨울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날 안젤라는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죽은 것이다. 다름 아닌 나 자신이 그녀를 이미 끝난 과거의 일,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죽은 자로 만들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 후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폐인처럼 귀국해 절망에 빠진 나를 보고 못 본 체한 군인 시절의 옛 친구의 권유로 모험가가 되었고, 그 친구가 욕심에 눈이 멀어 무모한 퀘스트를 수행하다 목숨을 잃은 뒤에도 계속 모험을 이어갔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은 도련님의 호위를 하고 있다.
한때는 혼자 힘으로 어찌할 수 없었던 안젤라를, 여신교의 과격파의 저주에서 해방시켜 주기도 했다. 십여 년 만에 만난 그녀는 지금도 변함없이 한결같이 나를 사랑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때 그녀를 포기하고 약혼반지를 버린 나에게는 더 이상 그녀와 맺어질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 십여 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그녀와 속죄의 밤을 함께 보냈지만, 결국 그녀의 마음을 배신했다.
비겁한 남자라고 자책했다. 차라리 그녀에게 욕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가장 비열한 자존심일 것이다. 안젤라는 그래도 괜찮다, 그런 너라도 괜찮다고 말해주었지만...... 내가, 나를 용서할 수 없었다. 그녀에게 깊고 깊은 상처를 입혀버렸다. 정말 나쁜 남자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녀를 생각했다면, 나 자신이 죽고 싶을 정도로 강렬한 자기혐오에 휩싸여도, 웃는 얼굴로 그녀를 응원했어야 했다.
그래서 한 대 때리던 구워삶던 알아서 하라고 말하려다가, 그마저도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내기 위한 자기만족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나는 나를 죽이고 싶어졌다. [언젠가 당신이 당신을 용서할 수 있는 날을, 저는 언제까지나 기다릴 거예요]라고,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그런 나를 쫓아내 주었다.
그 후, 닫힌 문 너머에서 그녀의 통곡이 들려왔을 때, 아, 나는 어쩔 수 없는 최악의 개자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 그녀에게 등을 돌리고, 이렇게 먼 이국땅에서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을 보호하며 살고 있는 나는 정말이지 끔찍한 인간 이하의 존재인가 보다.
아니, 사실은. 지키고 있다고 착각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도련님은 호위가 필요 없을 정도로 강하고 훌륭해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을 곁에 두고 있는 것은, 단지 정신적 미숙함. 즉 안이함에 의한 것이며, 우리야말로 그 호의에 빠져 있는 것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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