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음, 그런 일이"
"예."
장소를 바꿔서 밤의 바스코다가마 왕궁. 이번에 알 하족과 제에타족에 대해 알려주고, 궁전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던 천명의 단짝 관련 서적을 빌려주는 등으로 요긴하게 도움을 준 로건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다가 저녁을 대접받게 되었고, 이렇게 왕족 전용의 호화로운 노천탕에서 최고급 오일 마사지까지 받게 되니 기분은 완전히 힐링 DE 온천 모드다.
궁중 요리사가 만드는 맛있는 에스닉 요리를 푸짐하게 먹고 밤거리를 바라보며 기분 좋게 목욕으로 땀을 흘린 후, 왕족의 몸에 직접 봉사할 수 있는 직책답게 입이 무겁기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로건 님이 칭찬해 줬던 초특급 안마사에게 황홀한 오일 마사지를 받는다. 이게 바로 사치의 극치라는 녀석이다. 이번 공로자인 박사도 모셔오고 싶었다. 분명 며칠씩이나 계속된 숙박으로 인해 푸석푸석해진 빨간 머리도 눈에 띄게 부드러워질 것이다.
"호크 군. 바스코다가마 왕가에는 알 하족과 제타족의 피를 섞어서는 안 된다는 전통이 있어. 왜 그런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도 없겠지만."
"그건 뭐, 그런 이야기를 듣고 난 후니까요."
로건 님은 말한다. 천명의 단짝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행복한 만남을 가져다주는 것 같고, 딜 군의 고조할머니처럼 끔찍한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라고 한다. 역사적으로 몇 차례 천명의 단짝이 나타난 사례는 있지만, 모두 이른바 [이렇게 두 사람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다]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저렇게까지 비극으로 치닫는 비극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보통 그들이 천생연분을 만날 확률은 10만 분의 1, 100만 분의 1이라고 해. 아주 드물게, 그것도 100년에 한 쌍이 나올까 말까 한 확률로 일어나는 것이 천명의 단짝이라고 하는 것일 텐데......."
"그렇다면 100만 분의 1의 3제곱인가요. 그건 바로 기적인데요."
"기적은 일어나기 때문에 기적이라는 거니?"
"로건 님이라면 잘 알고 계실 텐데요?"
30년 가까이 마녀의 저주를 견뎌온 로건 님이 마침내 저주에 굴복해 탑 꼭대기에서 몸을 던진 날, 우연히 이 나라에 온 나는 우연히 야간 산책에 초대받아 늦은 밤을 걷고 있던 탓에 기적적으로 그 현장에 목격하고 그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그래, 정말 기적이다. 단 하루가 아니라 단 몇십 초만 타이밍이 어긋났어도 로건 님이 죽었을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확률이다.
"하하하하하! 바로 그 말이 맞다. 그래, 그렇고 말고. 너를 보고 있으면 기적은 존재한다고 가슴을 치며 말할 수 있을 것 같아."
쩍쩍 갈라진 복근과 대흉근에서 한 방울의 가격도 알 수 없는 초고가 오일이 튀어나올 정도로 크게 웃으며, 로건 님은 시술대에 등을 대고 누운 채 목만 살짝 비틀어 나를 바라본다.
"넌 정말 지루할 틈이 없는 아이구나. 다음엔 또 어떤 기적을 보여줄 거지?"
"글쎄요......? 제 경우에는 기적이라기보다는 여신의 인과응보라든가, 문제 해결사라고 부르는 게 더 적절할지도 모르겠는데요."
마사지사의 손가락이 기름을 듬뿍 묻혀 촉촉한 내 얼굴을 빵 반죽이나 우동 반죽을 반죽하듯 단단하게, 그러면서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주무른다. 마사지라고 하면 나이 든 사람이 받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편견에 불과했던 것 같다. 오히려 미용 에스테틱에 가까운 느낌의 아로마테라피, 스파, 오일 마사지가 하나로 합쳐진 릴랙제이션 서비스는 정말 몸과 마음이 모두 풀리는 아주 기분 좋은 서비스다.
불타는 운명의 사랑에 극적으로 휘둘리는 두근두근 설레고 파란만장하고 드라마틱한 삶보다, 나는 이런 치유의 시간처럼 고요하고 편안한 평화로운 일상을 언제까지나 모두와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 모두의 모임에 새로 들어오는 마리의 사위가 딜 군이라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