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5부-19 암흑 속에 피어나는 꽃(8)
    2023년 03월 26일 18시 07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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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입에 물고 있던 담배에 불을 붙이더니 연기를 내뿜었다.

    "
    속사정 따위는 몰라요. 결과적으로 이 나라를 썩게 만든 것은 당신들이에요."절박했다. 우리가 패권을 잡기 전까지 왕도의 재범률이 몇 퍼센트였다고 생각하지?"
    "............"
    "180%......
    가난 때문에 범죄에 손을 댔고, 설령 잡혀도 풀려나면 다른 먹고살 길이 없다. 여행자 소매치기, 협박, 다른 나라에서 다른 나라로 밀수...... 그것들을 보스가 관리했다. 지금이 예전보다 나아진 건 맞다. 딱히 평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방해가 되니까 그랬다."
    "
    필요악을 자처하기에는 자긍심이 부족하지 않나요?"
    "
    그 말대로다. 자기변호를 할 수는 없지."

     하지만 납득할  있는 부분이 있다.

     ......뭐 이런 시시한 나라, 별로 상관없지만.

    "
    누구에게도 내일이 없는 암흑보다는 낫다고 ...... 젊은 시절에는 그 녀석과 함께 그렇게 생각했었지 ...... 하지만 ...... 틀렸어. 분명히, 알았다. 우리가 틀렸다. 우리는 어둠 대신 또 다른 어둠을 만들고 있었을 뿐이었다."

     어둠.

     나는 어둠에 녹아들어 실루엣만 남은 거리를 바라보았다.

     확실히 최악의 도시였지만그래도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장소는 분명 라칸  일행이 만들어낸 곳이었을 것이다.

     뒷정리를 하고 상황을 설명하다 보니, 밤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온몸을 붕대로 칭칭 감은 마르코가 들것에 실려 어디론가 옮겨지는 모습이 보였다.

     밤이 밝아온다수평선 너머에서 빛이 비친다.

     눈을 가늘게 뜨며, 주머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끼었다.

    "
    이 빛을 보는 것은, 밤을 살아온 자의 특권이에요."
    "그렇,
    겠지."

     비록 어둠 속에서 피어난 꽃일지라도, 태양은 평등하게 비춘다. 살아만 있으면 해는 몇 번이고 떠오른다.

    "
    살아서 이기는 거예요......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을, 그녀들을 대신해서."
    "......그래,
    맞다."

     뭔가 망설이는 기색이 보였다.

     뒤돌아보니, 라칸 씨는 팔짱을 낀 채 고민하는 표정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
    아가씨는 어떻게 할 거지?"
    "......네?"
    "
    이 빛을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 나한테도 있다. 그리고 아가씨에게도 있겠지?"
    "......그것은."
    "
    그래서, 어떻게 할 거냐. 아가씨에게는 내일이 있다. 그 내일을 어떻게 할 거냐."

     얼마나 많은 고난을 헤쳐 온 것일까.

     그의 물음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려 퍼졌다.

    "
    , ."

     시선을 돌렸다.

     선글라스 너머인데도, 비치는 햇빛이 눈부시다.

    "저는 ......"

     숨이 막힌다고 생각했다.

     목구멍에 걸린 그것을, 필사적으로 뱉어냈다.

    "
    저는...... 살아갈게요."

     휴우.

     간신히 말했다.

     왜 그녀에게 돌아갈 곳이 없었을까 하고, 돌아가서 계속 생각했다.

     왜 그녀는 내일을 버렸을까그녀의 내일을 살면서 계속 생각했다.

    "
    살아가겠어요. 살아가 보이겠어요. 그녀의 몫까지라는 말은 필요 없어요. 그저 저는 살아갈 것이에요. 내일도, 그후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계속 생각했다.

     짊어진다는 건, 없었던 일로 만들어버리는 게 아닐까 하여.

     그렇게나 말끔히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것을 그렇게 예쁜 말로 포장해 버리면,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장식만 예쁘고 그 포장 안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것도 없어. 공허한 여백만이 남는다.

     그러니 분명 이걸로 충분하다.

     아픈 채로 있어도 괜찮다.

     아프면 안 된다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흔적 하나 남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
    그런가. 그럼 다행이군."

     라칸 씨는 조용히 보라색 연기를 내뿜으며 그저  자리에 있었다.

     햇빛이 눈부시다너무 눈부셔서 시야가 흐려진다.

     

     누군가를 비추기 위해, 해가 떠오른다.

     그것을 그저 바라보고 있다.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해, 더욱 빛나기를 바랐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 2023 베스트 후보로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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