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5부 218화 놀랐어? 트릭 오어 트릿이야!(1)
    2023년 03월 25일 08시 35분 5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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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월에 밸런타인데이만이라면 몰라도, 정월대보름에 콩 뿌리와 부럼 깨물기 행사까지 있을 정도로 잡다한 세계관이라 이제 더 이상 놀랄 것도 없지만, 이 세상에도 핼러윈이 있다.

     초등부 정도의 아이들이 흡혈귀, 유령, 악마, 검은 고양이, 마녀 등으로 분장하고 여러 집을 돌아다니는 행사는 흐뭇한 모습이지만, 간혹 할로윈을 빙자한 아동 절도단이나 굶어 죽은 부랑아 유령이나 마물화된 악령 등이 섞이는 사건도 일어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하지만 여신교회 등에서는 오히려 그쪽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다.

     비운의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의 영혼에게 달콤하고 맛있는 과자를 공양하며 성불을 기원한다. 성불해도 괜찮을까? 괜찮아, 여신교 13사도의 가메츠 대주교가 성불이라고 했으니까! 핼러윈이라고 하면 바보들이 코스프레를 하고 패거리를 지어 거리를 돌아다니며 도를 넘은 민폐를 끼치는 이벤트성 편견의 이미지밖에 없었던 나에게는, 일종의 문화 차이이다.

    "그렇다고 해서 왜 제가 가면을 쓰고 애교를 부려야 하는 건가요?"

    "닥쳐, 새꺄. 나도 이렇게 창피한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고."

    "고츠크 님. 쓰리스트림 신문사의 기자 분이 오셨습니다."

    "네~!"

    "금방 가겠습니다, 시스터 모모."

     차라리 죽여달라는 듯한 고양이 귀 머리띠에 고양이 꼬리가 달린 벨트를 착용한 나와, 골판지 공예품 같은 싸구려로 쓸데없이 커다란 박쥐 날개를 등에 짊어진 가메츠 할아버지가 청빈한 테이블 아래에서 서로의 신발을 밟으며 주변에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싸우고 있던 차에, 복숭아 머리의 수녀가 왔다.

     그렇다, 오늘은 여신교에서 주최하는 핼러윈 파티. 평소에는 청빈한 생활을 하는 수녀들도, 이날만큼은 호박과 흰 살 생선 파이를 베어 물면서 호박즙과 호박 수프를 마시고, 직접 만든 호박 쿠키를 나눠주거나 가끔씩 먹기도 한다. 아, 수녀님들도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다.

     원래 초절약형, 아니 검소하기로 유명한 우리 집의 이글 사장은 할로윈 같은 행사에는 호박과 과자, 분장용 아동복 매출이 늘어난다는 장사심 말고는 전~~~~~혀 관심이 없어서, 우리 집에서는 매년 과자를 받으러 오는 아이들을 돌려보내고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고픈 이유로 하는 장난을 막기 위해 SP부대를 저택 주변에 배치하는 형편이었다.

     오히려 할로윈을 빌미로 골드 가문을 괴롭히자! 같은 불한당들이 꽤나 많았기 때문에, 아니 그쪽이 메인이었기 때문에 고액의 보수를 주고 고용한 모험가들에게 저택 주변을 순찰하게 할 정도다. 물론 지금은 내가 저택에 설치한 공격성 방어벽 결계가 장난을 치면 자동으로 보복 조치를 취하게 되어서 그런 풍습은 완전히 사라졌지만.

    "잘 어울린다고, 주인!"

    "기쁘지 않아~!"

     크하하하하하! 라고 큰 소리로 웃으며 호박맛 와인을 병째로 들이키는 호위병 크레슨도, 오늘은 평소의 옷차림이 아니라 하녀에게 부탁해 창고에서 가져왔다는 여분의 새하얀 이불을 몸에 두르고 있다. 아무래도 유령이 되려는 모양이다.

     우리가 왜 굳이 여신교의 할로윈 파티 같은 귀찮은 것에 참석하는가 하면, 그거다. 얼마 전 집단 아동 납치 미수 사건 이후 스승님이 거액을 기부하고 싶다고 하셔서 달의 황금을 세탁해서 기부할 때 내가 그 일을 도왔던 덕분이다. 전 세계 고아원을 일일이 돌아다니는 번거로운 일을 하는 것보다, 전 세계에 고아원을 운영하는 모체인 여신교에 일괄적으로 기부하고 나머지는 저쪽에서 배분하는 것이 더 빠르다고 해서 그렇게 한 것이다.

     덕분에 사룡 하인즈 님이 일약 스타...... 가 되어버리면 그건 그것대로 큰 문제니까, 어디까지나 익명을 원하는 수수께끼의 대부호와 그 친구인 파스트라미사의 사장 겸 골드 상회의 젊은 사장인 나의 핼러윈 자선단체라는 이름으로 기부를 중개한 것이기 때문에 그 보답으로 초대받은 이 파티에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참가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언론 대책은 이세계에서도 귀찮은 일이니까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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