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부 214화 어느 가을의 하루(3)2023년 03월 24일 00시 09분 1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돈은 부족하지 않고, 지금 은퇴해도 평생 먹고살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월급을 십여 년 넘게 받고 있다. 여자 놀이는 흥정을 즐기는 것이지, 절대 함락되지 않는 상대를 가지고 인형놀이를 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늙어서 죽는 것도 무섭지만, 늙지도 죽지도 못하게 되는 것이 더 무섭다. 버질은 자신이 별 수 없이 평범한 사람이고, 아무리 대단한 힘을 얻어도 변하지 않는 자신의 그릇이 얼마나 큰지, 혹은 작은지를 잘 알고 있다.
오랜 세월 B급 모험가로 질질 끌면서 어떻게든 잘 버티며 살아온 그는, 일반인이 엉뚱한 꿈을 꾸고 욕심을 부려봤자 대부분 제대로 된 결과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민한 것이다. 가뜩이나 마왕 토벌을 이유로 소유자로 인정받은 신검조차도 별다른 쓸모가 없어서 부담된다고 생각하는데, 이것도 모자라 치트 능력까지 부여받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도련님은 어떤 걸로 할 겁니까요?]
[나? 나는...]
그래서 물었다. 사용하느냐에 따라서는 신이 된 것처럼 느껴지고 자신이 나라를 건국하는 것조차 쉽게 할 수 있을 것 같은 어마어마한 힘을, 무엇이든 다 가진 호크가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그리고 그 대답은 맥이 빠질 정도로 작고, 정말 소박하고, 개인적인 소망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요? '라고 되묻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납득이 가기도 했다. 우리 젊은 나으리는, 가끔 놀랄 정도로 소시민이고, 불쌍할 정도로 소심한 면이 있다. 돌이켜보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미 그랬다. 그리고 자신은 호크의 그런 돈 많은 도련님답지 않은 모습에 묘한 친근감을 느꼈던 것이다.
어쩔 수 없이 비굴하고, 소심하고, 뒤돌아보고, 불쌍하고, 자기혐오의 덩어리 같으면서도 남들보다 더 외로운 호크가 원했던 치트. 그것은 '내일도 다 같이 웃으며 식탁을 둘러앉을 수 있는 정도의 힘'이다.
그런 게 가능할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곧 그것은 대단한 힘인 것 같았다. 세상을, 우주를 멸망시킬 만큼 강력한 힘은 필요 없다. 친하고 소중한 사람들이 언제까지나 웃을 수 있기를. 누구 하나 빠짐없이 모두가 오늘만큼, 혹은 더 나은 내일을 보낼 수 있기를. 아주 소박하고 지극히 평범한, 그러나 아주 욕심 많은, 누구나 바라는 평범한 소망.
그래서 버질도 작은 행복을 바랐다. '소소한 행운'. 복불복이 있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세 개에 한 개 정도의 확률로 당첨이 되는 정도의 작은 행운, 백발백중으로는 재미없다. 매번 좋아하는 음식만 나오는 식탁에는 언젠가는 질려버릴 것이다. 인생은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즐겁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은 예상치 못한 기쁨과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만날 수 있다.
아무리 그래도 너무 오만하다고 자조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어느 정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부유하고 여유로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분명 더 오래전, 인생에 절망하던 삼류 모험가였던...... 호크를 만나기 전의 자신이라면 분명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런 대단한 치트를 갈망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버질 씨! 기다리게 했습니다~!"
"어~!"
멀리서 달려오는 코뿔소 수인과 경찰들에게 한 손을 들어 화답하는 가을의 오후. 상쾌한 황혼의 거리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 낙엽과 함께 담배 연기를 날리며 익숙한 세상을 지나간다. 이런 말로 표현하기 조금 어려운 차분한 오후의 시간을, 버질은 무척이나 좋아했다.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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