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부 214화 어느 가을의 하루(1)2023년 03월 24일 00시 06분 2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호크 골드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는 음악이다. 목욕할 때, 방에서, 산책할 때, 작업 중에도. 평범한 노래부터 콧노래까지 기분 좋게 흥얼거리는 모습을, 올리브는 호크의 어린 시절부터 곁에서 수없이 지켜봐 왔다. 그는 연애를 싫어하지만, 러브송은 싫어하지 않는 모양이다.
들어본 적 없는 노래들이라 혹시 자작곡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매우 어색한 표정으로 '아닌데요'라며 시치미를 떼는 것을 당시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는데, 이제야 알겠다. 그 노래들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올리브 자신도 노래는, 아니 음악을 싫어하지 않는다. 문화제 연습이라고 해서 호크에 의해 억지로 피아노를 치게 된 이후, 언제든 자유롭게 사용해도 좋다는 말에 골드 저택의 파티룸에 있는 그랜드 피아노를 가끔씩 사용하게 되었다. 허영심 많은 이글이 아주 오래전에 구입했다는 쓸데없이 비싼 피아노는 꽤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었던 것 같지만, 반대로 이상하게 사용하지 않은 덕분인지 장인을 불러 조금만 조율하자 바로 연주할 수 있게 되었다.
어렸을 때 들었던 노래, 왕도에 와서 알게 된 노래, 왕립극장에서 최근 유행하는 가극의 주제곡과 삽입곡. 호크가 부르던 이세계의 노래. 그것들을 떠올리면서 악보를 손으로 찾아가며 재현해 나간다. 다행스럽게도 나에게는 귀에 들리는 음계를 직관적으로 알아듣는 재능이 있었다. 호크에 의하면 절대음감이라고 한다.
인생에 있어서 그다지 필요치 않은 것이었지만, 필요한 것만으로 채워진 인생에 작별을 고한 지금의 나는 그런 쓸데없는 재능조차도 쓸모 있는 것으로서 유효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을 만큼의 유연성을 얻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파티룸에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진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놓았기 때문에, 정원에 소리가 조금 새어나가는 모양이다.
복도를 걷던 로리에는 어디선가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에 문득 걸음을 멈춘다. 뒷마당에서 상반신을 벗고 장작을 패던 카가치히코는, 기분 좋은 선율에 불현듯 고개를 들어 눈을 가늘게 뜨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는다.
"......♪"
호크 호위 4명의 업무는 크게 네 가지다. 호크의 호위, 이글의 호위, 저택과 아리의 경호, 그리고 비번인 일일 순환 근무제다. 그리고 올리브는 오늘 비번이었다.
무엇을 해도 좋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휴일. 예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그저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하루 종일 목적 없이 멍하니 책을 읽거나, 제국의 사격장에 나가거나, 무기점에서 최신식 총기를 구경하거나, 유행하는 가극을 보러 가거나, 돌아오는 길에 카페에서 계절에 맞는 단맛을 맛보거나, 친숙한 창관에 기념품을 사들고 가거나.
낭비를 즐기는 것. 필요 없는 것을 과감히 하는 것. 누군가와 함께 웃는 것.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의 미소가 문득 떠오른다. 당신은 지금 웃으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까. 그 이별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그러고 보니, 호크가 쓰라고 재촉했던 유급휴가가 쌓여있던 것이 생각난다. 가끔은 가을철 철도 여행 같은 것을 떠나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지금쯤이면 선로변의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이다.
2등객실의 좁은 개인실에서 침대에 누워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명물 도시락을 먹고, 밤에는 창밖의 별을 바라보며 좋아하는 술을 마신다. 음, 꽤 괜찮을 것 같다. 올리브는 꼬리를 흔들며 경쾌하게 피아노 건반을 계속 연주한다. 무의식적으로, 피아노의 음색도 아까보다 더 가볍고 업템포가 된 것 같았다.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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