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사이엔가, 다른 멤버들도 모두 천은으로 만든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천은의 지팡이, 천은의 보호대, 천은의 지팡이.
심약해 보이는 청년은, 허리에 두 자루의 단검을 차고 있다.
그것 역시 천은으로 만든 것 같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청년은 가벼운 말투로 말했지만, 그 직후에는 진지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만지면 끊어질 것 같은 팽팽한 긴장감을 풍기며, 그들은 마을 안쪽의 개척지로 향했다.
"[천은의 천칭] 여러분, 잘 부탁드립니다......"
마을 촌장은 그 자리에 절이라도 할 기세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도 모두 똑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저들이라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겠지.
라고 느끼게 하는 힘이 확실히 있었다.
★
미지의 땅 '카니온'에서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망설임 없이 토벌에 나섰지만... 어쩌면 너무 성급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건 꽤나 위험한 일인 것이다.
왜냐면,
"...... 레이지, 정말 괜찮겠나?"
농촌을 떠나 개척지로 나아가면서, 단테스 씨가 물었다.
"괘, 괜찮다 ......고 생각합니다."
"그래? 하지만 내일이잖아? 너희들의 결혼식은......."
그렇다.
나의 결혼식. 에바와 나의 결혼식은, 내일인 것이다.
내가 에바에게 고백하고 '4년 후'라는 약속을 붙인 지 어느덧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우리 '은의 천칭'은 정신없이 활동했으며, 모험가길드의 마스터인 그루지오 님께 받은 '기념품'인 천은제 장비로 활동한 탓에 '천은의 천칭'이라는 엉뚱한 파티 이름으로 불리기도 했다.
하지만 일일이 '아닙니다'라고 정정할 겨를이 없을 정도로 바빴다.
천은급 모험가라면 1년에 한 번 정도 출동하는 게 전부인 것 같지만ㅡㅡ지난 4년간 만난 천은급 사람들 대부분이 그랬다ㅡㅡ우리는 계속 움직였다.
ㅡㅡ구할 수 있는 생명은 모두 구하고 싶다.
라고 말한 건 분명 ...... 저입니다. 제가 나빴습니다.
하지만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고, 지금도 이렇게 결혼식을 위해 크루반 성왕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들렀던 변방 개척지의 위기를 막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 것이다.
"일단 뮬 변경백에게도 연락을 취했으니, 숫자를 대폭 줄일 수 있다면 우리의 목적은 달성한 셈이죠."
"그건 뭐 그렇지만 ......"
단테스 씨는 (괜찮겠냐?)라는 표정을 잃지 않는다.
그, 그렇겠죠.
위험하네요.
시간상으로는 간신히 도착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고 있지만, 그보다 더 문제인 건 에바의 심정이다.
신랑이 결혼식 전날에 전장에 있는 건 좀 그렇다고 나 역시 생각한다.
그렇다고 해서, 일행들에게만 맡기고 나만 결혼식에 간다는 것은 '안 된다'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일행들도 결혼식에 참석해 주었으면 좋겠으니까.
"레이지 군. 에바 님께는 같이 사과해 드릴게요."
"고, 고맙습니다."
"분명 이해해 주실 거예요."
논 씨의 친절함에 마음이 놓인다, 정말.
내가 모험가의 길을 선택한 후, 논 씨도 곧 '은의 천칭'으로 돌아왔다. 어디까지나 '교회 소속'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그것만 지켜준다면 행동은 모두 자유라는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결혼식 따위는 이대로 그냥 지나가면 돼요."
"아이 참, 아샤는 아직도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멀리서 아샤와 미미노 씨가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미미노 씨도 아나스타샤를 아샤라고 부르게 되었나 보다.
아샤는...... 나와 에바의 결혼을 복잡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 찬성해 주었다. 다만 지금처럼 삐딱하게 굴 때도 있지만.
"드디어 오셨다고."
단테스 씨가 말했다.
우리 앞에, 첫 번째 몬스터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