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에필로그 4년 후의 약속(3)
    2023년 03월 23일 16시 22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며 화를 내는 아가씨가 이렇게 귀여웠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였다.

    "
    참을 수 없을 것 같은데요."
    "
    나는 1년 동안 자고 있는 너를 계속 기다렸어."
    "
    으윽."

     그런 말을 들으면 할 말이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고 기다리기만 하는 날과, 4년만 기다리면 된다는 기한을 알고 있는 날은 그 무게가 전혀 다를 것이다.

    "......
    하지만 4년을 기다리기만 하는 건 불쌍하니까 한 가지만 허락해 줄게. 둘만 있을 때는 '에바'라고 불러도 괜찮아."

     아가씨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다.

     그게 왠지 흐뭇해서,

    "
    뭐야 웃고 있어! 레이지!"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
    아니요 ...... , 아니요. , ...... 에바."
    "!"
    "
    앞으로도  부탁해."

     아가씨의... 에바의 등줄기가 꼿꼿이 섰다.

     그리고 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웃었던 것이다.

    "
    !"

     그런 그녀의 미소는, 그토록 행복해 보이는 미소는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

     쉬리즈 백작의 외동딸로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귀족사회에서 자란 그녀는 거칠기도 하고 천진난만하기도 했지만, 이렇게 경계를 풀고 상대에게 모든 것을 내맡기는 미소를 지어본 적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미소가 다름 아닌 나를 향한 것이라는 사실이 기뻤다.

     기쁘면서도, 동시에 내가 에바를 지켜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와 에바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고자연스럽게 손을 뻗어 서로 손을 맞잡고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에바의 손을 느끼며 자연스레  표정도 풀렸고분명 나도 에바와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
    ㅡㅡ크흠."

     그 사람의 접근을 눈치채지 못했다.

    "1
    년의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너무 일찍 딸에게 접근하는 것은 아닙니까, 레이지 씨."

     여기 있을 리가 없는ㅡㅡ무표정하지만 조용한 분노를 숨기고 있는 쉬리즈 백작이 그곳에 있었다.

    "
    , 백작님!?"
    "
    , 아버님!?"

     그리고 나와 에바는 백작의 뒤에 유리창 너머의 실내에서, 이쪽의 상황을 살피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미미노 씨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옆에서는 단테스 씨가 하늘을 쳐다보며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고 있다...... 그렇게까지  정도인가?

     그 옆에 있던 젤리 씨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면, 젤리 씨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돌아다녔을 것 같다. 나중에 목을 조르자.

     에바의 부하들과 호위병들은 백작이라는 예상치 못한 손님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고, 백작을 따라온 모양인 맥심 대장도 잘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두리번거리고 있다.

     그리고ㅡㅡ아샤와 라르크도 있었다.

     아샤는 조금 쓸쓸한 표정으로 웃었고라르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빙긋이 웃어주었다.

    "......
    레이지 , 분위기를 망쳐 미안하지만, 지금은 성왕국이 매우 바쁜 상황이라서 또 다른 날에 우리 집에 오시죠. ㅡㅡ에바, 이쪽도 이쪽도 한계입니다."
    "
    , 아버님."

     에바는 이미 아가씨의 얼굴로 돌아와 있었다.

     백작이 실내로 돌아가자, 에바는 나를 힐끗 쳐다보며,

     

    "...... 원래는 며칠 전에 돌아갈 예정이었지만, 오늘까지 계속 미뤄왔거든. 그래도...... 기다리길 잘했어."

     살짝 미소를 짓는 그녀를 보며, 나는 가슴이 덜컥했다.

    "
    이제...... 가버리는 거구나."
    "
    그래, 하지만 곧 놀러 올 거지? 왜냐면 너는..."

     자유가 신조인 모험가니까.

     그렇게 말한 에바는 실내로 돌아갔다.

     내 가슴은 두근거리고 있다.

     이 두근거림은, 지금까지 느꼈던 감각과는 조금 달랐다.

     가슴속이 조금씩 뜨거워지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되는, 그런 두근거림이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