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4부 210화 미스티컬 트라이앵글(2)
    2023년 03월 20일 23시 52분 0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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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까요. 기대하겠습니다, 이그니스 님."

     
    그래서인지 폐하는 나에게 무언가를 과시하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에 대해 칭찬을 하면 마치 열심히 그린 그림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칭찬을 받을 때처럼 기뻐한다. 반대로 예, 예라며 대충 넘어가도 화를 내지 않고 오히려 기뻐한다. 일부러 그렇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지 않아도 딱히 당신의 친구를 그만둘 생각은 없으니 괜찮아요, 같은 분위기가 전해지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건 그렇다 치고, 칭찬을 해주면 너무 기뻐해서 나도 모르게 어린애한테 해주는 것처럼 칭찬을 하게 되지만 말이다.

    "......
    뭐냐그대는 참 승부욕이 없는 녀석이구만. 좀 더 조급해하거나, 의외로 승부욕이 강했다는 귀여운 면을 드러내도 괜찮을 것 같은데?"

    "
    하지만 그건 제가 노력해서 어떻게든 만들어낸 게 아니라, 그냥 운 좋게 사장된 것을 발굴했던 것뿐이니까요. 제대로 처음부터 시행착오를 거쳐 이렇게 멋진 전함을 만들어낸 폐하나 제국의 기술자들과는 달리, 전 그냥 운 좋게 구해 온 물건을 쓰고 있을 뿐이니까 애초에 같은 반열에 설 수 없잖아요."

    "
    의외로 겸손한아니 비굴한가?"

    "
    아뇨, 그 정도는 좀."

     
    이 세계에 와서 필사적으로 고생해서 단련한 무공이라든가, 카가치히코 선생에게 학대 수준의 스파르타식 지도를 받아 겨우 겨우 그 일부분만이라도 손에 익힌 기누사다류 검술 같은 분야라면 몰라도, 누군가에게서 빌려온 힘으로 우쭐대는 주인공의 아픔을 우리는 아주 잘~~~ 알고 있거든. 지금까지 읽거나 본 모든 반면교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시비터는 건 아닙니다).

     
    사실 전생에 그토록 오타쿠 문화를 접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내가 어떤 착각에 빠진 천둥벌거숭이가 되어 있었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미 되어 있다고? 내버려 둬!

    "
    폐하! 갑자기 안개가!"

    "
    오오! 드디어 납시었구만!"

     
    보고하러 온 장교의 말대로, 어느새 함대 앞쪽에는 짙은 안개 같은 것이 자욱하게 끼어 있었다. 마치 비가 내리는 것이 멀리 보이는 한여름의 먹구름과 소나기처럼, 오른쪽도 왼쪽도 뒤도 맑은데 앞만 희미하고 으스스한 먹구름과 안개에 휩싸여 있다. '기다렸습니다!' 라는 것처럼 싱글벙글하는 폐하한테는 죄송하지만, 전 아무것도 못 들었는데요??

    "
    폐하, 설명 좀!"

    "
    으음, 사실은 말이지!"

     
    이곳 제국의 영해에는 예로부터 '마의 삼각지대'라고 부르며 두려워하는 신비한 해역이 있는데, 그 부근에서 배가 실종되는 기이한 현상이 자주 발생하여 악마의 소행이라든가 귀신의 소행이라든가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사정을 잘 아는 제국의 선원들은 절대 이 해역에 접근하지 않았고, 이전, 구체적으로 선대 황제의 시대에는 그런 것은 그저 소문일 뿐이라며 당시 제국 해군이 조사를 위해 의기양양하게 출동했지만, 세 척의 조사선이 모두 실종되었으며 추적 조사를 위해 파견된 해군 선박이 추가로 세 척이 더 실종된 쓰라린 경험이 있다고 한다.

    "
    겨우 한두 번의 실패에 주눅 든 소심한 아버지가 풀지 못한 마의 삼각지대의 수수께끼, 모처럼이니 시운전을 하면서 내가 직접 풀어보겠다 싶었다! 뭐, 겁먹을 필요 없다, 호크! 나의 무적함대 앞에 사소한 괴물이나 괴이한 현상 따위는 두려울 것이 없음이니!"

     
    기분 좋게 최고급 캐비어와 신선한 흰살생선 등을 푸짐하게 올린 크래커를 입에 넣으며 샴페인 잔을 기울이는 폐하. 이 사람, 한 번쯤은 술에 취해 쓰러져도 괜찮을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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