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3부 208화 사랑하는 소녀는 하이퍼 무적!!(1)
    2023년 03월 19일 03시 00분 3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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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 로미코! 왜 당신은 로미코인가?"

    "줄리에타! 그건 너무 이해와 배려가 부족한 말씀이 아닐까요? 그리고 그 대사는 흔히 발코니에서 정원에 있는 로미코에게 직접 묻는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은 야회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사랑에 빠진 상대가 사실은 집안에서 대립하고 있는 몽데규 가문의 사람이며, 게다가 과거 로미코의 친구를 모욕하고 죽인 줄리에타의 사촌 티볼코를 쓰러트린 로미코 그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서 세상의 불합리를 하늘에 한탄하는 독백, 말하자면 독백입니다 그건 그렇고 사랑해요!"

    "나도 그래! 특별히 깊은 이유나 사정은 없고, 단순히 사춘기에 빠져든 탐미 작품의 영향으로 남장을 하고 있는, 조금 이상한 안경을 쓴 나로도...... 괜찮은가?

    "그야 물론! 아까는 거창하게 말했지만, 저도 사실 그냥 변태적인 개인 취미로 남들 앞에서 여장을 하는 것에 뭔가 뜨거운 것을 느낄 뿐인 동안남자일 뿐이랍니다! 남장 여자지만 L이 아닌 당신과 여장 남자지만 G가 아닌 나...... 분명 이것은 운명의 만남이에요! 사랑해요!"

     장소를 옮겨 체육관. 교회 분들의 미소 짓게 하는 핸드벨 연주와 우리들의 뭐 학생 수준이라는 느낌의 합창이 끝나고, 무대 위에서는 남장을 한 로사 님과 여장을 한 알 군의 로맨틱한 로맨스가 펼쳐지고 있다.

     특히 줄리에타 역의 남장한 로사 님의 몰입도가 높아서 그녀가 등장할 때마다 객석에서 노란 비명이 터져 나왔고, A조가 체육관 입구 매점에서 판매하는 브로마이드는 불티나게 팔렸다. 매년 투표로 선정되는 문화제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반에 주어지는 우승컵(반납제)은 1학년 A조가 차지하겠다는 정도의 대성황.

     여장남자 로미코 역의 알 군도 원래는 여성향 게임의 공략캐릭터라는 느낌의 날씬한 미남이라 여장을 해도 위화감이 없고, 여장 브로마이드도 여자아이들 및 일부 어쩔 수 없는 구매를 가장하면서 실제로는 눈빛이 진지한 느낌의 남자아이들을 중심으로 잘 소화해내고 있는 것 같다. 모닝콜 뻐꾸기 역의 피클스 님 브로마이드의 판매량? 말할 필요도 없다.

    "호크! 호크의 노래 정말 좋았어~! 기다려봐~! 지금부터 아빠가 투표권을 60% 정도 사서, 호크의 반을 1등으로 만들어 줄 테니까!!"

    "여보?"

    "노, 농담이야! 응!"

    "그래야지. 호크의 노래, 정말 좋았어."

     체육관을 나오니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사람을 호위하는 올리브가 기다리고 있었다.

    "고마워요,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올리브도."

    "고맙다는 말을 들을 정도는 아니다. 연습의 성과가 있었다면 다행이다."

    "응, 덕분에."

     C조의 노점에서 사 왔을 초코바나나를 올리브한테서 받아 들고, 세 사람+올리브와 함께 초코바나나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있자,

    "오라버님~!"

     고리우스 선배 못지않은 수준의 덩치, 럭비 선수처럼 우람한 남고생과 팔짱을 낀 채, 만족한 마리가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온다. 그 뒤에는 히비스커스가 대기하고 있다. 세 사람이 학원 안을 한바탕 돌아다닌 후인 것 같다.

    "안녕하심까! 형님의 반 공연, 정말 멋졌습니다!"

    "고마워. 그리고 그렇게 딱딱하게 굴지 않아도 되거든?"

    "예! 감사합니다!!!"

     그의 이름은 딜. 우리 문화제에 오기 위해 일부러 바스코다가마 왕국에서 일시 귀국한 마리가 데려온 소문난 남자친구다. 아니, 문화제보다 남자친구를 가족에게 공개하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었을 것이다. 팔짱까지 끼고 있으니, 뭐, 사랑에 푹 빠졌다는 얘기다. 생애 첫 남자친구라 들뜬 마음도 이해는 가지만, 솔직히 너무 들뜬 것 같기도 하다.



    학교에서 얄르 귀레슈[각주:1] 부장을 맡고 있다는 그는, 귀와 꼬리만 호랑이인 반인반수다. 야수처럼 거칠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입만 열면 성실한  느낌의 착한 청년이다. 친가의 양계장을 도우면서 학원을 다닌다고 하는데, 일부러 신선한 계란을 선물로 가져온 것이 기억에 남는다.

     하지만 그, 뭐야. 솔직히 이런 분위기, 난 싫어하는 거다. 연기가 과도한 아침 드라마 같은 의도적인 어색함이라든가, 과장되게 오버리액션을 하는 홈 드라마 놀이라든가, 그런 콩트 같은 이상한 긴장감이 있는? TV 프로그램이라면 재빠르게 TV를 끄거나 채널을 돌리는 수준의, 오타쿠가 싫어하는 최악의 공간이라는 느낌.

     드디어 자랑스러운 남자친구를 가족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되어 기뻐하는 마리. 뻣뻣하게 긴장하면서도, 불편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열심히 그녀의 가족에게 호감을 얻으려고 애쓰는 남자친구. 그런 남자친구와 마리를 웃는 얼굴로 지켜보는 어머니, 젊어서 참 좋다고 말하는 것 같은 엄마. 그리고 딸의 남자친구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어색해하는 아버지.

     아버지에게는 마리에 대한 미련과 미안함이 있다. 마리 쪽은 이미 오래전에 용서하고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아버지 자신도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그래서 딸과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상대 남자에 대한 가치관은 확고하지만, 그래서 일단은 문제없다고 판단한 순간, 이번에는 복잡해진 감정과 마주해야 하는 것이다.

    1. 터키의 전통 스포츠로, 올리브오일을 몸에 바르고 이루어지는 스포츠 경기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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