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장 70(1)
    2023년 03월 07일 13시 58분 0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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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 힌가 노인의 ......"

     나의 중얼거림을 들은 폐하께서는,

    "호오, 힌가 박사를 알고 있었는가."
    "...... 맹약과 천부주옥 연구의 권위자라고 들었습니다."

     그것은 크루반 성왕국에서 토끼의 특급사제 엘 씨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그래. 인간족의 짧은 인생임에도 꽤나 깊이 있는 연구를 했더군. 안타깝게도 십 년, 아니 이십 년 ...... 그 무렵부터 연구를 그만두었을 게다."
    "힌가 박사는...포르샤 왕국의 귀족, 혹은 고위층에 계셨던 것 같습니다. 그 나라의 멸망으로 인해 연구는 사라지지 않았을까요?"
    "...... 그런가, 포르샤 왕국은, 그래서 ......"
    "? 뭔가 짚이는 바가 있으세요?"
    "포르샤 왕국은 표면적으로는 키스그란 연방 내의 세력 다툼에서 패해 멸망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네. 국지적인 전염병에 휩쓸려 인구의 대부분이 죽었지. 그리고 병이 종식될 무렵에는 나라를 지탱할 만한 인구가 남아 있지 않아 게펠트 왕이 병합했다고 들었네만."
    "그런ㅡㅡ 국지적인 전염병 같은 게 있을 수가 있나요?"

     기차나 비행기로 옆 나라에 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닌 것은 알지만, 그래도 마차를 이용한 운송은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사람의 이동도 충분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단 한 나라만 골라서 멸망시킬 수 있는 질병이 ......?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보통은."
    "보통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요?"
    "그 병은 오직 포르샤 왕국만을 노린 것이다 ...... 이 로 인해........"

     왕의 야윈 손끝이, 힌가 노인의 논문을 가리켰다.

     겉표지에는 '천부주옥의 내부 구성에 관한 고찰'이라는 제목이 무미건조하게 적혀 있을 뿐인데, 어떤 내용일까?

    "...... 내용을 봐도 될까요?"
    "상관없네. 하지만 절대 입 밖에 내지 말도록."

     나는 오랜 세월이 지나서인지 빛바랜 종이 뭉치를 집어 들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이건 ......"

     내용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천부주옥의 개조, 파괴에 관한 고찰 ......"
    "그렇다네. 별의 수를 변화시키거나, 혹은 본래 파괴할 수 없는 천부주옥을 파괴하는 것에 대해 연구한 논문일세."

     파괴할 수 없다고? 천부주옥은 파괴할 수 없는 건가? 파괴할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겉모습은 광석처럼 단단하지만, 체내에 흡수할 수 있는 신기한 물건이다.

     [삼라만상]도 천부주옥은 '천부주옥'으로만 판별한다.

    "ㅡㅡ아니, 하지만 분명 용은 천부주를 부쉈는데요."

     나는 아헨바흐 공작령의 영도, 유벨마인즈에서 용과 싸웠을 때가 생각났다.

     용은 입에서 브레스를 내뱉어 천부주옥을 부쉈던 것 같다.

    "레이지 군, 용은 중재자일세."
    "아 ......"
    "당연히 천부주옥에 간섭할 수 있지. 하지만 우리는 불가능....... 아니,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닐세. 그것을 연구한 사람이 바로 힌가 박사지."

     나는 대충 끝까지 읽어보았다. 외워뒀다가 자세한 내용은 나중에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자.

    "[천부주옥은 팔도 마법의 모든 것을 같은 양으로 섞어 파괴와 변형을 할 수 있다] ......? 이 기술을 이용해 생명룡 크루투스비타로 이어지는 심장 같은 것을 만들었다는 건가요?"
    "그 말대로라네. 불완전한 것이었지만 ....... 하지만 이 기술을 완성한 것은 나보다 훨씬 이전의 국왕이다. 힌가 박사는 우리의 기술을 재발견한 것일 뿐이지."
    "그래요 ......?"

     생명룡 크루투스비타는 오래전에 잠들었으니, 하이엘프 왕이 기술을 발견한 것은 수백, 수천 년 전의 일이라는 뜻이다.

    "재발견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모르는 것이 몇 가지 더 있었고 ...... 인간족도 이런 연구를 하는구나 하고 감탄했는데, 역시 금기를 어긴 벌을 받은 건가."
    "...... 포르샤 왕국을 덮친 전염병이 '금기를 범한 벌'이라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렇지 않다면 그대가 말한 것과 같은 부자연스러운 병이 유행할 리가 없지."
    "............"

     나는 기억한다. 힌가 노인이 마지막에 - 보고 싶다고 했던 태양을 그 눈으로 바라보면서 했던 말을.

     ㅡㅡ이 몸은 벌을 받기 위해 존재한다. 죽는 것으로는 갚을 수 없는 죄를 지었기에. 그러나 지금에야 비로소 햇빛을 볼 수 있는 행운이 찾아왔다. 천지를 다스리는 만능의 신이시여, 부디 이 아이에게 축복을 내려주시옵소서 .......

     힌가 노인은 자신 때문에 포르샤 왕국이 멸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그래서 그 죄를 씻기 위해 '육천광산'에 있었던 것일까?

     ㅡㅡ레이지, 네 인생에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나 같은 사람의 행복을 바라며 죽은 그 사람이, 수많은 사람을 죽인 병을 불러들인 장본인이라니....... 대죄인이라니?

    "...... 웃기지 마."

     세상을 둘로 나누고 천부주옥이라는 것을 만들어낸 것이 '천지를 다스리는 만능의 신'이라면, 왜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에 대해 불평하는 것일까.

     눈앞에 신기한 것이 있으면 해명하고 싶어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학자들이 천부주옥을 연구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그런데도 벌을 주고, 병을 주는 것으로, 그 행동을 멈추게 하려고 해?

    "훗, 젊군, 레이지. 하지만 젊음도 좋은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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