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 전부터 단조되어 전해져 내려온 사막의 민초들의 지혜가 느껴진다. 작은 칼을 휘두를 때마다 칼날에 닿는 순간 생명 활동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정지시켜 즉사하는 살라만더들. 생물의 생명을 앗아간다는 두려움과 전투 속에서 고양되는 정신. 무엇보다도 자신이 강해지고 있다는 확실한 손맛과, 이것은 바스코다가마 왕국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는 면죄부.
위험하다, 매우 위험한 징조다. 폭력에, 살육에, 익숙해지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생물의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빼앗을 수 있게 되는 것은 전생에 일본인이었던 나로서는 역시 무섭다. 하지만 싸워야 할 때 싸우는 것 또한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그래서 마음은 부처에게, 손은 악마에게. 적은 쓰러뜨린다. 하지만 목숨 하나하나의 무게라는 것을 최대한 잊지 않도록 노력하자.
"여어, 주인! 즐기고 있냐! 역시 죽고 죽이는 살벌한 싸움은 최고야! 피가 끓어오르는구만! 살아있어! 라고 심장이 뛰는 거지!"
"저렇게까지 솔직하니 차라리 후련하네! 부러울 정도야!!!"
"전장에서 세세한 건 신경 쓰지 마! 죽는다!!! 뭐, 우리가 죽게 하지는 않겠지만! 크하하하하하!!! 뭐, 이 녀석들도 우리를 죽일 생각으로 온 거라고! 사양할 게 아니야!!!"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호탕하게 웃으며 근처에 있던 살라만더들의 머리를 힘껏 움켜쥐고 두 마리를 한꺼번에 도살하는 난폭한 들고양이가, 파직거리며 보라색으로 빛나는 전격을 광범위하게 뿌려대며 다음 먹이를 찾아 날아간다. 곧이어 뒤에서 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보니, 내 머리를 물어뜯으려던 살라만더의 머리가 산탄으로 날아가 버린 뒤였다.
"저 녀석의 전투광스런 성격도 곤란해. 그래도 괜히 고민하고 우울해하는 것보단 훨씬 나을지도 모르겠군."
"고마워요, 덕분에 살았어요."
"문제없다. 이게 내 일이니까."
금속성 마법으로 새로 만든 산탄총을 들고 올리브가 아군에게 오발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사막에 산탄을 뿌리기 시작한다. 이대로라면 로켓 발사기라도 들고 나올 것 같은 기세라고 생각하며 앞으로 나아가다가, 상체와 하체가 깨끗하게 양분된 살라맨더들의 시체를 발견했다. 분명 선생이 베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내 바로 옆에 나타난 선생.
순간이동이라도 하셨나요? 아닌가? 사무라이란 대단하네!
"호크 공. 로건 공과 성수 공의 부대가 적군의 우두머리와 접전을 벌이고 있스므니다. 곧 결판이 날 것이므니다."
시원한 표정으로 서 있는 선생님이 무리의 우두머리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며 말을 마치려는 찰나, 인공 햇빛 같은 빛의 기둥이 눈부시게 하늘을 찌를 듯이 빛나고 있었다.
"살라만더들의 무리를 이끄는 리더는 이 내가 쓰러뜨렸다! 우리 용사들이여! 이제 잔당들을 처치하라! 조국을 지키기 위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확성기 마법에 의해 광범위하게 울려 퍼지는 로건님의 용맹한 말씀에 '우오오오오오오오오! 사막을 뒤흔드는 기세로 울려 퍼지는 분노의 함성. 엄청난 하이텐션으로 수가 많이 줄어든 살라맨더들의 잔당을 처치하는 바람에 사막이 새빨갛게 물들어 간다. 무리 보스의 패배를 깨닫고 뿔뿔이 흩어져 도망치는 것들은 놓아주고, 여전히 맞서 싸우는 것들만 사냥한다.
결국 도망치지 않고 남아있던 마지막 한 마리를 누군가가 처치한 뒤 로건 님이 승전보를 울렸고, 이후 '붉은 사막 사건'이라 불리는 살라만더의 이상 번식과 바스코다가마 왕국 방어전은, 왕국군 측의 대승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