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도련님, 잘 오셨습니다요. 성검이라는 건 어땠습니까요?"
"사흘이면 고쳐질 거라고 하더라. 그러니 그때까지 입 다물고 있어. 부러진 걸 고쳤다거나 사실 내가 부러뜨렸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또 소란스러워질 것 같으니까. 세토 신의 주가를 올리기 위해서라, 어디까지나 세토 님이 이 나라의 절체절명의 곤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하사해 주신 신의 무기라는 명목으로 통과시킬 예정이니 잘 부탁해."
"그래. 이제 나도 이제 신다운 면모를 제대로 보여줘야겠어! 왜냐하면 요즘은 먹고 자고 놀기만 하는 못난 여신 같은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거든. 시선이 너무 따갑게 느껴지기도 하고, 은근히 아프기도 해. 여기서 척! 하고 위엄을 보여주지 않으면 내 입지가 위태로워!"
"하하하. 도련님도 아가씨도 참 못된 분들입니다요."
"누가 아가씨야!"
입으로는 그렇게 말하지만, 어린애 취급이 싫지 않은 듯 보이는 세토 신. 그래, 그 마음은 알겠다.
그리고 성검은 이틀 후 새벽에 배달되었다.
그때 '일단 나중에 왕에게 건네줄 테니 그때까지 당신이 가지고 있어라'며 신검 쿠사나기 소드에 이어 성검 렉스칼리버까지 강요당할 뻔한 버질은, '농담이 아닙니다요'라며 단호하게 거절했었다는 이야기는 생략한다.
◆◇◆◇◆
"와 주었는가, 호크 군"
"예, 뭐. 이 나라에는 여동생도 유학 중이니 형으로서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리고 싶어서요"
"네가 와 주었으니 백전백승이야. 이그니스 님과 함께 몰려드는 마물의 군대를 손쉽게 물리친 일화는 이그니스 님으로부터 직접 들었으니까."
"각색이 심할 것 같은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접어두고, 이번엔 저만 온 게 아니니 안심하세요."
"그게 무슨 소리야?"
"세토 신께서 비장의 성검을 준비해 놓았다고 큰소리쳤어요. 아마 나중에 대대적인 하사 의식을 거행할 것 같네요."
"그건 ...... 대단한데."
"예. 여신이 남긴 유물을 그녀가 수만 년 동안 지키다가 뽑아낸(내가 한 번 부러뜨려서 급히 대장장이 신에게 수리를 부탁한) 검이라고 하더군요. 진짜 신이 만든 무기예요."
조쉬 국왕과 왕국군의 장군들과 함께 작전회의에 참석 중이던 로건 님에게, 시간을 내어 회식을 겸한 사전 브리핑을 했다.
그 후 세토 신이 외모만 보면 아름다운 미소녀의 모습으로 변해 왕에게 명령하여 궁전 앞 광장에 이 나라의 백성들을 대거 모아놓고, 그 앞에서 세토 신이 직접 이 나라에 천 명이 넘는 사라만더의 대군이 다가오고 있으며, 이를 맞이하기 위해 왕국군이 출진할 것 등을 대대적으로 발표하여 모인 백성들을 크게 당황하게 했다.
그러나 그런 민중을 단숨에 잠재울 만큼 신성하게 빛나는, 햇빛처럼 눈부신 빛을 발하는 성검을 '인간들이여! 두려워하지 말라! 나의 가호가 가득한 이 나라를 미미한 마물에게 멸망시키지는 않을 것이니라!' 등의 감동적인 연설과 함께, 많은 국민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국왕 폐하에게 직접 수여했다.
받은 것은 좋지만 누가 쓸 것인가가 문제인데, 조쉬 국왕은 즉시 '형님! 부디 이 나라를 지켜주십시오!!!' 라고 왕의 형님 전하이자 이번 작전에서 군대를 이끌고 마물의 대군을 처치하는 임무를 맡게 된 로건 님에게 넘겨져 눈앞에서 펼쳐지는 신화의 재현 같은 아름다운 여신에서 국왕으로, 국왕에서 영웅에게 성검을 수여하는 역사에 길이 남을 일대 이벤트에 열광한다.
이를 받은 세토 신이 구두로 '좋아요. 당신을 당대의 성검을 지닌 자로 인정합니다'라고 구두로 승인함으로써, 로건님은 태양의 성검의 용사가 된 것도 아닌데 성검 렉스칼리버의 본래 기능을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축하할 일이다.
이렇게 해서 바스코다가마 왕국은 천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큰 사건에 들썩였고, 온 국민이 하나 되어 열광하는 흥분이 식을 줄 모르는 가운데, 다음날 아침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 국민들의 배웅을 받으며 로건 님이 이끄는 왕국군은 살라만더의 무리를 처치하기 위해 의기양양하게 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