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0부 183화 과거의 업보가 지금 돌아온다
    2023년 03월 05일 09시 09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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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래먼지가 소용돌이치는 사막의 대지. 밀려오는 것은 빨강, 빨강, 빨강.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이는 한 무리의 살라만더 무리가 아지랑이와 함께 진군하고 있다. 그 선두에 서 있는 것은 주변의 살라만더들보다 훨씬 더 거대한 무리의 보스다. 일반 살라만더가 1톤 트럭 정도 크기라면, 보스는 2.5톤 트럭 정도 크기다. 그런 살라만다의 무리가 대략 삼천 마리 이상.

    "오오오, 장관이네!"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크레슨."

    "그렇습니다요, 도련님! 도망쳐야 합니다요! 역시 저 숫자는 무리입니다요!"

    "안타깝게도, 그렇게 말할 수는 없스므니다."

    "그래, 맞아. 우리가 여기서 도망치면 그 무리는 바스코다가마 왕국 시가지로 쳐들어올 테니까. 나라와 백성을 지키기 위해 여기서 물러설 수는 없어."

     즐겁게 주먹을 불끈 쥐는 크레슨과 금속성 마법으로 만든 망원경으로 적진을 관찰하는 올리브. 어깨를 으쓱하면서 마지못해 전투 준비를 시작하는 버질 옆에서 카가치히코 선생은 유유히 팔짱을 끼고 있다.

     그리고 우리 다섯 명 앞에서 말을 타고 험상궂은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은 로건=바스코다가마. 왕의 형님 전하이다.

    "야, 왜 저런 일이 벌어진 거야? 성수인 내가 있는데도 굳이 이 나라에 시비를 걸러 올 이유가 없잖아?"

    "실은 당신이 잠든 사이에 구조조정 당했다던가 하는 거 아닐까요? 그 여신님이니까 '일하지 않고 수만 년 동안 잠만 자고 있는 애는 해고해 버리자~'라든가, '다음에는 더 귀여운 반나체 동물귀 미소년이 좋겠어 후후! '라고 말하면서 그런 걸 아무렇지 않게 할 것 같은데요."

    "우! 부정할 수 없는 ......, 과연 그럴 리가 없잖아!!!"

     내 품에서 펄쩍펄쩍 뛰는 새하얀 치와와. 오랜만의 성수 세토 신이다. 사건의 발단은 그녀가 급하게 내게 연락을 해 온 것에서 시작되었다.

         ◆◇◆◇◆.

    "잠깐, 호크! 큰일 났어! 살라만더의 군대가 바스코다가마 왕국에 접근하고 있어! 이대로라면 나라 전체가 그 불 뿜는 도마뱀으로 뒤덮여 사람도 건물도 다 까맣게 타 버릴 거야!"

    "정말 큰일 났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말했잖아!?"

     우울했던 장마가 끝나고 더 우울한 여름 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그런 계절감 따위는 무시한 채 에어컨 마도구로 쾌적하고 시원하게 건조하게 생활하고 있는 내 방에 갑자기 전이 마법으로 뛰어든 제토신(강아지 형태)이 나타났다.
     
     예전에 소녀의 모습으로 갑자기 뛰어들어 왔을 때, 마침 목욕을 마치고 시원하게 쉬고 있던 내 알몸을 마주하고 난 후, '나 다시는 소녀의 모습으로 오지 않을 거야'라고 창백한 얼굴로 선언한 이후 그 말을 그대로 지키고 있었는데, 오늘만큼은 평소와 다르다.

    "천 마리에 가까운 살라만더가 사막 전체에 넘쳐나서 큰일 났어! 제발 도와줘! 너희들이라면 할 수 있잖아!"

    "도와주는 것은 물론이지만, 그래도 여신님께서 직접 만드신 성수라면 그 정도의 마물은 쉽게 물리칠 수 있지 않을까요?"

    "나는 원래 성검의 용사에게 시련을 주고 그 뒤에는 수시로 지원한다고 할까, 용사를 이끄는 입장이기 때문에 용사의 활약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큰 활약은 할 수 없도록 여신님께서 조정해 주셨어! 게다가 네가 성검 렉스칼리버를 부러뜨려 버린 탓에 나는 진짜로 일반 몬스터보다 훨씬 강하고 귀여운 미녀에 지나지 않게 되었으니깐!!"

    "그 이명은 그렇다 치고, 그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나중에 냉정하게 되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꽤나 나쁜 놈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기분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갑자기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유적지 바닥에 강제로 끌려가서 싫다고 하는데 일방적으로 계약자처럼 취급당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난 건 알겠는데, 뭐, 부러뜨릴 것까지는 없지 않나? 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할까.

     뭐랄까, 어른이 되어서 어린 시절의 철없던 시절이 흑역사가 되어 버린 것 같은, 그런 약간의 부끄러움이 떠오른다고 할까. 나도 그때보다 정신적으로 어른이 되었다는 뜻일까?

    "그래!!! 성검이야! 그 검만 있으면 살라맨더 천 마리, 만 마리 정도는 성검 빔으로 일망타진할 수 있었을 텐데! 이거 어떻게 책임질래, 너!!!"

    "어, 진짜로 그 검이 그렇게 대단한 검이었나요?"

    "뭐, ...... 만 마리는 좀 과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천 마리 정도라면 보통은 쓰러뜨릴 수 있었을 것 같아. 가볍게 한 방에."

    "세상에 ......"



    [우지끈! 하고 뿌리째 부러져 버린 성검 렉스칼리버.
    미안, 만약 정말 필요한 순간이 왔다면 그때는 수리 이벤트로 어떻게든 해결해 줘.
    부러진 성검의 복원 이벤트라니, 얼마나 신나는 일이겠어?]



     뭐 하는 거야, 이 멍청이! 바보!!! 정말 바보 같은 나!!! 지금이야말로 필요한 때가 정말 왔잖아!!! 네가 쓸데없는 짓만 안 했어도 복구 이벤트 같은 거 귀찮은 일 안 해도 됐을 텐데! 이 멍청한 놈아!!! 라고 과거의 자신을 욕해도 소용없다.

     뭐, 그렇다고 해서 세토 신과 계약해서 죽을 때까지 밤의 일과 화장실 안까지 관찰당하는 또 하나의 나로 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어쩔 수 없지. 그녀와 성검의 인연을 끊지 않으면 그때는 어쩔 수 없었으니까.

    "일단, 살라만더의 무리가 왕국에 도착하는 건 언제쯤인가요?"

    "왕은 최소 7일 후라고 했어."

    "그럼 그때까지 서둘러서 하죠!"

    "하자니, 뭘?"

    "뭐기는, 성검 복구 이벤트잖아요!"

    "뭐? 뭐어어어어!?"

    "우오! 뭐야!? 무슨 일인가요 대체!"

    "도련님 무사하십니까!"

     세토 신의 절규가 저택 전체에 울려 퍼지는 동시에, 양손에 돌기둥 같은 대형 기관총을 든 로리에와 그런 그녀가 던져 버렸을 찻주전자나 컵이 담긴 쟁반을 한 손에 들고 버질이 뛰어 들어왔다.

    "잠깐!? 그런 무서운 거 겨누지 말아 줄래!?"

    "오 세토 님, 어서 오세요."

    "자자, 이렇게 놀고 있을 때가 아니라구요. 이러는 동안에도 바스코다가마 왕국에는 시시각각 위기가 닥쳐오고 있다구요."

    "노는 거 아니야!"

     뭐랄까, 강아지의 모습으로 귀엽게 투덜거리는 세토 신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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