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부 182화 이국의 땅에 내리는 비는(2)2023년 03월 04일 00시 51분 4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이거, 제가 필요했습니까요?"
"혹시나 해서."
미리 돈을 지불해 두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보초를 부탁했던 버질과 크레슨이 돌아온다. 올리브와 로리에도 합류하여 여섯 명이 모여 어둠 속에서 세 사람을 위해 묵념을 ......
"이봐! 방심하지 말라고!!!!"
크레슨의 호통과 함께 모두가 그의 시선 끝을 바라본다. 그곳에 있는 땅에 쓰러져 있는 어머니의 머리와 몸통의 양쪽 절단면에서, 뽀글뽀글하고 붉은 검은 어둠이 거품을 내며 슬라임처럼 형태를 이루며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고 있지 않은가.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용서치 않겠다 용서치 않겠다 용서치 않겠다 절대로!!! 너만은, 너만은 아아아아아아!!!"
귀를 막는 듯한, 무시무시한 원한의 절규가 울려 퍼지고, 원귀가 된 어머니의 망령이 붉은색 슬라임인간처럼 거품을 내뿜으며 변모하더니 천장을 뚫을 듯이 부풀어 오르고 휘청거리며 난동을 부린다.
"빛이여, 정화를. 구원과 안식을......."
"아, 아, 아, 아!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뭐 하는 거야! 빼앗지 마라! 내게서 원한을 빼앗지 마라 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빛은 어디까지나 빛, 어둠은 어디까지나 어둠일 뿐이다. 빛 속성 마법은 깨끗한 마음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다거나 하는 것은 전혀 없다. 본질적으로는 빛도 어둠도 그저 자연 원소일 뿐이며, 원소에는 선악의 경계가 없다. 따라서 악인인 나라도 언데드나 고스트를 정화하는 빛의 마법을 사용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제기라아아아알!!! 키누사다 호오즈키마루우우우우우우우우!!! 용서치 않겠다! 용서하지 않겠어어어어어어!!! 너만은!!! 딸의 행복도 목숨도 손자도 빼앗은 너만은, 너만으으으으으으은!!!"
"그 이름은 버렸스므니다. 지금의 나는 그저 카가치히코일 뿐이므니다."
솟아오르는 정화의 빛의 기둥이, 쏟아지는 빛의 천막이 어머니의 원혼으로부터 억지로 원한과 원한과 증오를 깎아내려 간다. 원한을, 증오를 강제로 박탈당한다는 것은 이렇게 보면 매우 잔인한 일인 것 같았다. 상대방의 사정을 완전히 무시하고, 마법으로 강제로 그들을 정화하고 강제적으로 성불시켜 버린다.
일종의 구원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 빛이 그녀에게 구원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결국 붉은색 슬라임 인간으로 변한 거대한 '유령계 마물'은 비 오는 밤, 그것도 실내임에도 불구하고 실내에 가득 찬 여명처럼 맑은 빛으로 분해되듯 빛의 입자가 되어 흩어졌고, 빛의 입자가 반짝반짝 빛나는 흔적만 남기며 이 세상에서 사라져 버렸다. 성불했다고 할까, 아니면 강제로 그렇게 된 것일까.
"...... 이번에야말로, 끝났나?"
"그럴 것이므니다."
"이제 시체 처리만 남았네"
이그니스 황제가 쓰던 붉은 어둠의 불길로, 두 사람의 시신을 재도 남지 않을 정도로 태워버린다. 왠지 나도 추락할 때까지 추락한 것 같은 느낌. 뭐, 사람을 죽이고 기억을 빼앗고 진짜 말로 변신시킨 시점에서 이미 늦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사실이지만.
시체가 마물로 변해버린 탓에 어머니의 흔적은 머리카락 한 올도 폐가 안에 남아있지 않았고, 있는 것은 거세게 뿜어져 나와 천장과 벽과 바닥에 묻은 핏자국뿐이다. 이제 한 건이 마무리된 걸까?
"다들, 돌아갈까?"
"그래, 얼른 돌아가서 목욕이나 하고 개운해지자고."
"설마 인간이 마물로 변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될 줄이야."
"우우!!!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할 것 같다고!!"
"죽어서도 끝없는 원한이 사람을 마물로 만들어 버리다니. 사람의 원념이란 정말 무서운 것이므니다."
내 방으로 통하는 전이문을 열자, 뒤통수를 긁적거리는 크레슨과 양손으로 팔을 짚고 있는 버질, 그리고 안경을 꾹꾹 눌러쓴 로리엘이 먼저 들어갔다. 올리브는 만약을 대비해 항상 내가 지나간 뒤에 통과하는 것이 보통이다. 칼을 든 카가치히코 선생은 빛이 되어 사라진, 아니 빛이 되어 사라진 어머니가 있던 곳을 향해 합장하고 있었다.
한참을 말없이 서서 선생이 기도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 나도 모르게 합장을 했다. "죄송합니다. 용서해 달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딸과 손자 손녀들 모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무책임한 기도를 드린다. 그 마음에는 거짓이나 비꼬는 말이 없다.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무책임한 말이다.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므니다."
"아뇨, 괜찮아요. 이제 가요, 선생님."
내가 내민 손을 잡으려 하자, 선생님은 당황한 듯 뻗은 손을 거두었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손을 내 손으로 잡았다. 살인자의 손이다. 무고한 사람들의 피가 묻은 죄인의 손이다. 그리고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늙은 원숭이의 손은 따뜻하고, 내 손을 조심스럽게 잡아주는 모습은 어디까지나 부드러웠다.
"호크 공"
"예."
"고맙스므니다."
"...... 예"
주룩주룩, 비가 계속 내린다. 모든 것을 씻어내듯 차가운 빗줄기가 쏟아져 내린다. 여름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가운 공기는 쌀쌀함마저 느껴질 정도다. 하지만, 서로 잡은 손의 온기가 있다면 그런 추위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나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느끼고 있다.
19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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