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장 168화 파멸(1)
    2023년 03월 05일 02시 03분 1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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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끊임없는 충돌에, 숲이 흔들린다.

     숲 속을 고속으로 이동하는 두 그림자.

     칠흑 같은 검은 칼과 마력이 넘치는 한 자루의 검이 순식간에 교차한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거리가 벌어지자, 보검 그레이에 가느다란 십여 가닥의 실 같은 마력이 감기자, 곧바로 그것을 휘두른다.

     풀어진 그것들은 불규칙한 움직임으로 마왕을 향해 휘몰아쳤는데, 도망칠 틈도 주지 않고 부드러운 바람으로 쓰다듬는 것처럼 날아갔다.

    "ㅡㅡㅡㅡ"
    "큿......!!!"

     마왕은 오히려 전진하여 필요한 최소한의 실 네 가닥만 베어버렸다. 옷에 스치면서도 미세한 틈새를 만들어 숨어 들어가자, 그 기세를 몰아 라기린의 복부를 관통하듯 얕게 베어버렸다.

     달려온 미세한 참격의 실이 나무들을 차례로 잘게 쪼개어 소금으로 만들어 버린다.

     조=울트의 일각과 니다이의 검술, 흉악하고 무자비한 조합은 여전히 건재했다.

    "............"

     평원 때와는 다른 마왕의 강공의 자세.

     열량이 전혀 다르다.

     니다이의 검술을 가지고도 마왕의 칼이 앞선다.

    "네 것은 니다이의 것과는 전혀 닮지 않았어."

     속마음을 꿰뚫어 본 것인지, 마왕은 검은 칼날을 휘두르며 차갑게 말했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거야!"

     가짜라고 듣자 짜증을 억누르며 재빨리 말하지만, 검의 인도는 사라져 간다.

     그토록 보였던 빛의 길이 덧없이 사라져 버린다.

    "마지막 시련이 마왕이라니. 이것도 운명인가....... ......"

     라기린의 발밑에서 소금의 대지가 펼쳐진다.

     흙도, 나무도, 바위도, 강물도, 모든 것이 그 모습을 바꾼다.

     이 자를 죽이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로 끝난다.

     기분 나쁘게 으르렁거리는 뿔이 왼쪽 몸통에서 더욱 자라난다.

    "크, 으으......!!!"

     영혼이 오염되고, 생명이 더럽혀져 강렬한 공포와 거부반응에 시달리지만 ...... 검의 인도의 소멸은 잠시 멈춘다.

    "......ㅡㅡㅡㅡ!!!!"

     움직임에 인간미가 돌아온다.

     니다이를 연상시키는 조용한 내디딤에서, 왼손으로만 올려베기.

     그걸 받아내려던 칼이 갑자기 당겨지더니, 오히려 아무렇게나 옆으로 휘두른다.

    "............"

     크로노가 돌아보니, 검의 압력에 의해 광범위한 소금 숲이 벗겨져 하얀 가루가 되어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곧바로 피눈물을 흘리며 증오로 물든 라기린을 향해 돌아섰다.

    "이것이 내 각오다."
    "흥미 없어. 그냥 최선을 다하면 돼. 다 쏟아부은 그것을 정면으로 때려눕히면 ......뭐 그걸로 끝이니까."
    "어디 한번 해봐라!!!!"

     할 수 없는 일을 너무나도 쉽게 외치는 마왕에 대한 짜증은 점점 더 커져, 분노의 검격으로 공격한다.

     탐색도, 흔들기도 없이, 정면으로 일도양단만을 노린다.

    "읏ㅡㅡ!!"

     라기린의 검압에 발밑이 무너지는 가운데, 부서지는 발판을 옮기며 칠흑의 칼날로 맞받아친다.

     맹렬히 타오르는 라기린을 대상으로, 조용히 그리고 차분하게 칼을 휘두른다.

     양측이 한 손으로 잡은 칼날이 연이어 불꽃을 터뜨린다.

     기술에는 기술을, 칼날에는 칼날을.

     지금까지의 독선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을 만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승리여야 한다.

     정면으로 잘못을 인정하게 만든다. 마왕의 그 의지가 전해지자 라기린의 얼굴이 더욱 분노에 휩싸인다.

     갑자기 곡조가 변하듯 라기린의 검의 기품이 변한다.

     발놀림과 몸놀림이 유연해지고, 독무를 연상시키는 회전에서 검무와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

    "꽤나 거칠군 ......"

     마왕은 그것을 보자마자 크게 뒤로 물러나면서, 왼손에 어둠의 마력을 품었다.

    "받을 수 있다면 받아봐라. ㅡㅡ!!"

     

     라기린을 중심으로 베기의 폭풍이 파동이 되어 구형으로 퍼져 나간다.

    "읏ㅡㅡㅡㅡ"

     이에 맞서는 마왕은, 마력을 머금은 왼손을 ...... 강하게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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