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
"...... 넌 틀렸다. 이런 짓을 하는 놈의 말은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아. ..........읏!"
소금의 땅에서 무수히 많은 날카로운 가시가 튀어나온다.
순식간에 소우마를 둘러싸면서, 수많은 가시가 급소를 향해 돌진하고 있었다.
"............!"
시선만 돌거리며 주위를 살피자,
"............"
"............"
셀레스티아와 아스라를 포함한 그 일대의 모든 이들에게 소금 가시를 겨누고 있었다.
지금의 라기린은 이 자들을 순식간에 전멸시킬 수 있다.
"남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없어. 그 단계는 이미 지나갔고, 나도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어. 내가 무엇을 할 것인지를 그 눈으로 바라보기만 하면 돼."
가만히 있으라는 경고를 하자마자, 소금 가시가 가루가 되어 바람에 흩날린다.
누구나 새삼스럽게 짐작한다.
영역 내에서는 만능에다가 여러 권속을 거느릴 수 있고, 근거리에서는 아수라를 능가한다. 머지않아 마왕군도 모두 그의 부하가 될 것이다.
아니, 마음만 먹으면 모든 생명체를 부릴 수 있다.
"하지만 너는 이 마물조차도 전멸시키지 못했어. 그럼 이렇게 하면 어떨까. 지금까지의 권속과는 격이 다를 거다? 〈동결위기・아비바리스〉"
이 녀석은, 마신 혹은 그와 비슷한 존재다.
마신의 등 뒤에서 차가운 기운이 불어오며, 커다란 그림자가 나타난다.
온몸을 덮는 로브를 입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거북이를 연상시키는 얼굴을 한 무언가.
"ㅡㅡ알겠다, 이젠 됐다."
아스라의 육체가 부풀어 오르며 한 단계, 두 단계 더 기괴한 기운이 넘쳐난다.
"이제 됐다니?"
"그 기술은 잔재주에 지나지 않아. 장례 대신으로 내가 너를 죽여주마."
"...... 대단하네,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와. 이렇게나 많이 보여줬는데도 여전히 싸우려는 의지가 남아있다니 ......"
중후한 흑극의 무게를 계속 휘두르는 아스라의 몸에는, 어느새 수라가 깃든다.
더 강인하게, 더 강력하게, 더 두텁게.
더 빠르고, 더 자유자재로, 더 무겁게.
예의상으로 착용한 갑옷이 찢어질 것처럼, 근육이 부풀어 오른다.
양팔을 감싸고 있는 갑옷이 분노를 표출하듯 삐걱거리는 소리를 낸다.
"조금 과하겠지만 각오해라."
"어, 어이, 아수라. 너 설마 ......?"
소우마와 랜스만이 알고 있다.
아직 아스라는 진심이 아니다.
하지만 드디어 저게 온다. 게다가 이번엔 양팔로 하는 것 같다.
"하쿠토 군, 우리는 물러나도록 해요. 괜찮겠지요, 아스라 씨."
"어, 나도 ......?"
갑작스럽게 이름이 불리자 놀라는 하쿠토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레스티아는 더 묻는다.
"얼마나 멀리 떨어지면 되나요?"
"최대한 멀리. 휘말리고 싶지 않다면 서둘러라."
"...... 알겠어요. 하쿠토 군, 가요."
하쿠토에게 그렇게 명령하고서, 아스라가 대답하자마자 셀레스티아는 발걸음을 돌리려 한다.
[이봐, 자네 차례는 끝났다네. 순서대로 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나]
흐린 하늘 아래, 정체된 초록빛이 기쁘고 요사하게 타오른다.
뒤에는 늪에 하반신이 빠진 상태로, 뼈의 고릴라에게 눌려 있는 코끼리의 거병이 있다.
"...... 마왕군도 힘들겠구나. 동정은 해."
아비바리스는 어디까지나 위협으로만 보였을 뿐이지만, 지금 이 두 사람은 앞으로의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렇게 판단한 라기린은 처음으로 적의를 품는다.
전례 없는 삼파전이 시작되려 하고 있다.
.........
......
...
그리고 거의 동시에, 어떤 이변을 감지하는 이들이 있었다.
"............"
"............"
바로 크리스토프와 아산시아.
어떻게든 라기린과 권속들 앞에서 두 공주를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피신시킬 수 있을지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래서 그 사소한 변화를 눈치챘다.
"............ 어디로 갔지?"
권속들이 사라졌다.
연암충을 먹어치우던 괴어들도, 뼈다귀에 눌려 있던 거상병들도 잠시 눈을 뗀 사이 사라졌다.
탐욕과 용맹으로 무례하고 무례하게 세상을 휘젓고 다니던 권속들이 갑자기 사라지고 말았다.
"............?"
라기린의 뒤에서 냉기를 머금고 나타났던 아비바리스의 거대한 모습도, 점점 희미해져 갔다.
고개를 돌려 의아한 표정을 짓는 라기린을 보면 그의 소행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리고 ............ 서서히 다른 사람들도 약간의 이변에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통, 그런 경쾌한 소리가 일부 사람들에게 들려온다.
그것은 트롤이 사용했던 물건으로 보이는, 땅바닥에 꽂혀있던 대검에서 나온 것이었다.
"...... 휴, 늦어졌지만 어떻게든 도착한 것 같네."
강자들이 지배하던 전장에, 또 한 명......남자가 내려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