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이다. 진심이기 때문에 마왕군을 이용하고, 공주를 노리고, 처음에는 유물을, 그리고 니다이의 손에서 벗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대목적이었던 보검 그레이로 목표를 바꾸고, 계약하고, 실제로 이뤄냈다.
고대의 권속을 따르고, 지상의 자들이 건드릴 수조차 없는 다른 차원의 존재인 '악마'로 타락하는 법을 터득했다.
"......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이것이 옳은 행동이라는 것을."
다가오는 침입자에게 무서울 정도로 무관심한 눈빛을 보내고 있던 아스라가 ...... 문득 조금 떨어진 위치에, 크리스토프와 함께 도착한 세레스티아에게로 시선을 돌린다.
"............"
지시를 받기 위해서일 것이다. 세레스티아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힐끗 보았다.
"아수라 군은 물러서 있어. 설마 이런 식으로 전개될 줄은 몰랐지만, 예상치 못한 손님은 내가........"
"어이 ......"
옆을 지나갈 즈음, 아스라의 부름에 고개를 돌린 라기린.
그 몸통에 팔을 힘껏 휘두르는 강타가 날아왔다.
"읏ㅡㅡㅡㅡ"
...... 그 모습을 본 것은, 아스라 본인을 제외하면 두 사람.
세레스티아와 [늪의 악마] 뿐이었다.
믿을 수 없는 몸놀림과 검술로, 방어불능의 미늘창을 받아흘린다.
방울이 하나 울리는 것 같은 맑은 음색이 뒤늦게 귀에 닿는다.
이어 흙이 터지는 폭발음이 들린다.
"우왓!"
"우우 ......!!!"
갈 곳을 잃은 충격이 땅에 부딪히자, 땅이 뒤집힌다.
"...... 말하는 걸 깜빡했는데, 나한테도 예상치 못한 덤이 있었어."
라기린의 시야에 비친 것은, 본래 보이지 않아야 할 무수한 길이었다.
오랜 시간을 니다이와 함께하며, 끝나는 그 순간까지 최고의 기교로 휘둘러진 보검 그레이. 그 안에는 권속과는 별개로 '검의 기억'이 깃들어 있다.
"지금의 나는 악마의 능력의 편린과 권속에 더해, 니다이가 남긴 검술도 다룰 수 있어."
최악의 능력을 가진 지혜로운 니다이가 탄생했다.
소란스러운 전장에서, 본인은 자부심에 걸맞게 상상할 수 없는 위협으로 용을 향해 나아간다.
"하지만 그대로 재현은 못 하는 것 같네요. 소리가 난다는 것은 약간이나마 충격을 받아 흘리지 못했다는 증거랍니다. 예전에 보았던 니다이는 소리도 없이 흘려냈으니까요."
"방금 것 하나만 보고서 그렇게까지 알아차리다니. ...... 하지만 이 정도의 일이라면 할 수 있어."
놀라울 정도로 여유로운 휘두름.
검의 기억이 이끄는 길을 따라, 검 끝에서 세 개의 작은 칼날이 세 번의 질풍 같은 베기를 날린다.
돌진하는 사람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온 베기가, 마물만 여섯 마리를 베어 소금가루로 만들었다.
그레이에게 상처 입은 것은 모두 소금이 되는 것도 변함없는 것 같다.
"...... 한 번 휘둘러 여섯 마리. 베기 하나 당 두 마리. 확실히 토대가 니다이라서 그런지 경이로운 것은 변함이 없네요"
마력을 구사한 검술로도, 이 정도의 일은 세레스티아도 어렵다.
"오히려 이것이 완벽한 모방이 아니기 때문에 나에게 어울려. 나만의 길을 걸을 수 있으니까....... ......"
"즐거워 보이는군."
종소리가 또 한 번 울린다.
"긁어모은 힘을 과시하며 즐거워하다니, 광대 흉내라도 내는 거냐?"
"훗, 나는 학자다. 전업할 생각은 없어."
두 개, 세 개, 네 개, 그 소리는 울릴 때마다 귀에 거슬릴 정도로 탁해진다.
"큭큭, 칼로 위협하고 힘으로 주장하는 게 학자라니. 의외로 마음이 맞을 것 같군."
"앗 ......!!!"
마치 벌레를 씹은 표정이다.
휘두르는 검에도 흔들림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