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장 17(1)

 

　레프 마도제국의 '입구'였던 관문 앞은 혼돈의 도가니였다. 한때 우리 모험가들이 야외에서 하룻밤을 지냈던 광장이나 모험가 길드의 오두막이 있던 공간은 각국의 형형색색의 병사들이 서로 밀고 당기며 다투고 있었다.

"이봐, 못 지나가잖아!"
"이쪽은 안으로 들어가는 거라고!"
"아얏, 누구냐 부딪힌 놈!"
"장군님!　장군님~!

　몇 명을 붙잡아 이야기를 들어보니, 광천기사 왕국의 총사령관인 장군은 이미 관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고 이를 뒤쫓는 병사들이 몰려들었으며, 키스그란 연맹의 부총사령관도 전선으로 향했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추가 병사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다.
　크루반 성왕국은 이미 전 성왕인 그렌지드 각하가 전선에 있는 관계로 상황 파악을 위해 병사를 보내려다 보니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편, 안쪽에서는 마침 키스그란 연맹의 병력 교체 시기라 두꺼운 담을 사이에 두고 군대가 머물고 있다. 관문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리고 나는ㅡㅡ늦어버렸다.

"음...... 우리 광천기사 왕국이 이런 꼴이라니."

　방금 전, '월하미인'에서 나가려는 나를 붙잡은 것은 이 빌헬름 님이었다. 그는 소속을 알 수 없는 기사의 모습으로 현장에 뛰어들면 쓸데없는 의심을 사서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와 함께 가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하지만 빌헬름 님은 의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기사의 제복으로 갈아입을 때까지 기다리게 되었다.
　시리스 백작과 조금이라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지만, 늦게 출발한 탓에 혼잡에 휩쓸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의미가 없다.
　안에는 라르크가 있다. 그녀가 싸우고 있는 것이다.

"빌헬름 님, 역시나 이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릴 수 없습니다. 저는 먼저 가겠습니다."
"먼저 가겠다 ...... 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냐?　이 인파를 뚫고 가겠다는 건가?"
"아니요, 위에서 가겠습니다."
"...... 위?"

　깜짝 놀란 얼굴로 올려다보는 빌헬름 님과 다른 기사들.

"조금 눈에 띄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이 제복을 입었으니까요."
"아니, 그건 상관없지만.......어이, 레이지 공!?"

　나는 달려 나갔다.......관소가 아닌, 이 광장을 둘러싼 절벽으로.

(【신체 강화】, 【보조 마법】--【다리 힘 강화】, 【도약술】!)

　절벽 앞에서 쭈그리고 앉은 내 발이 땅을 걷어차자 그곳의 바닥이 펑펑 터져버렸다.

"우왓!"
"뭐야!"

　그 폭발음을 알아차렸는지 일부 병사들이 웅성거린다.
　내 몸은 7미터 정도 높이로 솟아올랐는데, 절벽 위까지는 이보다 10배 가까이 더 높다.

"저거로는 전혀 닿지 않겠군."
"아니, 잠깐만.......저건 뭐야!"

　거기에 【불마법】을 추가. 폭발과 함께 내 몸은 발사되어 [바람마법]으로 가속한다. 아직 닿지 않는다. 여기에 더욱 마법을 추가하고, 추가하고, 추가.........
　'꺄악'이라든가, '으악'이라든가, 그런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가 병사들에게서 들려온다.
　확실히 아프다. 아직은 다루기에 익숙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회복마법]을 병행하면 금방 상처가 없어지고, 무엇보다 이렇게........,

"닿았어!"
"대단해!"

　내 몸은 절벽 위까지 도달했다.

"후우--"

　불에 탄 유니폼을 털면서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미개척지 카니온]과 제국을 가르는 절벽은, 테이블 마운틴이나 에어즈 록처럼 솟아오른 대지로 되어 있었다.
　멀찍이 아래에서 입을 쩍 벌리고 있는 빌헬름 님 일행에게, 오른쪽 옆구리를 들어 올려 오른손 주먹을 가슴에 대는 광천기사 왕국식 경례를 보냈다.
　놀란 빌헬름님들도 마찬가지로 경례로 화답한다.

"좋아, 가볼까."

　이 높이에 섰음에도 살짝 고개를 내민 것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종언의 송곳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