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5 화 크리스티나 공방전
    2020년 11월 29일 23시 34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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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1456gm/5/





     그리고 현재.


     [어이어이 치나. 이 녀석들 어차피 러시아어 모르겠지만, 너무 심한 말하는 거 같지 않냐]


     내가 치나에게 그렇게 말을 건 순간, 전방위에서 살의의 파동이 나를 덮쳤다.


     "어이, 왜 저 녀석이 크리스한테 말을 걸고 있냐고. 그보다 무슨 말이야."

     "크리스가 곤란해하고 있잖아."

     "내 동생한테 손대지 마!"


     그런 중얼거림이 곳곳에서 들려왔다.

     말하는 녀석들은 들리지 않게 하려는 셈이겠지만, 유감. 

     통역자의 귀는 세세한 험담도 놓치지 않습니다.


     그건 그렇고 이 녀석들, 진짜로 지들이 하는 짓을 모르는 모양인가.

     누구나 너네 같은 소통력 괴물이라고 생각하지 마.


     [미안 요리. 일본어 모른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전혀 들어주지 않아서.....]

     [아, 응. 알고 있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이 녀석들도 나쁜 생각으로 그러는 건 아니니까....]


     그래, 이 야생말들에게 악의가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쁜 생각이 없는 게, 더 열받아. 이런 짓을 태연히 하고 있다니. 이젠 줘패서 알게 해주는 수 밖에 없겠어]


     용서해주지 않을 거라고?


     [잠깐잠깐! 그건 안돼! 요리가 때리면 죽어버린단 말야!]


     입장이 바뀌어서, 구슬이 구르는 듯한 목소리를 필사적으로 내어서 날 다독이는 치나.


     마치, 일상계 애니메이션, 그대로다.


     그렇다고는 해도.....괜찮지 않아?

     이 녀석들 슬슬 피투성이로 만들어도 용서되지 않을까?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 갑자기 모여든 학생 중 한 명이 나한테 야유를 하였다.


     "어이 카가미! 영문모를 말 하지 말라고! 크리스가 곤란해 하잖아!"


     트집을 잡은 것은, 시오리 팬클럽의 한 명인 남학생.


     정말, 팬클럽과 친위대들은 날 싫어하는구만.


     "저기 말야, 아무리 봐도 내 쪽이 대화가 성립하고 있잖아. 치나가 보기에는, 영문모를 말을 하는 건 너희들 쪽이다."

     "그럴 리가 있겠냐! 그리고 치나라니, 크리스를 말하는 거냐? 멋대로 기분 나쁜 애칭을 붙이지 말라고!"


     꽤 제멋대로인 말투에, 내 분노 게이지가 상승해간다.


     이마에 푸른 핏줄이 불거지는 걸 알겠다.

     이렇게나 화가 난 것은 오랜만이다.


     "어이, 너 치나를 위한다며 하는 짓, 그거 전부 본인이 곤란해 한다고. 진짜로 치나를 위한다면, 러시아어로 말해."


     자! 말해봐! 앙!? ......이라며 강하게 쏘아붙이고 싶었지만, 이 이상 큰일이 되어버리면 더욱 치나가 곤란해할지도 모르니 참는다.


     뭐라고! 라며 친위대(시오리의) 남자가 언성을 높였던 그 때......


     "자자, 두 사람 다 진정해."


     다른 남학생.......그 미남 군이 끼어들었다. 여전히 반짝거리는 오라를 몸에 휘감으면서, 어디까지나 친구들과 같은 입장인 동료라고 말하는 듯한 말투.


     역시나 정의남. 잘 알고 있구만.

     자, 나로선 제어할 수 없는 이 야생마놈들을 쓰러트려줘!


     "모두 진정해. 카가미도 나쁜 생각으로 그러는 게 아냐."


     .............전언철회. 아무 것도 모르잖아 이 새대가리.


     "카가미도 크리스에게 말하고 싶은 건 알겠지만, 그녀를 곤란하게 만드는 건 좋지 않아. 전입 첫날이니까, 편하게 해줘야 해."


     거의 같은 뉘앙스로 말했습니다만?

     어째서 대화를 듣지도 않았는데 끼여든 거냐 이 녀석....

     아니, 듣고는 있었겠지. 이해하지 않은 것 뿐이고.


     일단, 이 이상 말해도 상황이 나빠질 뿐이어서 입술을 깨물며 꾸욱 참는다.

     그럼에도 열이 뻗쳐서, 조금 더 강하게 깨물어본다.

     물러난다. 여기선 내가 물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건.....미안하다. 앞으로는 신경 쓸 게."


     어떻게든 참고서 양보의 말을 짜낸 내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런, 깨물고 말았다.




    ~~~~~~~~~~~~~~~~~~~~~~~~~~~~~~~




     "이랴아아아아아아아!!"


     타아아아아아앙!


     체육관에 굉음이 울려퍼짐과 동시에, 펼쳐진 경기용 다다미에 건장한 남자가 패대기쳐졌다.

     넓게 깔린 다다미 위에 있는 것은, 2인 1조의 페어가 3조로 총 6명.

     그리고, 다다미를 둘러싸서 지켜보고 있는 자들이 10명 남짓.

     이 전원이, 군복 바지에 녹색 티셔츠를 입고 서 있다.


     여긴 재일 미해군기지 내에 있는 훈련용 체육관의 하나로, 현재 격투술의 훈련을 하고 있다.

     패대기쳐진 것은, 다다미 위에서 같이 훈련하고 있는 사람이고, 던져버린 것은.....나다.


     [오오! 평소 이상으로 기합이 들어있구나 이오리!]


     다다미 밖에서 지켜보던 한 군인이, 유쾌하다는 듯 영어로 말을 걸었다.


     [울분이 쌓여있었다고]

     

     난 영어로 대답하면서, 상대의 남자가 일어서도록 손을 빌려주고, 그대로 다다미 밖으로 나가서 다음 조와 교대했다.


     어째서 내가 군의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가.

     그것은, 여기서 통역 일하고 있던 아버지께서 내가 어릴 적부터 자주 데리고 와서 그렇다.

     가만히 내버려두면 어머니께서 나에게 심하게 대할 거라고 알고 있어서, 집에 두고 나가지 않은 것이다.

     아버지께서 일하시는 중, 내가 견학할 수 없는 내용일 때에는 군 사람들이 훈련장의 옆에서 돌봐주는 일이 많았고, 차츰 나도 훈련에 참가시켜주게 되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는, 통역의 일이 없을 때는 매일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물론, 부대 팀워크 시뮬레이션 등은 어쩔 수 없이 견학이었고, 주로 개인 기능의 연습과 체력 단련의 프로그램에 합류할 뿐이다.

     더불어, 어째서인지 훈련의 시간도 시급을 받고 있다.

     책임자 왈, 평소의 훈련사정을 파악하는 것과, 장병들과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을 취하는 일이, 통역시의 원만한 정보 교환에 연결된다거나 말거나....

     요약하자면, 군인 분들에게 상당히 신세를 지고 있다는 말이다.

     나로서는, 군의 훈련에 섞여들면서 통역 일도 하는 이 매일이 참을 수 없이 즐겁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결국 오늘은 하루 종일, 쉬는 시간 때마다 모두 치나 주변에 모여들어서 그걸 내가 비호하며 어그로를 끄는 일의 반복이었다.


     딱히 모두가 날 이유없이 싫어하는 것도 아니며, 그들의 불합리함에 내심 질린 녀석들도 있기는 하지만, 애석하게도 시오리 신자들의 영향력이 강해서 나에 대한 비난이 심하다.

     뭐 그건 평소대로라서 이젠 익숙해졌지만, 오늘은 왜인지 꽤 열받았다.


     내일은 또 어찌 될지 우울하다.


     그 때, 삐~! 하고 종이 쳤다.

     훈련종료의 시간이다.


     아직 충분히 날뛰지 않았지만.....어쩔 수 없지.


     모두, 꽤 지친 듯한 몸으로 체육관의 샤워룸으로 향했다.


     그 도중,


     [이오리, 오늘은 밥먹고 나서 농구할 건데, 할 건가?]


     앞서 나의 조였던 건장한 남자......리암이, 나에게 그렇게 제안하였다.


     이것도 항상 있는 일.


     평소라면 어울리겠지만, 오늘은.....


     [치나에게 일본어를 가르쳐줘야 하니까, 당분간은 거절해야겠어. 미안]


     거절하지 않으면 안된다.


     오늘의 모습으로 보면, 그녀에게 최소한의 일본어를 가르치는 건 급한 일이다.


     [안지가 입양한 애 말인가. 큰일이구만. 제대로 지켜주라고!]

     [...................알고 있어]


     리암의 호쾌한 격려에 대답을 해주면서, 샤워를 끝내고 재빨리 관사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안지의 집과 똑같은 복도를 나아가 부엌으로 나와서, 일본어 교본을 가지러 침실에 들어갔다.


     "어?"


     방에 들어가자, 정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와서 무심코 놀람의 목소리가 새어나오고 말았다.




     "어째서 치나가, 내 침대에서 자는 거지."




     그곳에는, 어째서인지 내 침대에서 잠소리를 내는 작은 동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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