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화 : 원죄에 안달복달
    2020년 11월 29일 11시 00분 4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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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1456gm/2/





     내가 크리스티나와 만났던 날의 이야기를 하자.




     거슬러 올라가길 4일 전. 개학식 날.


     금요일.


     쌍둥이 누나인 시오리가 나에 대한 험담을 한 덕분에, 난 일부 녀석들에게서 나쁜놈 취급을 받게 되었다. 

     일부라는 것은, 시오리를 둘러싸고 있는 친위대 여자들과, 팬클럽의 남자들을 말한다.

     나에게 평범하게 대하던 녀석들도, 그 녀석들의 영향으로 요즘 날 피하게 되었다.

     뭐 이 자초지종에 대해선 나중에 자세히 말하겠다.


     그날도 난 학교가 끝남과 동시에 돌아갈 채비를 시작해서, 재빨리 귀가를 하려 하였다.

     오늘은 개학식과 청소 뿐이어서, 정오 무렵에 해산이다.

     다른 학생들도 빨리 돌아갈 수 있다는 기쁨에 젖어들어서, 제각각 수다를 떨었다.


     "카가미, 있어?"


     거기에, 다른 학급의 여자 몇 명이 우리 교실을 방문했다.

     날 찾는 모양이지만, 무슨 일일까.

     아니, 왠지 예상할 수 있는 느낌이 든다.


     "카가미라면 저곳에 있어."


     거기에 대응해준 사람은 학급의 미남 군.

     나긋나긋한 말투를 쓰며 언제나 정의로운 남자로, 이세계 소환이라도 당한다면 틀림없이 용사가 되지 않을까 싶은 분위기의 녀석이다.

     뭐, 그 정의감은 거의 자신의 잣대가 기준인 모양이지만.....뭐 지금은 가만 놓아두자.

     

     찾아온 여학생들은 미남 군에게 감사를 표하고는, 내 책상을 둘러싸듯 다가왔다.

     난 일부러 눈치채지 못한 척을 하며, 가방에 짐을 넣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왠지 반응하는 것도 귀찮고.


     어차피 시오리의 친위대를 자처하는 여자들이겠지.

     이름은 한 명도 모른다.

     어차피 '저 녀석' 이 또 내 불평을 늘어놓았겠지. 그것도 상당히 과장해서.

     이 녀석들은 시오리를 남자의 마수에게서 지키려는 명목으로 시오리를 따라다니려는 무리들이지만, 내가 보기에는 친구를 생각하는 좋은 녀석을 연기하는 교활한 여우집단이다.

     

     그런 녀석들을 상관할 정도로 난 한가하지 않다.

     알바도 있으니.


     "저기! 카가미!"


     기다림을 못 참고 한 친위대 멤버가 내 책상을 가볍게 치면서 말을 걸었다.


     탕 하는 소리가 들리자, 교실에 있던 절반 정도의 학생들이 이쪽을 주목했다.

     귀찮아~라고 생각하면서도, 스스로 이미지를 안 좋게 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잔잔하게 대답을 해주었다.

     그래, 방금 전의 미남 군 처럼.


     "아아?"


     무리였습니다아아!


     매우 퉁명스럽게 되어버렸다! 나 자신의 마음에 너무 솔직해에!

     예상 외의 고압적인 태도에, 친위대 여자들도 미묘하게 움츠린 기색이다.

     뭐, 스스로 말하는 것도 뭣하지만 난 그럭저럭 마른 근육질이다.

     어느 정도는 박력이 나왔겠지.


     "너, 너 말이야.....!"

     

     그럼에도 다시 일어서서 어떻게든 위협해보려고 하는 건, 역시나 친위대라 말하고 싶은 부분이었는데, 내 정면에 선 리더같은 녀석이 입을 열었다.


     "너, 또 시오리가 목욕탕에서 옷 갈아입는 모습을 봤다고 하던데!? 민폐끼치는 짓 좀 적당히 해! 그 애의 기분을 생각한 적이나 있어?"


     말하기 시작하자 분위기를 탔는지, 점점 목소리가 커지며 말도 안되는 일을 꺼내버렸다.

     시오리와는 다른 학급인데도, 이런 짓을 하는 덕분에 점점 반에서의 평판도 내려가고 있는 거다. 진짜, 매번 내 마음을 생각한 일이나 있을까?

     

     그렇다고는 해도, 이것에 관해서는 완전히 무죄이기 때문에 반론의 여지가 있다. 의의있음! 하고 마음속으로 외치며 입을 연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걸 했던 건 소6때의 일일 텐데. 그 이후 그런 이벤트는 일어나지 않았어. 그리고 그것도 노트를 눈치채지 못하고 문도 안 잠갔던 저 녀석도 어느 정도 나빴다고 생각하는데."

     "거짓말 마! 소6 때부터 계속 해왔잖아? 보나마나 문도 조작해놨겠지!"  

     

     그럴듯한 검막을 펼치며 부정하는 친위대여자.

     따라온 여자들도 응응하며 작게 끄덕이는 게 보였다.


     맹신자 놈들..... 난 마음속으로 악담을 퍼부었다.

     이 녀석들은 시오리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차피, 결정적 증거라도 들이밀지 않는 한 나를 나쁜 놈으로 만들 것이다.

     시오리 선입견. 정말 두렵다.

     

     그럼 괜찮겠지. 증거를 내밀어주자.


     "뭐 설령 내가 잊었다고 해도, 적어도 고등학교에 들어간 후로는 절대로 불가능하지. 자, 이거."


     그렇게 말하며 내가 꺼내든 것은, 작년 취득한 대형 2종의 면허증(최근 16세면 대형을 취득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 뒤.....현재 주소의 란을 보여주었다.


     "지금 난 혼자 살고 있고, 시오리와는 같이 살고 있지 않아. 시오리의 집 정도는 파악하고 있겠지?"


     정확한 주소까지는 기억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친위대를 자칭한다면 시오리의 집 자체의 위치는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장소와 시오리의 집.....내 실가하고 그렇게 떨어져 있지 않지만 아슬아슬하게 지역이 틀리다.

     이걸 보면, 웬만하면 내 무죄를 입증할 수 있겠지.


     "같이 살고 있지 않으니까, 착각 따위 할 리가 없어. 이걸로 알았겠지?"


     일부러 주변에 들리도록, 약간 큰 목소리로 사실을 들이민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주위에서 듣고 있는 반 친구들을 발판으로, 오해가 오해인 채 퍼지고 만다.


     이걸로 친위대 제군이 납득해준다면 좋겠지만....




    ~~~~~~~~~~~~~~~~~~~~~~~~~




     그 날의 돌아가는 길.


     학교의 자전거 주차장에 세워두었던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을 기분 좋게 달려나갔다. 타고 있는 것은 KLR650.

     원래는 미군의 정찰용 오토바이였지만, 민간에 불하하게 되었을 때 양도받은 것이다.


     불볕더위 아래, 바람을 가르는 감각이 기분좋다.

     

     그 후, 친위대들은 역시 어떻게든 날 죄인으로 만들려고 몇 가지를 추궁하였다.

     그것도 항상 있는 일이긴 하지만, 약간 정도는 내 말을 들어주지 않을 건가?


     이대로면, 화가 치솟아서 난리칠 것 같아서 딱 잘라 거절하고는 돌아갔다.

     진짜, 시오리와 다른 학교에 가고 싶었다. 여러 사정이 있어서 무리였지만.


     그런 일을 생각하는 사이에, 집.... 재일 미 해군기지의 입구에 도착했다.


     난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여기서 살면서 통역 알바를 하고 있다.


     원래 일반 고등학생이 미군에서 통역을 하는 일은 있을 수 없었지만, 예전부터 이곳의 군인 분과 교류가 있어서, 어린 시절부터 어학만은 능통했던 나는 특별히 인정되었다.


     정규 통역사는 퇴근 시간이 17시까지여서, 그 시간 외에서 일하는 나는 의외로 중요시되고 있다.

     장병용 집합주택의 한 방을 빌려서 살고 있었는데, 그건 내 가정사정을 아는 사람 여러 편의를 봐준 덕택이다. 명목으로서는, '긴급 시의 통역사의 확보.' 라는 것으로 된 모양이다.


     기지의 정면입구, 흰색 철제 게이트를 지나자, 고속도로의 입구에 있는 것과 비슷한 경비원 초소가 있다.

     그 앞에서 일단 바이크를 멈추고 입구 허가증을 제시하려고 하면, 항상 보던 익숙한 경비원이 고개를 내민다.


     "여어 이오리, 개학식 치고는 좀 늦었는데?"

     "다른 학급 애들한테 얽혀버렸어요."


     싹싹하게도 일본어로 말해주는 남자경비원.

     미군기지라고는 해도, 경비와 통역, 청소원 등은 일본인이 많이 있다.

     나도 그 중 하나다.


     그런데....... 볼일이 있는 건지 경비원 아저씨가 약간 진지한 얼굴이 되어 이어말했다.


     "오늘의 일인데, 딱히 통역의 일은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대신 레이크 씨한테 가보라던데."

     "안지한테요? 어째서요?"


     그가 말하는 레이크란, 안젤리나・레이크 하사의 일이겠지.

     항상 일로 해외를 넘나드는 그녀가 일본에 돌아오다니 드문 일이다.


     하지만, 나한테 볼일이라니 뭘까?


     내 물음에, 아저씨도 고개를 갸웃하면서 대답해주었따.


     "잘 모르겠지만, 만나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만 들었다."

     

     


     왠지, 정말 큰일이 일어날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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