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화 : 의문의 미소녀
    2020년 11월 29일 11시 29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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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https://ncode.syosetu.com/n1456gm/3/


     ※ 원문에서도 외국인과의 대화에서는 존댓말을 안 씁니다. 존댓말이 없는 나라가 대부분이라 그런 듯





     일단 자신의 방에 짐을 놓고, 사복으로 갈아입고서 안지의 방으로 향한다.

     그렇다고 말해도, 안지의 방은 내 방의 옆, 도보 5초 이내다.


     삥 뽕~!


     안지 방의 인터폰을 누른다.


     나와 만나게 하고 싶은 사람인가......도대체 누구인지, 가늠할 수가 없다.

     그녀는 나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으로 많은 언어에 능통하니까, 통역 관련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런 일을 생각하자, 끼익 하고 문이 열렸다.

     나온 것은 물론 안지였고, 겉모습은 30대 중반 정도의 탄탄한 몸매를 한 여성.

     금색의 단발을 뒤로 정리하고, 타이트한 티셔츠와 군용 바지라는 그야말로 군인같은 모습이다.


     "헬로 이오리! 오랜만이야!"


     나를 보고 기쁜 듯이 얼굴이 풀어지는 안지. 유창한 일본어는 대단하다고 말해야겠다.


     "안지, 오랜만. 어느 사이에 일본으로 돌아왔어?"


     대답하는 나도, 자연스레 표정이 풀어진다.

     그녀한테는 예전부터 신세를 졌었는데, 어린 시절에는 자주 놀아줬었다.

     요즘은 해외출장만 가버려서 만나지 못하는 일이 많았지만, 때때로 얼굴을 마주칠 시간을 정말 기대하고 있다.

     나 자신은 그녀를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실제 어머니가 싫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어제 낮에. 3일 후에는 다시 출장이지만."

     "여전히 바쁜가 보네. 조금 정도는 천천히 해도 괜찮은데."

     "이젠 익숙해졌어. 돌아다니는 건 성미에도 맞아." 


     평소의 잡담을 교환하는 나와 안지.


     그러고 보니 잊고 있었다. 일이 있다고 말했었지.


     "그런데, 나와 만나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들었는데?"


     약간 억지로, 이야기를 본제로 옮겨갔다.

     여름방학 중에도 불볕더위 아래에서 몸을 움직인 덕에 더운 건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떠올리고 만 이상 신경쓰인다.

     

     안지도, 그랬었다는 식의 표정을 띄우면서 주제를 전환했다.


     "나 말이야...."


     묘하게 기묘한 얼굴에, 무심코 이쪽도 몸을 기울이며 다음 대사를 기다렸다.


     "자식이 생겨버렸어!"

     "뭐어어어어어!!!!?"


     아니아니아니아니!

     어, 예상의 범위는 커녕 대기권 돌파할 것 같은 수준인데요!? 확실히 이전부터 자식을 갖고 싶다고 말했었지만!

     그보다, 만나게 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아, 혹시 뱃속의 아기인가!?

     내가 아는 한, 안지한테는 남편이나 남친이 없었을 터!


     ..........................혹시, 나?


     이런 자리를 만들었다는 건, 설마 나? 아니아니, 난 아직 꽃다운 동정인데.

     헤이헤이 진정해 나!

     일단......아버지를 확인해야겠다.

     

     반쯤 광란상태가 되었지만, 일단 물어볼 건 물어봐야 해! 힘내라 나! 냉정하게 되는 거다!


     "미안, 잠깐 이성을 잃었다. 다시 한번 축하해. 그런데, 상대는 어느 분?"


     아직 표정은 괴상한 채였지만, 어떻게든 질문은 가능했다.

     뭐 축하의 말을 진심이었으니, 그렇게 이상하게는 받아들이지 않았겠지.


     "상대? 없는걸?"


     헤이헤이헤이헤이!

     자식을 너무 원해서 상상 임신해버린 거냐고 girl?

     정말 진짜...그.....어떻게 하면 좋노!?


     아마 이 시점에서, 내 머리가 펑크되어버린 일도, 그 이유도 안지는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지는, 설명을 생략하며 다시금 재촉하였다.


     "일단 올라와. 안의 방에 있으니 만났으면 해."


     안지는 이제 끝장인지도 모른다.


     "안지. 설마 인형을 자식이라고 착각해서........"

     "그래그래! 인형같이 귀엽다니까! 이오리도 곧장 친해질 거야!"


     그렇게 말하며 날 집으로 이끄는 안지. 일단 나도 거기에 따른다.


     그녀는 미국인이지만, 집에서는 신발을 벗는다.

     청결함이 느껴져서 이 편이 좋은 모양이다.

     그 때문에 설치된 신발장의 옆에 나도 신발을 놓고, 복도를 거쳐서 부엌으로.

     미군 관사 특유의 넓은 간격, 높은 천장, 일본보다 색이 짙은 목재를 많이 쓴 마루 등의, 내 방과 같은 광경이다.

     

     부엌에는 그럴듯한 인형이나 포스터가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쪽이야. 쓰지 않았던 방을 그 애의 방으로 했어."


     그렇게 말하며, 안지는 다른 방으로 이어지는 문으로 손짓을 했다. 

     어쩔 수 없지.

     여기까지 왔다면, 받아들일 수 밖에 없겠지.

     문제는 나도 인형을 인간취급해서 안지한테 맞춰 줄지, 현실을 직시하게 해줄지다.

     아, 안지가 빨리 가라고 재촉한다.

     에에이! 어쩔 수 없다!!


     그렇게 마음 속으로 외치고, 안지가 연 문 사이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곳에는....


     침대 위에서 무릎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여자아이로 보이는 등신대 피규어가 보였다.

     데님 반바지에 회색 반팔 티셔츠.

     대폭 노출된 건강한 맨다리.

     빛을 반사해서 투명하게 비춰지는 짙은 갈색 머리칼.

     중단부터 부드럽게 물결치는 듯한 웨이브가 진 아름다운 그것은, 날씬한 몸의 가슴 부근까지 뻗어있다.


     그리고, 우리들이 들어온 것에 맞추어서, 그 얼굴이.........올라갔다.

     어른스러움 속에서도 확실한 천진난만함이 있는, 지금까지 중 제일.... 아니, 틀림없이 평생 만나는 사람 중 제일가는 미소녀일 것이다.


     

     

     무심코, 넋을 잃고 보고 말았다.




     인간으로 보인다. 아무리 봐도 진짜 미소녀로 보인다.

     나도 맛이 갔는가?


     굳어버린 내 어깨에 손을 얹고서, 안지가 말을 꺼냈다.


     "그녀는 크리스티나・쿠르니코바. 너와 같은 나이야. 너무 귀여워서 러시아에서 입양해서 돌아와 버렸어!"


     데헷! 같이 말을 끊는 안지.


     과연. 과연 그렇군.

     음. 잘 생각해보면 알고 있던 일이지만....


     "양녀라면 그렇다고 먼저 말해애애애애애애!"


     일생 최고의 미소녀 앞에서, 일생 최대의 태클을 선보이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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