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22
    2023년 02월 23일 16시 39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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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튿날 하루 종일, 탈출을 위한 준비를 했다.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숲에서 먹을만한 나무열매를 모으던 도중, 낯선 몬스터를 여럿 발견했다.

     

     (어쩌면 [앞세계]에도 있을지도 모르겠어)

     

     녹색의 갑각을 가진 군대개미는 내 몸보다도 크다.

     팔이 넷 달린 긴팔원숭이는 대단한 속도로 나무를 타고 다녔는데, 결국 공격은 없이 나를 경계하며 멀어졌다.

     [삼라만상] 덕분에 의태를 간파할 수 있었던 식인버섯은 독성이 높아서 만지지 않고 보냈다.

     

     (생태계가 완전 달라)

     

     낮 동안은 지저도시의 주위를 확인하고서, [앞세계]라면 성왕도가 있는 방향도 일단 봐두었다.

     그곳은ㅡㅡ황량한 땅이 가득했다.

     풀도 돋아나지 않고 토양이 드러난 황량한 땅에는 몸을 숨길 장소가 거의 없었고, 독지대가 드문드문 존재했다.

     

     (이 일을 아가씨한테 말해도 믿어주지 않겠지)

     

     나는 일련의 조사를 하면서 필요한 물자를 모아 지저도시로 돌아왔다.

     이 도시는 외부 출입의 거의 없는지 아니면 지저도시가 절대 발견되지 않을 자신이 있는지 보초도 없기 때문에, 침입이 들킬 염려도 없다.

     여기서 문제가 하나.

     레프인들을 풀어주기 위한 준비는 대략 끝났다. 이제는 모두가 잠든 때를 노려 탈출작전을 실행할뿐이다.

     그럼 문제란 무엇인가 하냐면ㅡㅡ부선장이라는 자가 누구인가다. 붙잡힌 원사의 이야기로는 엄청난 쓰레기인 모양이지만.

     나는 직접 확인해두고 싶었다. 그래서 소등 전에 돌아가 멀리서 부선장이 나오지 않는가를 확인해 두려고 생각했다.

     왜냐면 일부러 악인인 척을 하며 동료를 구하려는 의인일지도 모르니까.

     그러자ㅡㅡ있었다.

     소등까지 30분 남은 시각, 지저인의 군인 3명에 둘러싸여 바깥을 거닐고 있는 레프인이.

     

     "이히히히. 아이고 뭘 이런 걸 다~! 이렇게 저도 술자리에 끼워주신다니!"
     "비행선의 기술을 조사할 때 네가 필요한 것은 틀림없으니까. 다른 용인은 입이 무거워서 못 써먹겠어."
     "아~! 그 녀석들은 정말 답답한 녀석들입니다! 얼굴에 두세 방 때려주면 됩니다!"
     "너는 진짜...... 뭐 됐다. 네가 말해준다면 그걸로 됐어."
     "이히히히! 이곳의 술이라니 기대된다......"

     일부러 악인인 척을 하며 동료를 구하려는 의인.....일지도......모른다......? 가능성은 0이 아니지?

     소등시간이 되자 나는 부선장을 포함해 4명이 들어간 술집으로 향했다. 취사시간이 끝났는지 굴뚝에서 연기는 피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잔열로 데워놓은 식사를 제공하는 모양이다.

     

     "ㅡㅡ와하하! 마시자 마셔!"
     "ㅡㅡ어이어이 아가씨, 여기서 같이 마시자고!"
     "ㅡㅡ새끼, 눈 좀 똑바로 보고 다녀!"

     ......흥분했다기보다는 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마이카 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옥상에서 다락방으로 이어지는 문을 열었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서는 판자 틈으로 밑의 모습을 들여다보았다.

     그리 넓지 않은 가게 안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빼곡히 늘어서 있다. 취한 지저인들의 피부가 새빨개져 있다.

     험악한 분위기에 압도당했는지 부선장은 움츠린 모습이었지만, 그럼에도 맥주잔을 기울이며 맛있게 술을 마시고 있다.

     

     "여, 부선장 씨. 너 아직도 자신이 [레프 마도제국] 출신이라고 하는 거냐?"

     옆에 앉은 30대 후반 정도의 남자가, 팔을 뻗어 부선장의 어깨를 휘감는다.

     

     "아, 예...... 그런데요."
     "우리는 말이지~ 누구도 그런 나라를 모른다고. 설마ㅡㅡ날 얕보고 씨불대는 거냐?"
     "푸웁! 아아아아니요!"

     맥주를 뿜으면서 부선장이 고개를 젓고 있지만, 남자의 굵은 팔이 부선장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다른 승무원도 저와 같은 말을 할 텐데요!?"
     "그게 말이지...... 그게 수상해."
     "예!?"
     "입을 맞춘 거 아냐?"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좀 봐주십쇼, 백인장님."

     백인장이라면 부하가 100명 있는 계급인가. 저 험상궂은 사람은 꽤 높은 자리에 있는 모양이다.

     확실히, 같이 온 2명은 빈틈없이 부선장의 탈주를 막고 있는 모양이고.

     

     "그런데 말이지~ 증거가 없어."
     "증거...... 증거요?"
     

     부선장은 음침하게 웃었다.

     

     "그럼 이러면 어떻까요? 승무원 중 1명을 고문해보십쇼. 그럼 거짓말인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어이, 너 방금 흘려들을 수 없는 말했는데?"
     "하지만 그렇게라도 안 한다면, 저의 결백은 증명할 수 없으니까요. 누구든 좋습니다. 어차피 저를 무시하던 녀석들이니까......"

     아니 아니, 이 사람 뭐야!

     왜 간단히 동료를 파는 거냐고!

     원사도 당신을 싫어하지만 [패준다] 정도로만 말했는데, 당신은 [고문해도 된다]라고?

     

     (......이 사람은 안 되겠다. 배신할 기색이 없어. 지저인들이 그의 말을 믿는다면, 정말로 누군가를 고문할지도 몰라. 그럼 부상을 입고 죽는 일도 있을 수 있어)

     

     나는 여기서 [때린다] 정도가 아니라 마법을 먹여주고 싶은 욕구가 들었지만, 꾹 참았다.

     

     (그럼 이쪽은 이쪽대로 12명의 탈출계획을 실행해야겠다. 이제 가자)

     

     이 이상 여기 있으면 듣고 싶지 않은 일까지 들어버릴 것만 같다.

     떠나려던 나의 귀에, 백인장의 말이 들려왔다.

     

     "너 말이야~ 자기가 살려고 그러는 것은 이해하고, 이쪽으로서는 고마운 일이지만...... 비행선에 대한 지식, 너무 부족하다고. 그래서는 그분한테 들려주기에는 너무 적다고."

     부선장은 목을 움츠리며 송구스러워했다.

     

     

     

     "......이것 참."

     나는 사다리를 타고 옥상으로 나왔다.

     작전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쳐버린 기분이야.

     그 부선장이 혼자 여기 남으면 어떤 취급을 받을지는 모르겠지만, 거기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자, 작전 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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