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6부 152화 하늘에 떠오른 잔고쿠 섬(2)
    2023년 02월 22일 10시 56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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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돌아다녀 본 성내에는 딱히 주목할만한 것이 없었고, 사람이 생활했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폐허가 된 뒤로 수만 년이라는 모습인데, 식량고도 없고 무기고도 전혀 없었다. 책 한 권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결국 찾아낸 것은 이 비공정 뿐인가."

     

     "그러네요."

     이단 또 피를 흘려서 멋대로 가동하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깜빡 잊고 있었던 로건의 상처를 마법으로 치유해 준 다음, 우리들은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 둘이서 그 비공정을 올려다보았다.

     

     "바스코다가마 왕국에서 군사적으로 이용하는 건 어때요?"

     "글쎄. 전란의 시절이라면 몰라도, 비교적 평화로운 요즘 시대에 이런 것을 갖고 가도 쓸데없는 혼란만 불러일으킬 거야."

     "그건 그래요. 로건 님이 로건 님이라서 다행이에요. 아마 이그니스 님이었다면 바로 써먹을 테니까요."

     "그럴지도. 그는 정말로 자유분방한 사람이니까."

     기뻐하는 황제의 모습을 상상하자, 둘이 얼굴을 마주 보며 웃는다.

     

     "너는 써보고 싶다는 생각 안 들어? 분명 대단한 배라고 생각하는데."

     "농담이죠? 지금도 충분히 전력과잉이라는 느낌인데, 이제 와서 이런 것에 타서 뭐 하고 싸우라는 거죠? 전투기는 쓸 일이 없는 게 제일이라구요."

     "그것도 그래. 자, 체육제가 끝나기 전에 돌아갈까. 이 섬에 마녀의 흔적이 없음을 알게 된 이상, 이제 여기에 볼일은 없어."

     "결국 마녀는 그 지하에서 발견한 마법진의 비밀을 풀기 위해 왕족에게 접근한 걸까요?"

     "그럴지도 모르고, 나중에 우연히 그 마법진을 발견한 걸지도 몰라. 어쨌든 당사자가 이미 죽은 이상 진상은 이제 아무도 몰라."

     턱을 뒤덮은 포도색 수염을 쓸면서, 로건은 눈을 가늘게 한다.

     

     "고고학을 사랑하는 입장로서는 이 고성을 제대로 연구해 보고픈 마음도 있지만, 그것은 나중에 제대로 사전준비를 갖추고서 천천히 해야겠어."

     

     "그게 좋아 보이네요."

     "아니 아니, 조금도 좋지 않아요, Sir. 설마 하던 패스에 이 Sherry, 눈물을 금할 수 없답니다. 뭐, 저는 눈물을 흘릴 수 없지만."

     

     "누구냐!"

     즉시 로건이 나를 등뒤에 숨기면서, 갑자기 옆에 서 있던 이상하게 피부가 하얀 백발적안의 소녀와 대치했다. 인간미가 전혀 느껴지지 않는 분위기와 합성음 같은 전자음성.

     

     "안녕하세요, 저는 Sherry. 범용소형우주선 빅투루유 호에 내장된 관리 AI프로그램. 당신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에이아이?"

     "잠깐만요! 우주선? 우주선이라고 말했어 지금!?"

     "Yes, Sir. 본기는 성간항행용 소형우주선 빅투루유 호입니다. AI을 당신들의 문명 수준에 맞춰서 대답하자면, 골렘처럼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요정 같은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된답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표정인 로건의 앞에, 이번에는 내가 나선다.

     

     "관리 AI라는 말은 그 모습은 설마 아바타? 홀로그램이라도 되는 거야?"

     "Yes, 말이 통하는 분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본모습은 빅투루유에 탑재된 홀로그램 투영장치에 의해 투영된 모습. Sherry의 외형 모델, 음성 패턴, 그 외 등등 인격의 교체를 희망하신다면 그렇게 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남자로 바꿔줄래? 여자아이가 상대면 전혀 진정되지 않아서."

     "Yes, Sir. 원하시는 대로."

     

     그녀가 인사하자, 순식간에 그 모습이 그야말로 세바스찬!! 같은 느낌의 집사복을 입은 노집사로 변했다.

     

     "이런 모습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원하신다면 젊은 집사의 모습도 가능합니다만."

     "아뇨, 그대로가 좋아요. 젊은 미남미녀는 반짝거려서 좀 그래서요."

     "알겠습니다, 도련님. 그러면 제가 사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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