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4장 17
    2023년 02월 21일 14시 09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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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질이 되면 상대의 마을로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절이 제게도 있었습니다.

     

     "엥......."

     나는 홀로 서 있었다. 비행선의 잔해 앞에서.

     모처럼 [꽃마법]으로 자신의 팔을 묶어 무해함을 어필했는데도, 지저인들은 나를 놓아두고 떠나갔다.

     

     "......무사해? 아니, 물을 필요도 없지...... 마법을 쓸 수 있다고는 들었지만, 그 정도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정찰팀의 리더가 돌아왔다.

     

     "방금 사람들, 지저인인가요?"
     "그래. 요 10년은 보지 못했었지만."
     "그럼 조금 상황을 보고 올 테니 먼저 용인도시로 돌아가주세요."
     "아니, 그건 어려울 거다. 지저인은 모습을 숨기는 게 정말 능숙해서, 그 촌락이 어디 있는지도 알려져 있지 않다."
     "아, 그건 아마 괜찮을 거예요."
     "아마 괜찮다니 무슨 의미지?"
     "어디로 도망쳤는지 방향은 알고 있으니까요."
     :"......"

     나는 진지하게 말했지만, 리더는 또 억지 부린다는 표정을 지었다.

     

     "......용인도시에 혼자 돌아올 수 있겠어?"
     "그것도 괜찮아요."

     

     내 머릿속에는 꽤 정확하게 용인도시까지의 맵이 그려져 있다. 뭐 한번 본 것을 잊지 않는 [삼라만상] 덕분이지만.

     

     "알았어...... 지저인이 여기를 찾아낸 이상, 오래 있는 것은 위험해. 너도 무리는 하지 말고."

     "예. 충고 감사합니다. 그렇게 시간은 들이지 않을 테니, 아샤한테는 안심하라고 전해주시겠어요?"
     "그래. 원래는 어떻게들 데리고 돌아가겠지만...... 너는 용인이 아니니까."

     그런 말을 남기고 정찰 팀은 돌아갔다. 한번 지저인한테 붙잡혔던 용인은 꾸벅 사과하고서. 막바지까지 습격을 눈치채지 못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이니 너무 자책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럼......"

     나는 다시 [질주술]을 써서 달려갔다.

     

     

         ★

     

     

     "ㅡㅡ모두 모였냐?"
     "예, 형님. 한 명도 빠짐없습니다."
     "제대로 뿌리쳤지? 이제부터 뒤를 따라잡히면 니들 전부 죽여버린다."
     "아, 안다니깐요. 애초에 그 꼬마, 스스로 줄을 묶나 싶었더니 멍하니 서 있었지 뭡니까."
     "좋아, 그럼 가자."

     이미 날은 저물었으며 모닥불의 불이 주위를 비추고 있다. 시끄럽게 우는 새가 있지만 지저인들은 누구도 신경 쓰는 기색이 없다.

     숲속에 흐르고 있던 강에 있는데, 그곳에는 앉기 적당한 크기의 바위가 여럿 있었다.

     10명 정도 있는 무리에서 보스 같은 남자가 말하자 모두가 "예." 라고 말하며 일어섰다.

     

     (슬슬 마을로 돌아가겠구나)

     

     나는 나뭇가지 위에서 그들을 관찰하고 있다.

     지저인이 나를 놔두고 도망쳤지만, 숲에는 아무리 조심히 달려도 발자국과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부상자도 있어서 그들의 도주 루트는 간단히 쫓아갈 수 있었다.

     

     (그것도 [삼라만상] 덕분이기는 하지만)

     

     이 천부를 통해서 지면을 바라보니, 어디에 사람이 지나갔는지 바로 알 수 있는 것이다.

     지저인들은 강을 거슬러 올랐다.

     

     (이 방향은, 그야말로 쿠르반 성왕국의 성왕도에 가깝잖아)

     

     산을 하나 넘으면 성왕도가 코앞이라는 느낌의 장소였다.

     강을 올라감에 따라 길은 점차 사라졌지만, 지저인들은 날렵하게 바위에서 바위로 뛰어다녔다. 달이 솟자 하얗고 차가운 바위 위에서 집단으로 이동하는 것이 잘 보인다. 내게는 [밤눈]도 있어서 놓칠 일이 없다.

     

     (음? 강에서 벗어나는 건가)

     

     그들은 그곳에서 나무들이 우거진 산의 경사면으로 들어갔다. 그후로 달려서 15분 정도 간 곳에서 멈춰 섰다.

     

     (뭐지? 단순한 급경사인데ㅡㅡ)

     

     라고 생각하자, 보스가 낙엽이 쌓인 경사면에 손을 대었다. 낙엽이 일어나면서 경사면이 열리고ㅡㅡ아니 그곳에 문이 있었던 것이다.

     한 사람이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들어가자, 마지막으로 보스가 들어간 뒤 문이 닫혔다.

     

     (오오......꽤 정교한 위장인데)

     

     눈을 씻고 보니 낙엽들을 엮은 가느다란 실이 보인다. 문을 열고 닫아도 위에 덮이도록 만든 모양이다.

     

     (잘도 숨겨놓았네)

     

     내가 나무에서 내려와 다가가려 할 때였다.

     

     

     ㅡㅡ메에에에에에에엥..........

     

     

     메아리 같은 소리가 들려왔다.

     

     (......이것은, 그 커다란 산양인가? [포레스트 이터]라고 했었지)

     

     신경은 쓰이지만, 되도록 안 싸우는 편이 낫다.

     나는 경사면의 문으로 다가갔다. 손잡이 같은 부분은 몇 중으로 위장되어 있었지만, 문제없이 열 수 있었다.

     지저인 집단은 이미 없었다.

     안에서 풍기는 것은, 단지 흙냄새였다.

     어두운 통로가 안으로 이어져 있다ㅡㅡ아니, 바닥이 약간 빛나는 것은 반짝이끼 같은 것이 있어서 그런 걸까?

     

     (가자)

     

     나는 문을 열고서 어두운 길로 발을 디뎠다.

     길의 폭은 좁지만 공기는 매우 잘 통하는지 시원함마저 느껴진다. 흙으로 된 통로는 이윽고 바위의 길로 바뀌었다. 길은 완만한 커브를 그리고 있었는데, 점점 밝아졌다.

     길이로는 100미터 정도일가.

     나는ㅡㅡ드디어 그 장소로 나왔다.

     

     "와......"

     무심코 작은 목소리가 나왔다.

     그곳에 펼쳐진 곳은 거대한 공간이었는데ㅡㅡ도쿄 돔 하나 정도는 여유롭게 들어갈 것이다.

     천장에는 거대한 조명이 여럿 붙어있었고, 그것들은 마술로 움직이는 모양이다.

     도려낸 암반에서는 지하수가 흘러나와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다.

     물을 받는 항아리에서는 파이프가 나와 있어서 각 가정으로 배분해주고 있다.

     

     (어이어이, 이거... 용인도시보다는 작지만 인구는 많은 거 아냐? 용인이 최대라고 생각했는데......)

     

     토지가 좁기 때문인지, 석재와 회반죽 같은 것을 조합해 만든 다세대주택이 지어져 있다. 사각형만이 아니라, 육각형과 원형 등의 개성 있는 모양도 있다. 통로도 입체적이어서, 3층에서 나온 보도가 두 다세대주택을 관통하여 그 너머의 5층 건물과 이어진 곳도 있다.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옥상에서는 버섯을 재배하고 있다.

     

     (마이카 버섯이잖아. [앞세계]에서는 레프 마도제국의 주식이었는데, 여기선 지저인의 주식이구나)

     

     통로를 걷는 지저인들은 흰 피부와 빨간 눈동자가 특징적이었다. 다만 머리카락의 색은 다양해서, 머리 모양도 남자의 장발이나 여성의 아프로 머리 등 개성이 넘쳐났다.

     입는 옷은 특수한 거미실을 가공한 모양인데, 염색을 못하게 때문에 모두 같은 베이지색이지만 알록달록한 광석을 매달아서 멋을 살리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배고파...... 오, 뭐야 저거)

     

     돔의 벽면과 천장에 난 팬이 일제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부우우우 하는 팬의 진동음이 공간을 채우자, 그걸 신호로 집집마다 취사의 연기가 일어난다. 불을 써도 되는 시간이 정해진 모양이다. 공기를 빨아들이는 팬과 외부 공기를 분출하는 팬으로 역할이 나뉜 모양이다.

     레프 마도제국과는 다른 형태지만, 상당히 특수한 문명으로 진보하였다.

     

     (여기서 레프인을 찾는 건 힘들겠어......)

     

     나는 몸을 숨길 장소를 찾고는 밤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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