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장 7(2)

 

 "어, 어쨌든 말이죠, 이렇게 받아들여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나 할까......"
 "그게 왜?"

 왜냐고 묻는다면, 이런 식으로 단일종족으로 구성된 마을이 있다면 이종족은 경계할 테고, 무엇보다 [앞세계]에서는 레프 마도제국이 외국인을 엄청나게 경계했었으니까.

 

 "얼마 없는,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료인걸. 받아들이지 않을 리가 있겠니."
 "......."

 누, 눈부셔. 키미드리 엄마가 성모처럼 반짝이고 있어......!

 

 "와하하하! 레이지 군, 우리 허니한테 반하지 말라고!?"

 어느 사이엔가 다가온 키미드리 아빠가 말해왔다.

 반할 일 없는데요.

 아무리 그래도 용인족&유부녀는 허들이 너무 높다.

 

 

 

 전선으로 가는 이동방법은 도보였다.

 그보다는 조깅 같은 거랄까.

 용인족은 다리가 튼튼해서 하루종일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말에 타는 편이 속도는 더 나오지만, 말의 수도 적고 바닥이 험한 숲을 빠져나갈 때 말은 적합하지 않다.

 

 "레, 레이, 레이지, 씨.......!?"
 "아샤, 말하면 혀 깨물 수 있어요."

 나는 몰라도, 아샤가 달리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에 공주님 안기로 안고 가기로 했다. 팔이 뻐근해지면 어부바로 바꿀 예정이다.

 앞에서 달리는 키미드리 아빠를 따라가면서, 나무들이 우거진 숲을 달려간다.

 

 "키미드리고룬! 늦어!"
 "하아, 하아, 헥, 헥...... 나, 나는, 연구만 하느라, 몸이 굳어서...... 하아, 하아."

 키미드리고룬 씨, 아빠는 갑옷을 차고 장창까지 짊어지고도 이 속도니까, 열심히 따라오세요.

 

 "하지만 레이지 군, 너는 꽤 파워풀하구만! 스태미나도 있는 것 같다! 어때!? 용인군에ㅡㅡ"
 "안 들어가요. 그보다 저는 신체강화계 천부를 갖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대답하자, 키미드리 아빠는 깜짝 놀란 얼굴로 급브레이크를 걸었다.

 

 "? 왜 그러세요?"
 "......아, 아니......"

 아빠치고는 드물게도 연약한 어조다. 목소리의 상태가 항상 볼륨 맥스라서 일반 설정으로 돌아간 것만으로도 연약하게 느껴지는 것이지, 실제로는 평범한 목소리다.

 아빠는 다시 달렸고, 나는 다시 그를 따라붙었다.

 

 "......용인족한테는 천부주옥이 거의 없지만ㅡㅡ지저인의 촌락에는 상당한 수가 있다는 뜻인가?"

 아......그런 뜻이구나.

 이쪽에서는 던전에서만 천부주옥이 손에 들어온다.

 그래서 생산량이 매우 적다는.

 

 (하지만 이 세계에 천부주옥이 적냐고 한다면,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해)

 

 쿠르반 성왕국의 특급사제 엘도 말했었다.

 두 세계에서는 천부주옥이 순환하고 있다고.

 그리고 두 세계가 같다면, [일천제단]을 비롯한 8종류의 천부주옥 생산지가 있을 것이다.

 

 (찾아보는 것도 가능하지만, 나는 천부주옥을 얻기 위해 여기 있는 게 아냐. 그리고 몬스터는 [앞세계]보다 흉폭해. 안전하게 찾을 수는 없어 보여)

 

 레프 마도제국의 상공이 쪼개졌을 때 나타난 거대 몬스터.

 그 괴물은 이 세계 어딘가에 있는 것이다.

 일단 지금은 지저인의 촌락에 대해서 모른다고 대답할 수밖에.

 

 "......죄송합니다. 숨길 생각은 아니었지만, 저와 아샤는 지저인도 다크엘프도 아닙니다."
 "알고 있다."

 엥, 알고 있었어?

 

 "그런 [설정]이지?"

 전혀 모르고 있다.

 

 "저기...... 아니, 이젠 됐어요. 어쨌든 지저인의 촌락에 얼마나 천부주옥이 있는지는 저도 몰라요. 던전 이외의 입수방법은 없는 건가요?"
 "옛날에는 숲에서 찾았다고 들었는데...... 그 숲도 몬스터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내 품속에서 아샤가 움찔했다.

 아마도 [삼천삼림]이다.

 역시 이 세계에도 8종의 천부주옥을 생산하는 장치가 있구나.

 

 (몬스터의 세력이 얼마나 확대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저 세계로 돌아가기 전에 어딘가 한 곳 정도는 안전하게 천부주옥을 생산하는 장소를 찾아주는 편이 좋을지도 모르겠어)

 

 그런 생각을 하면서, 우리들은 계속 나아갔다.

 반나절 정도 지나고 해가 저물 즈음ㅡㅡ우리들은 용인족의 장로가 있는 전선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