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5부 141화 토너먼트 예선
    2023년 02월 15일 22시 58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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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 코너! 3학년 A반, 세느 카마인! 청 코너! 1학년 B반, 포크 피카타! 그럼 시합개시!"

     "여어, 네가 소문의 그 유학생? 미안하지만 브랜스턴 왕국의 명예를 위해서도 나 자신의 진로를 위해서도 이겨야겠어~~!?"

     

     시합의 룰은 간단하다. 아레나의 땅바닥에 나 있는 정사각형의 선. 이 선이 시합구역이며, 그 바깥으로 나가면 장외실격, 교복의 왼쪽 가슴에 달린 장미가 흩어져도 실격. 기절 혹은 항복선언에도 패배처리가 된다. 상대를 살상하거나 중대한 후유증이 남을 위험한 싸움은 금지하며, 하려고 하면 심판의 판단으로 반칙패다. 아무리 회복마법반이 대기하고 있어도 번개나 불로 통구이를 만들면 안 되는 것이다.

     

     "스, 승자! 포크 피카타!"

     "세상에! 이런 바보 같은!?"

     "대전 감사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할일은 간단하다. 시합개시와 동시에 카가치히코 선생의 거합베기로 바람의 칼날을 날려 가슴의 장미만을 노리는 것.

     

     왼쪽 가슴의 장미를 베고서 그대로 그 너머에 있는 심장을 찌르지 않도록 자기가 날린 참격을 자신의 마법장벽으로 상쇄시켜 없애는 것이 번거롭지만, 공격마법으로 장미만 불태우거나 얼릴 수 없는 현재로서는 이것이 가장 시합시간이 짧게 끝나니까.

     

     "대단하잖아 포크! 어느 사이에 그렇게 강해졌어?"

     "감사합니다. 우수한 스승님께 매일 배우고 있는지라."

     아레나 안에 마련된 특설 링은 넷. 학생의 수가 많기 때문에, 예선은 그 미니 링에서 이루어지고 최종적으로 남은 16명으로 최종 토너먼트인 본선을 여는 것이다. 최종 토너먼트는 넷으로 나뉜 미니 링이 아닌 이 투기장인 원형 아레나를 통째로 쓰기 때문에 매우 흥분되는 것이다.

     

     "널 얕보았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놀랐어. 우리들도 밍기적거릴 순 없겠는데."

     "맞아요. 마마이트 님의 말씀을 빌리는 것은 아니지만, 제3왕자가 볼품없는 전공을 세워버리면 큰일인걸요. 하지만 피클스 님에 한해서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 거라고 저는 믿고 있답니다."

     "잘도 말하네. 나와 만나면 곤죽을 내주겠다는 얼굴이면서."

     "승부는 승부인걸요. 저는 남편이 지켜주기만 하는 연약한 영애로 있을 생각은 없답니다."

     "반 군, 네 여동생은 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제게 말씀하셔도... 하지만 강한 여자, 저는 좋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있는 힘껏 노력할 수 있는 여자아이, 저는 좋아요."

     "꺄악!! 오라버님이 방금 저를 좋아한다 했어! 저기 포크 님 들었나요?? 좋아한대요!"

     "잘 됐네요."

     "우와!? 그래도 공작영애인데 정말 대충 대답하네요!"

     대기 중에는 한가하게 보내게 되기 때문에, 우리들 네 명은 투기장 안에 있는 카페의 한 곳을 점령해서 이런저런 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이 또래 친구끼리 왁자지껄하는 느낌, 좋아.

     

     "슬슬 내 다음 시합시간이네. 갔다 올게."

     "힘내세요."

     

     "힘내~"

     "응원하겠습니다, 전하."

     피클스는 순조롭게, 왕자님 답게 검도 마법도 수련하는 모양이다. 장기인 얼음속성마법으로 만든 얼음검으로 싸우면서, 때때로 얼음덩이를 날리고 있다. 얼음창이 아닌 것은 찌르면 피가 나와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진검승부이지만 살육의 장이 아니기 때문에, 정답이라 할 수 있다.

     

     "저도 갔다올게요."

     "힘내 로사.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어머나, 오라버님도 참. 저는 싸우러 가는 거잖아요? 어느 전장에 레이디의 얼굴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룰이 있나요?"

     

     "하하하!! 정말 듬직한 아가씨다. 응원하겠습니다, 로사 님."

     "고마워요 포크 님. 그럼 두 분, 저의 용맹한 모습을 제대로 지켜보도록 하세요."

     로사도 많이 성장했다. 어둠속성마법으로 상대의 시각과 청각을 빼앗아 혼란해진 틈에 단번에 세검으로 장미를 꿰어버리는 모습에, 주위에서 새된 탄성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여학생들의 [언니~!!] 라는 목소리가 꽤 많은 것은 대단하다. 예쁘고 강하고 멋있으니까, 남자든 여자든 좋아할 것이다.

     

     "우리도 가자."

     "예. 서로 힘냅시다."

     시합시간이 다가와서, 함께 일어난다. 반도 당분간 만나지 못한 사이 그야말로 미소녀 게임 주인공 다운 미남으로 성장했다. 거기다 등에 검을 짊어지고 이마에 반다나를 두른 90년대 애니메이션 식 스타일이다. 왜 80~90년대 애니에는 주인공이 망토와 검과 반다나를 착용하는 일이 많은 걸까? 가끔 우주선이라도 타서 싸우거나 모험하는 작품에서도 그런 복장을 하는 것을 보면 당시의 유행이었던 걸까.

     

     "적 코너! 1학년 B반, 포크 피카타! 청 코너, 1학년 A반, 알 그레이! 그럼 시작개시!"

     "오랜만인데, 호크 골드."

     "포크 피카타입니다. 많이 바뀌었네 너."

     "흥! 네게 말빨로 지고 메아리한테 배신당하고 아버지께 실망을 안겨드린 나는, 원정군의 각박한 군대생활 속에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이제 지금까지의 나와 같다고 생각 마라!"

     모두 기억해? 소학생 때 내게 져서 울고, 중학생 때 메아리한테 휘둘리던 끝에 배신당해 아버지한테 얻어맞았다는 그레이 백작가의 장남이라구요. 옛날에는 새빨간 바가지머리의 미소년이었는데, 지금은 새빨간 상고머리에 잘 어울리는 잔근육맨으로 진화했다.

     

     "알~! 힘내~!"

     "훗! 지켜봐 주세요 푸알 선배! 이 승리를 당신께 바치겠습니다!"

     관객석에서 열심히 응원하는 체격 좋은 고양이귀 금발 청년기사한테 미소를 지으며 따봉을 하고 있는 알 군. 아 알겠다.

     

     뭐, 여자가 전무한 곳에서 장기간 원정 가는 군대 속에서는 남자끼리의 조금 뜨겁고 진한 우정이 싹트는 일도 드물지 않다고 들은 바가 있고, 무엇보다 민감한 사춘기에 반한 여자한테 그만큼이나 심한 배신을 당한다면 무리도 아닌가.

     

     "알~! 이기면 포상, 지면 벌이다~!"

     어이, 그건 같은 거 아냐?? 최종적으로는 같은 일 아냐?? 아니 뭐, 내 제멋대로의 판단으로 모두를 혼란스럽게 하고 싶지는 않다. 분명 이기면 술이라도 사주겠지만 지면 네가 쏘라는 의미일 것이다. 그게 틀림없다.

     

     "오, 이건 더욱더 질 수 없는 싸움이 되어버렸군! 자 와라 호크 골드! 지금의 나는 옛날의 내가 아닌"

     

     "승자, 포크 피카타!"

     시합이 시작되었는데도 쓸데없는 말에 열중하던 그의 눈앞으로 전이마법으로 순식간에 이동....이 아닌, 순간이동했나 싶을 정도로 재빠른 달리기로 단번에 거리를 좁혀 가슴에 있는 커다란 홍장미를 잘라냈다.

     

     "훗. 여전히 내 예상을 뛰어넘는 녀석이구만 네놈은. 하지만 지금의 나라면 솔직히 말할 수 있다. 나의 완패다. 어릴 때 널 만나고 나서 여러 힘든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선배를 만난 지금은 그것들 모두에 감사하고 있다. 고맙다, 나의 숙명의 라이벌이여."

     "대전 감사했습니다~"

     악수를 청할듯한 분위기였기 때문에, 그렇게 되기 전에 재빨리 물러났다. 뭐지, 시합에서 졌는데 승부에서는 져버린 듯한 이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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