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48
    2023년 02월 14일 10시 17분 0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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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돌로 창문을 한번 부딪혔다. 그리고 10초 정도 기다리자 창문의 저편ㅡㅡ얇은 재질의 커튼 너머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나는 다시 한번 돌로 3번을 부딪혔다. 그러자 커튼을 열고서ㅡㅡ아나스타샤가 나타났다.

     창문이 열렸기 때문에 나는 미끄러지듯 안에 들어갔다.

     마도 램프의 불빛이 침실 안을 밝힌다.

     그녀의 침실은 무게의 창고와 비슷한 넓이였는데, 혼자 잠들기에는 너무나 거대한 천막 달린 침대가 중앙에 놓여있었다.

     

     [두근거려요]

     

     아나스타샤가 메모지에 그렇게 썼다.

     밤중에 그녀의 방을 방문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녀의 천부주옥을 꺼내기 위해서다. 이것을 들키면 내 목은 몸통과 바이바이 해버릴 수 있기 때문에 후드를 뒤집어쓰고 입가에는 천을 둘렀다. 어떻게 보아도 도둑이다.

     아나스타샤는 옅은 하늘색의 원피스를 입고 있다. 이것이 잠옷인 걸까...... 사는 세계가 너무 다르다. 영빈관에서 내가 빌렸던 예복보다 비싸 보인다.

     그러는 만큼 목에 감긴 붕대가 딱해 보였다.

     

     "이쪽이 [마력조작]의 천부주옥입니다."

     대낮의 만남 후, 나는 천부주옥을 사러 제국 안을 뛰어다녔다. 레프인은 천부주옥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팔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만, 잡화점에서 그냥 팔고 있었다. 전문점이 아니라 잡화점에서 파는 것은 이상했지만.

     별 2개짜리가 없었기 때문에, [마력조작★]을 두 개 사 왔다.

     

     "서두르죠."

     내가 재촉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방에 있던 의자에 아나스타샤를 앉히게 했다. [오브 탈착]은 몇 번인가 시험해 본 바가 있으니 문제없을 터다.

     

     "일단 모든 천부주옥을 꺼내게 됩니다. 아시겠죠?"

     

     그녀는 자신에게 어떤 천부주옥이 있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것조차 가르쳐주지 않았다니...... 그녀의 환경을 생각하면 마음이 쓰라리지만, 지금은 그쪽에 감정을 쏟을 때가 아니다.

     내 물음에 아나스타샤는 수긍했다. 나는 그녀의 앞으로 돌아가서, 가슴에 손을 뻗었다ㅡㅡ그녀가 몸을 움찔했다.

     

     "아, 죄, 죄송합니다, 버릇없었죠? 저기, 이곳을 만져서 천부주옥을 빼내는 것이라서요. 기분 나쁘실지도 모르겠지만, 잠시만 참아주세요."

     "..............!"

     

     아나스타샤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끄덕여줬지만, 등을 꼿꼿이 펴고 양손을 무릎에 둔 상태다.

     

     (서두르자......)

     

     이런 것은 재빨리 끝내는 게 좋다.

     나는 아나스타샤의 가슴에 오른손을 대었다ㅡㅡ그녀의 몸이 찔끔했지만, 그것뿐이었다.

     부드럽고 매끈하며 따스한 피부의 감촉에 전율하면서 천부주옥을 꺼내는 이미지를 머릿속에 그린다.

     

     "......읏......!"

     약간 그녀의 목에서 소리가 나왔다. 그러자 주위에 나비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불이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이것이 자동발동의 [불마법]인가...... 이런 약간의 목소리만으로 발동되다니.

     내 손에는 검은색의 천부주옥이 들려있었다. 그곳에는 창백한 빛을 내는 글자가 떠올라 있었다.

     

     [오브 의태★★★]

     

     오브 의태?

     뭐지 이게.

     일단 남은 것도 전부 꺼내봐야 해.

     다음으로 꺼낸 것은 붉은색의 오브ㅡㅡ검은 것이 [오브 강화]에 속하고, 빨간 것은 [신체특성]쪽이다.

     

     [생식 두절★]

     

     오브에 떠오른 글자를 보고 나는 무심코 말문을 잃었다.

     뭐야, 이거......

     뭐냐고 이건!

     [생식 두절]. 다시 말해 전하한테는 아이를 낳게 할 수 없다는 뜻인가?

     

     (아아ㅡㅡ그런 뜻이구나)

     

     처음에 나온 [오브 의태]는 아마도 [오브 시(視)]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다. 그녀의 몸에 어떤 천부주옥이 있는지를, 진실을 파묻기 위해서.

     아나스타샤는 외국에 증정되었다.

     거기서 [아를 낳지 마라]는 의미인 것이다. 이 천부는.

     하이엘프의 왕가는, 한 소녀의 인생을 갖고 놀 권리가 있는 것일까. 웃기지 마. 성가신 특이체질을 갖고 태어난 그녀한테 더욱 부담을 지우는 것이 하이엘프 왕가의ㅡㅡ가족이 할 짓이냐고?

     

     "................?"

     분노로 몸을 떠는 나를 보고, 그녀는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단 모든 천부주옥을 꺼내겠습니다."

     대화는 나중에 하자. 나는 천부주옥을 가죽 주머니에 넣고서, 그녀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천부주옥은 지극히 드문 청색의 천부주옥, [마법 특성]의 것이었다.

     

     [마력전파★★☆☆]

     

     지금까지 본 적이 없는 별의 패턴이다. 별은 네 개인데 그중 두 별이 텅 빈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솔직히 안심했다. [단명]이나 [불운] 같은 천부주옥이 아닐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읏!?"

     마지막 천부주옥을 꺼낸 순간, 그녀의 몸에서 마력이 분출되었고ㅡㅡ그와 동시에 불가루가 주변에 떠올랐다.

     나는 [마력조작★]을 두 개 꺼내서는,

     

     "이것을!"

     그녀에게 건네자, 두 천부주옥은 아나스타샤의 몸에 빨려 들어갔다. 그러자 격류와도 같던 마력은 사그라드는 것처럼 보였다.

     

     "......어떻습니까?"
     "............"

     말없이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에게는, 더 이상 마력이 폭주할 기미는 없었다.

     

     "조금, 목소리를 내보도록 하죠."

     나는 손을 뻗어서, 그녀의 목에 감겨있던 붕대를 풀었다.

     

     "..........."
     "두려워하지 말아요. 괜찮아요."
     "!"

     내가 아나스타샤의 손을 살짝 거머쥐자, 그녀는 작은 입을 열었다.

     

     "아......"

     나는 처음으로 그녀의 목소리를ㅡㅡ무심코 흘러나오는 목소리가 아닌, 제대로 본인이 말하려고 생각한 목소리를 들은 것이다.

     그것은 마치 크리스탈처럼 맑고 아름다운 목소리였다.

     작은 불가루가 주위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것뿐이었다.

     

     "!"

     

     그녀가 나를 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훈련하죠. 별의 수가 더 많은 [마력조작]의 천부주옥이 있다면, 분명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을 겁니다."
     "ㅡㅡㅡㅡ"

     그녀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리고 흘러내렸다.

     

     "~~~흑, ~~~~~"

     기뻐서 우는 것임에도, 그녀는 목소리를 억누르고 있다.

     여태까지의 생활을 상상해 보면 딱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다르다. 언젠가는 좋아할 때 소리 내어 웃고 노래도 부르는 그런 날이 찾아올 것이다.

     내가 그렇게 느끼고는 일을 끝났다고 생각할 때였다.

     조금 방심했던 걸지도 모른다.

     아니 방심하지 않았어도 이것은 너무나 예상밖이었다.

     유리창이 깨지며 뭔가가 날아들었다. 이것은 내 왼쪽 어깨에 꽂혔는데, 마비독이라도 있던 건지 내 몸에서 힘이 빠져나가, 드디어 앞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ㅡㅡ아나스타샤 님."

     창문으로 들어온 자는, 엘프.

     [황금여단]의 폴리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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