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44
    2023년 02월 13일 21시 26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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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떠보니 머리가 지끈거린다. 이거, 감기에 걸린 걸까 생각하면서도 몸을 일으키자 [삼라만상] 선생에 의한 진단으로 [숙취]라는 사실이 판명.

     세상에. 이것이 숙취...... 최악의 기분이다.

     침대에서 내려오자 다리가 휘청거린다.

     무게의 창고 내부는 환기가 잘 되기 때문에 거의 바깥과 같다. 여름 아침의 서늘한 공기를 들이마시자 약간은 기분이 나아졌다.

     

     "음......"

     방에서 나오자 테이블 대신 쓰고 있는 작업대가 보였는데, 거기에 도자기병이 놓여있었다. 미미노의 메모로는 [숙취약]이라고 적혀 있었다. ......고맙습니다. 잘 먹겠습니다. 병이 둘 있다는 것은 나머지 하나가 단테스 씨의 몫이라는 거네요. 내 등뒤에서 엄청난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으니까요.

     병의 내용물을 쭈욱 마시자, 벌굴로 단맛을 냈음에도 뒤덮을 수 없는 쓴맛과 아린 맛이 입안에 남는다. 물이나 마실까 해서 [생활마법]을 쓰려고 하다가, 모처럼이니 우물을 써보자며 창고를 나섰다.

     아침 노을이 상회 주변의 황폐한 땅을 비춰주고 있다. 무게가 거주하는 가게는 이 창고에 못지않을 만큼 허름한 곳이지만, 그곳은 조용했다. 우리가 돌아온 야간에도 조명이 켜져 있었지만.

     

     "음? 그러고 보니 어떻게 돌아왔더라...... 기억이 안 나."

     

     어젯밤에 어떻게 돌아왔는지 떠오르지 않는다. 그 사실에 나는 흥분하였다.

     왜냐면, [삼라만상]은 잊을 수가 없는걸! 그래, 잊는다는 건 이런 느낌이었다고 느낀 것이 기뻤던 것이다. 정확히는 [잊었다]가 아니라 [기억하지 않았다]겠지만.

     흰 나뭇가지가 특징인 큰 나무가 있는데, 우물은 그 밑에 있었다.

     

     "아.....저건, 뭐지?"

     그곳에 한 여성이 서 있었다.

     

     "ㅡㅡㅡㅡ"

     가늘고 긴 천을 빙글 감은 인도 옷 같은 복장에다가, 후드가 달린 숄을 걸치고 있다.

     이 나라에서는 드문 인간족의 외모에, 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

     

     "미안. 되도록 빨리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 이런 시간에 오고 말았다."

     루루샤는, 멋쩍게 웃었다.

     

     

     

     서둘러 방으로 돌아온 나는 잠옷에서 평상복으로 갈아입고 창고 안으로 돌아왔다. 루루샤에게 의자를 권하고, 나는 평소대로 주전자에 물을 따라 내밀었다.

     

     "못난 모습을 보였습니다......"
     "무슨 말이야. 내 목숨을 구해준 네게 못난 모습이라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
     "아뇨, 그것과 이것은 다르다고나 할까ㅡㅡ어, 어쨌든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그래......"

     루루샤는 약간 당혹스러운 듯.

     

     "......저기, 도움받아놓고 이런 말하는 것도 이상한 이야기지만, 어째서 너는 그렇게까지 해준 거야?"

     "예?"
     "나하고는 미궁에서 만난 것이 처음이잖아? 내게 할 말이 있다고 했었지만...... 그것과 관계있어?"
     "아......그렇네요. 확실히 낯선 사람한테서 과한 친절을 받으면 의심스럽겠죠."
     "아, 아니, 물론 감사는 하고 있지만ㅡㅡ"
     "물론 말씀드릴게요. 그걸 위해서 저는 이 나라에 왔으니까요. 하지만 그전에."

     나는 평소에 지참하는 도구가방에서 가죽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거기에 들어있는 것은 약지보다도 작지만, 청색의 빛나는 작은 광석이었다.

     광석을 꺼내는 내 손이 떨리고 있었다ㅡㅡ나는 긴장하고 있다.

     

     "!"

     

     루루샤의 눈이 부릅뜨였다.

     

     "이것은 인형(燐熒)마석이잖아?"

     "알고 계신가요."

     "그, 그래...... 어머니의 유품이었으니까."
     "저는 잘 모르지만, 특수한 건가요."
     "......그래. 지금은 이제 없는 포르샤 왕국의 어떤 광산에서만 소량 채굴된다는 기록이 남아있어. 마력에 대한 반응이 매우 특징적이라던데......"
     "흘린 마력을 서너 배로 증폭해서 되돌리는 것 같더라구요."

     실제로 시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삼라만상]을 통해 알고는 있었다. [삼라만상]으로는 원산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하지만, 그래...... 포르샤 왕국의 것이었구나.

     그곳은 힌가 노인의 출신지다.

     

     "맞아. 이것을 대량으로 채굴되면 마술의 혁명이 일어난다고 하지만, 따로 채굴되는 장소도 없고 광산도 얼마 없어서 고갈되었다고 들었어. 이것은 어디서 났지?"

     

     루루샤가 묻자, 나는 자세를 바로 했다.

     

     "당신의 외조부이신 힌가 님께서는 저를 소중히 대해주셨씁니다. 그리고 힌가 님의 임종도 지켜보았습니다. 외조부님께서 어떤 분이셨는지를 손녀인 루루샤 씨에게 전하는 것이 제 의무라고 생각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드디어, 이 날이 찾아왔다. 루루샤에게 힌가 노인의 일을 말하자는 나의 최대의 미션 중 하나를, 지금 이제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그로부터 나는 단번에 이야기했다.

     피해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먼저 자신이 광산노예였던 점부터.

     어떤 생활을 보내었는지.

     힌가 노인이 모두의 촌장 같은 신분이었다는 것.

     매일 밤 이 세상의 지식을 배웠던 것.

     광산이 무너져서 힌가 노인이 휘말렸다는 것.

     그리고, 노인의 마지막 말을ㅡㅡ한 글자도 틀리지 않고 나는 말했다.

     

     ㅡㅡ만일 내 손녀를 만나게 된다면, 나는 마지막까지 누구도 원망 않고 죽었다고 전해주겠나......
     ㅡㅡ손녀, 분이요?"

     ㅡㅡ이름은 루루샤. 나를 닮아서, 똑똑하고 귀여운 여자아이였지......

     

     자신의 이름이 나온 부분에서, 루루샤의 눈이 부릅뜨였다.

     그녀는 어린 시절에 만나기만 해서 그 후 힌가 노인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 전혀 몰랐던 모양인지, 내 이야기를 들으며 눈시울이 붉어져갔다.

     

     "......대단한 분이셨습니다. 아무것도 없었던 노예였던 제게,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위한 무기가 되는 지식을 전수해 주셨습니다. 보답으로 제가 줄 수 있는 것은 알고 계셨으면서. 그래서 저는 그분이 마지막으로 부탁한 일을 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말하면서, 감정이 북받쳤다.

     이런, 루루샤 씨가 참는데도 내 쪽이 먼저 울 것만 같아.

     

     이제야 여기까지 왔다. 루루샤 씨에게, 힌가 노인의 소식을 전할 수 있었다.

     나는 젖은 눈가를 주먹으로 훔치면서, 자신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눈앞에 손수건이 보였다. 루루샤의 것이다.

     

     "......바보야, 너는. 우리 가족을 위해서 [경외의 미궁]을 답파하다니."

     미소 지으면서도, 루루샤의 눈에서는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하지만, 고마워...... 그분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정말 기뻤어."

     그리고 우리들은 잠시 동안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힌가 노인을 추억하는 데에는 필요한 시간이었다ㅡㅡ라는 것도 있고, 어느 사이엔가 끊겨 있던 단테스의 코골이와, 여성들의 방에서 들려오는 코를 훌쩍이는 소리로 보면 모두가 진정할 시간도 필요하다고 나는 생각한 것이다.

     말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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