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장 41 아나스타샤
    2023년 02월 11일 19시 07분 1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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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ㅡㅡ불길한 아이다. 어째서 우리 하이엘프 왕족한테서 이런 아이가 태어난 걸까.

     ㅡㅡ오오, 눈물 흘리지 마라. 그 눈물이 더럽히면 어쩌하려고.

     

     우는 것조차 허락받지 못했다.

     소리를 낼 수 없어도, 말없이 울 수는 있다. 하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우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목소리를 못 내는 나의 생각을, 이 분은 남김없이 받아들여주셨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목소리가 안 나온다는 것이 이렇게나 기분 나쁠 줄은" "분명 우리를 나쁘게 생각할 거다" ㅡㅡ그런 냉담한 말을 듣자, 어느 사이엔가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마음을 닫고 있었다.

     목소리가 안 나오는 하이엘프는 엘프의 숲에서 아무런 가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의 생각에 가치란 없다고 생각했다ㅡㅡ하지만.

     

     (이것은, 이적일까요)

     

     그만큼 이 소년이, 단 1번 만났던 소년이 억누르고 있던 자신의 마음을 눈치채 준 것은 기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뭔가 거슬리는 짓이라도 했는지요?"

     "..........."

     

     눈물로 젖은 얼굴을 닦기 전에, 아나스타샤는 자신의 마음을 종이에 쓰고 싶었다.

     하지만 뭘 써야 좋을지 알 수 없었다.

     이 소년에게 마음이 크게 흔들렸다. 처음에는 가방을 가져와줬을 때. 이 소년은 얼마나 루루샤가 소중한 걸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루루샤와 소년의 관계의 이야기에 불과했다. 자신을 믿고 가방을 맡겨준 점은 기뻤지만ㅡㅡ어느 쪽이냐고 한다면 루루샤를 위해 노력했다는 마음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자신을 생각해 줬다.

     그 탓에 위험도 감수해 줬다.

     

     [어째서]

     

     라고 썼다가, 무엇하는 거냐면서 종이를 구겼다.

     

     (내가, 이분의, 이 이상의 부담이 될 수는 없어......)

     

     흘러넘치는 생각에 뚜껑을 덮는다. 지금까지 몇 번이나 해왔던 일.

     뛰어난 시녀가 아나스타샤의 얼굴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다 닦았을 때ㅡㅡ아나스타샤의 마음에 일어났던 파도 또한 조용해졌다.

     

     [감격하여 못난 모습을 보여드린 점 사과드릴게요. 이번 일, 정말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제게 가능한 일은 그다지 없지만, 반드시 당신들께 포상을 수여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답니다]

     

     썼다. 완벽한 문장이다.

     이걸로 이 소년에게 보답할 수 있다. 모험가가 안주하기 어려운 이 나라에 오래 머물 일은 분명 없겠지만, 나중에 포상을 준다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전부 하게 되는 것이다.

     가슴에 작은 아픔이 달린다.

     

     (......뭐지, 이 아픔은?)

     

     할 일을 다한 자신에게 느끼는 아픔? 아니.

     이 나라의 모험가에 대한 취급의 미안함? 물론 다르다.

     

     (......이분이, 조만간 이 나라를 나가게 된다는 것......)

     

     다시 한번 가슴에 작은 아픔이 달린다.

     한번 그 아픔을 자각해 버리면, 이 사람과 더욱 대화하고 싶다, 이 사람을 더욱 알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쳐든다.

     

     "......"

     

     소년은, 레이지는 계속 아나스타샤를 바라보고 있다.

     무슨 일이냐는 의미를 담아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 동작을 하면 대부분의 남자는 얼굴을 붉히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것은 레프인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 반응하지 않는 일이 있다면 노령의 남자 뿐.

     

     "......전하, 종이를 주셨으면 합니다."

     그런데도 이 소년은, 달랐다.

     전날 필담했던 것처럼 아나스타샤의 종이를 빌리더니 거기에 뭔가 말을 적으면서, 제대로 가로막아 바로 내용을 볼 수 없도록 했다.

     

     (......뭘까요?)

     

     당황하는 아나스타샤에게 그것을 내밀면서,

     

     "혼자 계실 때, 봐주셨으면 하는데요."

     라고 말했다. 그의 행동은 예상밖이었는지, 그의 동료인 논도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여러 행운이 겹쳐 미궁을 답파할 수 있었습니다. 황제 폐하를 배알할 수 있었으며, 게다가 폐하께서 직접 포상을 수여한다 하셨으니 이미 저희들은 마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아나스타샤 전하의 선물은 정중히 사양하겠습니다."
     "읏......"

     

     레이지는 약간의 미소를 지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분명 배려해 준 것이다. 그날그날 먹고 산다는 모험가가 보수를 거절하다니, 그런 이유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분하다. 아무것도 못하는 자신이 안타깝다. 모험가인 당신한테 재물을 주는 것은 간단하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나스타샤는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나는, 새장 속의 새...... 날 수조차 없는 새)

     

     슬픔이 몰려오자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저, 저기, 전하?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말이죠ㅡㅡ"

     레이지가 변명을 시작했지만, 또다시 그를 배려하게 만드는 자신이 참을 수 없이 비참하게 느껴졌다.

     

     "......전하, 슬슬 다음 예정입니다."

     복도에서 집사가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자기 방으로 돌아올 때까지의 일은 그다지 생각나지 않는다. 아나스타샤의 눈물의 흔적을 보고 집사가 길길이 날뛰었고, 시녀가 그를 달랬다. 또 그에게 민폐를 끼치고 말았다.

     

     (......아)

     

     드레스를 벗고 실내복으로 돌아온 아나스타샤는, 시녀가 나갈 즈음 이제야 깨달았다.

     손에 움켜쥐고 있던, 레이지의 쪽지.

     주위를 둘러보지는 방에는 아무도 없다. 재빨리 책상으로 가서 그 종이를 폈다ㅡㅡ대체 무엇이 쓰여있을까.

     실은 원하는 것이 있었다던가? 황제에 대한 악담? 그럼 재밌겠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려나ㅡㅡ어쩌면 자신에 대한 러브레터일지도......

     두근거리면서 종이를 편 아나스타샤는, 그 글귀에 눈을 돌리면서ㅡㅡ무심코 호흡하는 것을 잊었다.

     

     [전하의 스카프 밑 붕대에 적힌 마술은 목소리 봉인이죠? 배알할 때 보니 전하는 목소리를 내면 불마법이 발동하는 특이체질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마술이 아닌 마력조작의 트레이닝으로 제어가 가능합니다. 만일 필요하시다면 안내해 드릴 수 있습니다]

     

     몇 초.

     아니, 10초 이상ㅡㅡ아나스타샤는 호흡을 잊었다.

     

     "......아, 그......"

     말하려다가, 마술에 의해 목소리가 안 나옴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 약간 낸 목소리 때문에 몸 주위에 불가루와 화염의 일렁임이 나타나고 말아서, 자신이ㅡㅡ숲에 사는 엘프로서는 치명적인 [불]에 사랑받는 특이체질임을 떠올리게 되었다.

     태어나자마자 목소리가 봉인되어, 어린 시절에 화가 나 붕대를 벗고 마법을 써ㅡㅡ거목을 몇 그루나 불태운 일도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비밀 중의 비밀.

     직계 가족들만 아는 일.

     대외적으로는 [마술사에게 저주받았다] 것으로 되어있다. 목소리 봉인의 마술도 몇 중으로 속였고, 위에다 스카프까지 두르고 있어서 거의 간파당할 일이 없다.

     물론 루루샤도 황제도 모르는 것이다.

     

     (어떻게)

     

     그 질문과 동시에,

     

     (내가, 이 체질을 극복할 수 있어......?)

     

     갑자기 찾아온 희망의 빛에, 기적과도 같은 강렬한 빛에, 아나스타샤의 마음은 강하게 흔들렸다.

     두근거리며 움직인 고동은, 몇몇 복잡한 감정에 의해 채색되었다. 하지만 그 감정이 가져다준 색채는 신선하고도 감미로워서, 아나스타샤를 취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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