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3부 131화 키누사다 호오즈키마루
    2023년 02월 09일 19시 45분 1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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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는 거슬러 반개월 전. 쟈파존에는 귀족 대신 다이묘라고 불리는 무사들이 있었는데, 호오즈키마루는 그런 다이묘 가문을 모시는 검술지남이었다고 한다. 검술지남이 뭐냐? 할 테니 간단히 설명하자면, 당주나 그 자식들에게 검술과 공부를 가르치는 가정교사 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 호오즈키마루 선생은, 카구라자카 가문이라 불리는 다이묘 가문을 이미 20년 이상 모셨으며, 당주와도 15살 장남과도 사이는 양호. 장래에 태어날 손자의 지남도 부디 부탁드린다고 장남이 술자리에서 권할 정도의 사이였지만, 너무 거리가 가까웠기 때문에 비극이 일어나고 만다.

     

     카구라자카 가문에는 키리사메라고 불리는 미모의 장녀가 있었다. 올해로 12세가 되는 키리사메는, 50대인 호오즈키마루를 남몰래 사모하고 있었지만 그녀는 어린 시절부터 약혼자가 있었던 것이다. 그 자는 카구라자카보다 높은 다이묘 가문인 카키츠바타 가문의 젊은 장남, 츠바키노스케였다.

     

     얼굴은 괜찮지만, 검의 실력은 전무. 입발린 소리로 마을 여자들을 꼬셔 함께 잠들고, 질리면 버린 다음 다음 여자를 찾는 전형적인 난봉꾼인 츠바키노스케는, 키리사메의 경멸의 대상이었지만 상대가 격이 높은 가문이었기 때문에 파혼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 드디어 키리사메의 친구였던 마을 처자가 츠바키노스케와 잠을 자서 그의 아이를 임신한 것으로 큰 소란이 벌어진다. 츠바키노스케는 애를 지우라며 뻔뻔하게 나왔고, 친구이면서도 내심 키리사메를 다이묘 가문의 이름을 업고 잘난 체하는 애라고 무시하던 그 여자는, 이걸로 키리사메한테서 츠바키노스케 님을 빼앗을 수 있다고 기뻐했었는데 버림받게 되자 발광.

     

     그 결과 미쳐버린 그 여자가 카구라자카 가문에 뛰어들어 자초지종을 전부 폭로한데다가 목을 할퀴어 자해하자, 당연히 카구라자카 가문 일동은 대격노. 약혼남과 친구한테서 동시에 배신을 당한 키리사메가 죽음을 각오하고 카기츠바타 가문에 뛰어들어서, 너 따위하고 결혼할 바에는 죽는 편이 낫다!! 며 츠바키노스케의 고간을 칼로 베어버린다는 대참사로 발전했다.

     

     아무리 츠바키노스케한테 죄가 있다고는 해도, 다이묘 가문의 자식을 아랫 가문의 딸이 베어버린 일은 카구라자카 가문과 카키츠바타 가문에게도 큰 추문이 되었고, 자칫하면 가문이 무너질 위기라며 고민하던 카구라자카 가문 사람들을 위해서, 호오즈키마루는 혼자 욕을 뒤집어쓰기로 결심.

     

     그 자리에서 카키츠바타 가문 사람들을 몰살시킨 뒤, [미쳐버린 호오즈키마루가 키리사메에게 관계를 억지로 요구했지만 거절당하자, 되려 츠바키노스케를 원망하여 카키츠바타 가문을 습격. 일족을 몰살시킨데 더해 저택에 불을 지르다] 라는 엄청난 죄를 범했다며 모든 것을 가슴속에 파묻고 처형당하여 끝난다.

     

     ....가 되었어야 했다. 하지만 키리사메가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되면 당신이 불쌍하다면서 도망치도록 권했다. 도망치지 않고 이대로 처형당할 생각이라면, 모든 것을 밝히고서 저도 당신과 함께 죽겠어요! 라며 자기 목에 단도를 대며 위협하니까, 호오즈키마루는 키미사메를 죽게 하지 않도록 도주하여 지명수배자가 되었다.

     

     그래서 죽는 것도 죽이는 것도 못한 채 평생을 도망자로서 살아가게 된 호오즈키마루는, 전국적인 지명수배범이 되었기 때문에 이름을 카가치히코로 바꾸고, 거뭇했던 털도 연갈색으로 물들이고 신분을 위조해 방랑하다가 외국으로 도망치고자 비공정이 있는 이 마을까지 찾아왔다는 것이다.

     

     "소인은 죽을 수도 없고 죄를 청산할 수도 없는 망령. 언젠가 스러질 그날까지, 평생을 방황할 수밖에 없는 것이므니다."

     온천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고는 마법으로 투명화시킨 쿠노이치를 짊어지고서, 인기척이 없는 여관의 뒷마당에서 담담히 이야기하는 카가치히코의 눈은, 정말 쓸쓸한 것이었다. 참고로 아직 기절해 있는 여닌자는 뒷정원에 몇 군데 있는 벤치 중 하나에 잠든 채 앉혀두었다. 수면마법을 걸었으니 몇 시간은 저대로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재미없는 이야기를 해버려서 미안했스므니다. 부디 늙은이의 넋두리라 생각하고 잊는 게 좋을 거므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듣고 만 이상, 그럴 수는 없어요. 카가치히코 씨, 괜찮다면 저희와 함께 가실래요?"
     

     "음?"

     

     "당신은 현상수배범. 이 나라에서 유일하게 비행정을 이용할 수 있는 공항에도 추격자가 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지요. 그럼 저희 일행에 섞여 출국하는 편이 훨씬 안전하고도 확실해요."

     "하지만 그대들한테 민폐를 끼칠 수는 없는 일. 그리고 호크 공의 부모님이 승낙할 리 없스므니다."

     "다시 소개하자면, 저는 골드 상회의 젊은 사장, 호크 골드입니다. 이렇게 보여도 16살입니다. 이번 여행은 저와 호위 두 명만의 사적인 것이니,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런 일도 있을까 해서, 항상 지갑에는 몇장 넣어두는 명찰을 꺼내든 나에게, 입을 떡 벌리는 카가치히코 씨.

     

     "16살... 16살?"

     "키와 동안 때문에 모두들 착각하고는 하죠."

     자, 비지니스의 시간이다. 상대는 상당한 고수. 어두운 과거 있음. 갈 곳 없음, 노잣돈 약간.

     

     "어때요? 이 제가 당신을 호위로 고용하는 것은. 브랜스턴 왕국까지 도망친다 해도 갈 곳이 없으면 취직처를 찾을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니까요. 물론 봉급은 드릴 거고요."

     "세상에......!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지만, 설마 이런 기상천외한 형태로 만날 줄은..."

     상대의 약점과 친절함에 호소하는 형태가 되어 미안하지만, 좋은 수확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한 실력의 검호를 싸게 영입할 수 있으니까. 적어도 다이묘 가문의 검술지남이라면 상당한 고액의 봉급을 받았을 테고.

     

     그런 것을 일반 A급 모험가보다 싼 월급으로 채용할 수 있으니, 완전 횡재라구요 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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