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부 129화 사라진 크레슨 그후2023년 02월 09일 16시 19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먹어라! 필살! 매의 손톱!"
"이 정도는!"
"으음, 좀 하네! 하지만 이거라면 어떠냐! 스페이스코즈믹갤럭시코스모스빅뱅슛!!"
"안이해 주인! 이엽!!"
뭐 하고 있는 거냐고? 탁구입니다.
모처럼 화산이 지열로 덥혀진 온천으로 유명한 쟈파존에 왔으니, 온천가에서 천천히 온천을 즐기자는 이유로 나와 크레슨과 올리브는 지금 수증기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온천가 중에서도 가장 오래된 여관에 숙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시 여관은 좋다구요. 온천에 들어갔다가, 노천탕에 들어갔다가, 맛난 요리로 배를 채우고, 밤에는 모두 같은 방에서 나란히 이불을 덮고 잠들며, 탁구를 하거나 어째선지 놓여있는 마사지 의자에 은화를 투입해 보거나.
설마 이세계전생을 하고서도 유카타를 입고 탁구를 즐기게 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습니다. 유사 판타지 세계 만세.
"앗싸! 이겼다~!"
"오, 좀 하는데 주인!"
참고로 피지컬 몬스터인 크레슨과 올리브가 진심으로 스매시를 날리면 제대로 반응도 못하고 점수를 따버리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놀이 정도인 접대 탁구를 셋이서 즐기고 있다. 버질이 있다면 2대 2도 가능하겠지만. 올 거냐고 연락을 했더니, [가고 싶은 마음은 산더미 같지만 안 됩니다요] 라며 거절당했다.
듣자 하니, 지금 아버지가 출장 중인 외국에 있어서 빠져나갈 수 없기 때문에 NG라고 한다. 스승도 로건도 둘 다 저택에 돌아오지 않고 있고, 어머니와 로리에는 둘이서 왕립극장에서 이루어지는 콘서트를 보러 갔다길래 모두 바쁘다며 포기한 상태다.
"이런 것은 맞아도 좀처럼 안 떨어진단 말이지."
"맞는 장소에 문제는 있는 거다."
명물인 온천만두를 베어 물면서 유카타 차림으로 온천가의 예스러운 시가지를 구경하며 산책을 즐기거나, 마치 매일이 잔치인 것처럼 늘어선 노점을 이용하거나, 올리브가 사격으로 멋지게 경품을 떨어트리거나. 여관에서 빌린 나막신은 평소에 신지 않기 때문에 약간 위화감이 들지만, 유카타에 구두나 부츠는 좀 그러니까.
시골은 인간관계가 문제지만, 이렇게 도회지의 소란에서 벗어나 예쁜 경치 속에서 느긋하게 지내는 것도 괜찮은데. 마을 이곳저곳에 배치된 부채로 달궈진 몸을 식히면서, 옛스런 온천가에서 오랜만에 온천여행을 느긋하게 즐기려고 생각하자마자.
"설마 유괴당할 줄은."
"휴가 중에 정신이 해이해진 사람을 노리는 부분은 나쁘지 않지만, 눈독을 들인 상대가 나빴네요."
교토나 아사쿠사처럼 정취가 느껴지는 기념품가게가 늘어선 거리에서, 한 가게 안에 들어가 사갈 기념품을 물색하던 차. 갑자기 등뒤에서 공격해 온 불한당이 수면약을 적신 천으로 입으로 틀어막아서, 가게 앞을 지나던 인력거에 실린 채 옮겨졌기 때문에, 일단 내부에서 인력거를 마법으로 폭파시킨 것이다.
주위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윗부분을 향해 마법을 날렸지만, 인력거를 끌던 녀석과 날 재우고 납치하려던 납치범들은 무속성의 순수한 마력의 격류에 휘말려 기절. 갑자기 폭발한 인력거에 주위 사람들은 놀랐고, 내 모습이 보이지 않자 설마 싶어 달려온 두 사람에게 무사히 보호된 것이다.
왜 수면약을 들이마셨는데 잠에 안 들었냐고? 뒤숭숭한 이 세계에서 디버프 내성 정도는 달아두는 게 당연하니까. 수면, 마비, 혼란, 매혹, 석화, 망각, 그리고 즉사마법이라는 것도 있다고. 대비해 두는 편이 좋지 않겠어?
"협력 감사드립니다!"
"아뇨, 즐거운 온천지에서 부잣집 아이의 유괴를 노리는 범죄자들이 있으면 곤란하니까요."
시대극에 나올 법한 병졸 같은 차림을 한 장년의 개 수인과 그의 수하들이 소란을 듣고 달려와서는, 기절한 범인들을 구속한 다음 우리들한테 사정청취를 하게 된 것이다.
"유카타 차림으로 걸어다니는 건 풍취가 있어서 좋지만, 어느 여관의 것인지 자랑한다고 생각하거나 부잣집 어필이라고 생각하나 보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겠지. 다만 눈에 띄기 쉬운 것은 확실하다."
"증말이지, 어디에나 바보들은 있는 법이구만."
솔직히 마법이 있으면 나 혼자로도 다닐 수 있는데 일부러 호위를 데리고 다니는 이유 중 하나가 이거다. 이른바 경고 행동이다. 의미가 달라? 그건 신경 쓰지 말았으면 해.
"기분 전환으로 장어라도 먹으러 가볼까?"
"오! 거 좋지!"
"장어라니 그게 뭔가 도련님."
"어라? 몰라? 물고기의 일종인데. 매콤달콤한 양념으로 구워서는 밥 위에 올려서 먹으면 진짜 맛있다니깐."
"먹어보면 안다고."
"그렇군, 외국에는 아직 내가 모르는 요리가 있단 말인가."
또 유괴당하지 않도록 손이라도 잡는 편이 좋겠냐는 올리브와, 목마라도 태워줄까 하는 크레슨의 권유를 정중히 사절하고, 우리들은 도보로 장어 가게로 향했다.
"우왓!?'
"위험해!"
약간 울퉁불퉁한 돌바닥에 나막신 끝이 걸리고 말아서 넘어질 뻔했던 나의 유카타의 옷깃을 서둘러 올리브가 잡아줘서 넘어지는 것을 막는다.
"그러니까 조심했어야지."
"괜찮은가? 도련님.""아~ 응, 괜찮아...아얏!?"
아무래도 넘어질 뻔한 와중에 발가락이 나막신 끈에 마찰된 모양인지, 왼쪽 엄지와 검지 사이가 쓰라리다.
"무리는 하지 마. 크레슨, 나막신을 부탁한다."
"그래."
"아니, 됐어! 이 정도는 회복마법이면 바로 낫는다니까!"
"나아도 또 넘어지면 의미가 없으니까."
한팔로 나를 가볍게 안아 든 올리브가 나막신을 벗더니, 그걸 맡은 크레슨이 나막신끼리 밀착시켜 겹쳐놓은 것을 자신의 허리춤에 끼워 넣는다. 요즘 회복마법을 배운 올리브가 주문을 외우자, 점점 내 쓰라림은 나아졌다.
"고마워. 저기, 이제 내려줬으면 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나막신을 신다가 또 넘어지면 위험하니까."
"멍하니 있는 쪽이 문제라고. 장어집에 도착할 때까지 참아. 단념해."
"젠장, 할 말이 없어!"
아니 진짜, 이런 어린애 취급이라니 부끄러워서 죽어버릴 것 같습니다 정말. 저것 보라구요, 저기서 걷는 가족들도 나보다 어린애인데 그냥 걷게 하고 있잖아요 올리브 씨!
이렇게 나는 장어집까지 가는 도중 어린애 취급을 당해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는 꼴이 되고 만 것이었다. 토호호 라는 단어, 요즘 시대에서는 안 통하는 거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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