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부 111화 계약을 서두르는 녀석을 주의하자2023년 02월 01일 10시 21분 4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저기, 빨리 뽑아줄래?"
내가 오물을 내려다보는 듯한 눈으로 성검 렉스칼리바라는 것을 노려보고 있자, 초조해졌는지 짐승 요소 1할 미만의 조숙녀가 진저리가 난다는 것처럼 어깨를 떨군다.
"그러니까, 싫다구요. 이걸 뽑으면 보나 마나 전자동으로 너와 계약한다는 등의 재수 없는 결과가 되는 거죠? 네가 죽으면 나도 죽게 된다던가, 모습은 안 보여도 항상 제 안에 있는다던가 그런 스토커 같은 기분 나쁜 일을 안 한다고 약속할 수 있겠어요?"
"정말 실례되는 녀석이네 너! 재수없다니 그게 뭐야!!"
"그래서? 어쩔 건데요? 거짓말로 속인다면 자해도 서슴지 않을 테니까요."
"아~ 정말~ 알았다구! 그 성검을 뽑으면 너는 용사로서 정식으로 인정되어, 성수인 나랑 계약하게 돼! 계약이라 해도 딱히 나쁜 것만은 아니라구? 신체능력도 대폭 강화되고 마력도 강해져! 뭐, 네 마력은 엄청 강한 모양이지만."
"그 계약의 자세한 내용은? 파기한 방법은? 사룡을 쓰러트리지 못했을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대가로 제 영혼을 빼앗는 등의 단점은? 숨기지 말고 솔직하게 전부 부는 편이 좋을 건데요."
"아~ 진짜~ 미치겠네에에에! 왜 수만 년을 기다린 용사가 이렇게 이상한 놈이냐구우우우우! 사춘기의 인간 수컷은 알몸으로 달려들면 한방이야! 라고 들었는데 여신님은 거짓말쟁이이이이이!!"
왠지 조금 가엾게 되었다. 이 녀석도 어떤 의미로 여신의 피해자 같은 것일지도. 그러는 것치고는 말투가 인간을 비하한다는 느낌이라 동정의 여지는 별로 없지만.
"제발 부탁 좀 할게요, 부디 바깥으로 데리고 가주세요... 벌써 수천 년이나 여기서 외톨이로 잠드는 생활은 이제 싫단 말이에요."
또 이 패턴이냐!! 10년 다음은 30년, 그리고 다음은 수천 년이라고?? 이런 원패턴 너무하지 않아? 다음에는 저 달에 가면 수만 년 동안 계속 홀로 버텨왔다니 초고대문명인이나 달의 주민인 미소녀가 나타나지는 않겠지??
"이제 3천 년 정도 지났으려나~? 하고 일어났더니 겨우 3주일만 지났을 때의 절망감을 네가 알아...?"
설마 하던 알몸 도게자다. 알았으니 일단 옷을 입으라고 말하고 싶다. 각도에 따라서는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고. 애초에 좋아하지도 않는 여자의 나체 따윈 보고 싶지도 않아.
"어쩔 수 없네요. 여기서 버리는 것도 꿈자리가 사나울 것 같고."
"정말!?"
"하지만 계약은 안 할 거고 성검의 담당자라는 것도 안 해요."
"뭐?"
나는 근력강화의 마법을 다리에 걸고는, 아직 단상에 꽂혀있는 성검을 걷어찼다.
"아아아아앗!?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내 이야기 듣기는 했어!? 이것은 사룡을 쓰러트리기 위해 인류에게 남겨진 마지막 희망으로서."
"시끄러워요. 애초에 사룡이라니, 그런 것 그냥 여신교가 나중에 그렇게 지은 종교적인 꼬리표잖아요? 아~ 짜증 나게."
밑동부터 부러지고 만 성검 렉스칼리바. 미안, 만일 정말로 필요한 때가 온다면 그때는 복구 이벤트로 어떻게든 해줘. 부러진 성검의 복구 이벤트는 꽤 정석이니까 좋아할 거라고?
성검이 부러지고 만 영향으로, 성검과 이 성수녀 사이에 맺어진 연결 같은 것이 끊겼다.
"너, 설마!!"
"아아, 죄송하네요 속이는 것처럼 되어버려서. 저는 용신 하인츠의 제자인 포크 피카타입니다. 스승님을 죽인다고 들었으니 그에 따를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아니 정말! 처음부터 속였다는 거네! 잘도 해줬겠다!"
정말로 화가 났는지, 온몸의 털을 곤두세우며 살기를 드러낸 채 팔다리를 짐승화시켜서 온몸에서 강렬한 마력을 내보이는 세토 신. 참고로 왜 존댓말을 쓰냐면, 편히 대화할 정도의 사이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의사표시다.
전승대로 시간마법을 써서 눈에 안 보일 초가속으로 내게 달려든 그녀를, 몇 겹으로 다중전개한 마법장벽으로 막는다. 하지만 언뜻 보면 여럿으로 분신을 쓴 것처럼 보일 정도의 재빠른 연타가 날아오자, 순식간에 장벽 몇 개가 부서졌고 밀푀유를 위에서부터 1층씩 벗기는 것처럼 장벽 전체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애초에 저는 용사라고 한 마디도 안 했는데 그쪽이 멋대로 착각해서는 나락 끝으로 떨어트렸잖아요. 그것 때문에 엉뚱한 화풀이를 해도 곤란한데요."
"닥쳐! 이젠 상관없어! 너만은 반드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손으로 죽인다! 그리고 사룡은 같이 죽는 한이 있어도 내가 죽인다!"
방금 전까지의 싸움과는 다르다. 용사의 힘을 확인하기 위한 시련이 아닌, 진심으로 날 죽이기 위한 신급의 힘. 정면으로 안 된다면 뒤에서. 그래도 안 된다면 더욱 수를 늘려서. 10명 정도로 분신된 것처럼 보일 정도의 초고속으로 장벽에 끊임없는 공격을 가하는 세토 신.
자, 나는 이 국면을 어떻게 타개해야 할까요?
1. 숨은 힘이 갑자기 각성해서 쳐 죽인다.
2. 최대한 놀려서 무참하게 살해당한 뒤 게임 오버.
3. 치트로 어떻게든 한다.
"살려줘 스승니이이이임!!"
"앗!?"
정답은, 남에게 빌어서 어떻게든 한다.
숨을 스읍 들이마신 뒤, 어딘가의 쌍둥이 히로인처럼 외친다. 동시에 워프마법으로 공간에 작은 구멍을 낸다.
그런데 기억하고 계실지. 이 지하미궁에서는 전이마법을 쓸 수 없다고 말했던 것을. 정확히는 전혀 못 쓰는 게 아니라, 쓰려고 하면 튕겨내는 것이다. 로건을 신전 내에서 탈출시킬 때, 방해를 받으면서도 훌라후프 크기의 구멍을 내어 그를 도망치게 할 수 있었다.
그럼 그걸로 충분하다. 예를 들어 훌라후프 크기도 아닌, 반지 정도의 작은 구멍일지라도.
"왜 그러느냐? 짐을 불렀는가 호크여."
파직파직! 하며 아주 작았던 구멍이 억지로 열리더니, 지하신전 내에 지진이 일어난다. 신이 쳐놓은 결계를 사룡이 파괴하려는 것이다. 천장에서 모래와 돌멩이가 떨어져서 붕괴가 걱정되지만 재빨리 도망치면 된다.
그리고 결계가 부서졌다. 동시에 전이문이 눈부신 빛을 발하더니, 열린 푸른 하늘 저편에서 키 3m 정도의 용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읏! 사룡 하인츠!! 설마 정말로 올 줄이야! 그야말로 악몽이잖아!"
"오오, 누군가 했더니 여신이 이 세계를 떠날 때 버리고 간 아기새와 강아지 중 강아지 쪽 아닌가. 단순한 애완동물이라고 생각했다면, 야생화되었다니 놀랄 일이로구먼."
"아냐! 여신님께선 우리들을 버리지 않았어! 우리에게 성검을 지키라는 사명을 내려주셨단 말이야! 여신님을 모독하지 마!"
아니, 그 여신이라면 [귀여워~!] 같은 느낌으로 기르기 시작했다가 [우리집 가난하니까 애완동물 금지였어~ 미안!] 이라고 말하며 금방 휙 버려도 이상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하는데.
"좋아! 성검도 사라져서 이젠 뒤가 없으니, 설령 샌드백이 된다 해도 신성수 세토의 이름으로 네게 한방 먹여주겠어!!"
그리고 세토 신의 명예를 위해 말해둔다. 그녀는 힘냈다. 노력은 했다. 필사적인 느낌은 전해져 왔다. 현장 상황은 이상입니다.
728x90'판타지 > 모에 돼지 전생~악덕 상인이지만 용사를 내버려두고 이세계무쌍해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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