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부 97화 결말과 뒤처리
    2023년 01월 25일 11시 53분 5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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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이 너무 강해지면 전투가 전혀 흥미진진해지지 않는 거, 어렵네요...


     

     "여러분, 정말로 감사해요. 이 은혜는 저희들 모두가 평생 잊지 않을 거예요."

     

     뭔가 여신교에서 훈장을 준다고 해서 받을 수 있는 것은 받기로 했는데, 수여식은 사양하였다. 애초에 수여식을 여는 이유를 성도의 민중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냐고. 상층부에 자리 잡은 과격파를 쓸어버린 감사라고 할 수는 없잖아?

     

     실제로 과격파에 점령된 사태를 아는 것은 일부의 내부관계자만이며, 성도에 사는 주민들은 거의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신전 내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조차 모른채 어제와 변함없는 오늘을 보내고 있다.

     

     

     이번에는 그냥 상황을 보러온 것이었지만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여신교에 관한 문제를 처리하고 말았는데, 뭐 결과가 좋다는 걸로 치자. 이걸로 이후 여신교에서의 자객이나 쓸데없는 음모 등에 휘말릴 우려가 많이 줄어든 거니까.

     

     다음은 이번 일로 가장 이득을 보게 되어 단번에 주류파로 거듭난 온건파의 간부와, 계속하여 여교황으로 살아가게 된 안젤라가 13사도와 각종 지부의 높으신 분들에게 말해줄 것이다.

     

     물론 지부에도 열렬한 과격파는 남아있겠지만, 중추가 사라진 지금 감싸줄 녀석이 없는 상황에서 어디까지 할수 있을지는 모르는 일이고, 만의 하나 [골드 상회의 사람을 한 놈도 남기지 않고 쓸어주마!] 같은 복수귀로 변한 미소녀가 나타난다면, 반격해 줘야지.

     

     "아~ 또다시 7박 8일의 따분한 여행이 시작되는 건가~"
     

     "싫다면 워프 마법으로 돌아갈래?"

     "난 그쪽이 훨씬 좋다고. 그래도 널 혼자 남겨두고 나만 먼저 돌아갈 수는 없으니까."

     "알았다 알았어, 그럼 워프 마법으로 함께 돌아가자."

     "오! 진짜!?"

     "응. 철도여행은 나중에 또 가족끼리 오면 되니까."

     그렇게 해서 현재, 볼일이 끝난 우리들은 여관에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참고로 올리브는 없다. 할 말이 있다며 여교황을 만나러 간 것이다.

     

     "그 녀석, 어떻게 할 셈일지."

     "그야 이 마을에 남지 않을까. 딱히 떠날 이유가 있겠어?"

     "있다."

     마침 올리브가 돌아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도련님. 자, 돌아가자."

     "...괜찮아?"

     

     "그래."

     대뜸 이 마을에 남아서, 결혼은 못해도 가끔씩 밀회하는 느낌으로 살아갈 거라 생각했기 때문에, 정말 의외.

     

     "나는 한때 그녀에게 선물했어야 할 결혼반지를, 이미 몇 년 전에 처분하고 말았다. 그녀는 내 안에서 이미 끝난 과거의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매듭짓자, 정말... 후련했다."

     마지막으로 한방 날린다는 이유로, 그녀한테 힘껏 싸대기를 맞았다는 올리브는 얼굴을 쓰다듬으며 자신의 짐을 싸기 시작했다. 너무한 녀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다. 그렇게 말한 자격을 가진 자는 세계에서 단 한 명, 이번에 차이는 꼴이 되어버린 안젤라 뿐이다.

     

     "지금의 내게는 나의 있을 곳이 있으며, 동료가 있다. 설령 그녀한테 원망받아도, 울리는 결과가 된다 해도, 나는 의외로 지금의 생활이 마음에 든 모양이라서."

     "...그래."

     받은 훈장이 들어간 상자를 가방에서 꺼내더니, 뚜껑을 열고 내부의 그것을 보여주고 나서 올리브는 미련이 남는 것처럼 그 뚜껑을 닫았다.

     

     창밖에서는 오늘도 비가 내리고 있다. 여교황이라는 신분에, 여신교에 의해 인생을 망치고 말았던 한 여성의 눈물과도 같은 강한 비가.

     

     배웅은 필요 없다고 전해두었기 때문에, 우리들은 왔을 때와 마찬가지로 몰래 이 나라를 떠나기도 했다. 여교황 자신이 교단의 간부를 모아서 하는 송별이라니, 견디기 어려우니까.

     

     솔직히 지금의 그녀를 무슨 낯짝으로 만나야 좋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건 그거다로 다행일지도 모른다. 체크아웃을 끝낸 우리들은 우산을 쓰고서 인기척이 없는 뒷골목으로 들어갔다.

     

     잘 있어라, 성도 베리즈. 영원히 안녕, 여신교의 과격파들. 갈 때는 2주일 이상의 긴 여행이었지만, 돌아갈 때는 불과 몇 초다.

     

     "오, 어서 오세요 도련님."

     "응, 돌아왔어 로리에."

     

     

     브랜스턴 왕국은, 쨍하고 맑았다. 햇살이 따사로이 내리쬐는 정원에서 메이드들이 빨래를 널고 있다. 쾌청하고 선명한 푸른 하늘이 눈부셔.

     

     워프게이트가 닫히자 우리들의 여행은 끝났다. 왠지 우리 집에 돌아온 순간 피곤해졌으니, 코코아라도 마시고 푹 자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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