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부 95화 마법도 만능은 아니다
    2023년 01월 24일 23시 54분 2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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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역의 여교황 공인으로 여신교의 과격파를 소탕하게 된 것은 좋지만, 쓰러트릴 상대와 쓰러트리면 안 될 상대를 어떻게 판별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그래서, 주도면밀한 준비 끝에 숙청 리스트를 작성하기로 했다. 먼저 마법으로 모습과 냄새, 기척, 발소리 등을 지우고 존재감을 0으로 만든 올리브가 카메라를 들고 여신교 내부에 침입하여 촬영해 온 사진을 토대로, 이것과 이것과 이것, 이라며 여교황 안젤라가 과격파의 중추를 짊어진 인물을 골라나갔다.

     

     뭐, 설령 이 여자가 우리를 이용해서 방해되는 과격파를 숙청하고 자기가 모든 권력을 거머쥘 속셈이었다고 한다면,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

     

     "도련님, 물이 식는다."

     "아, 응. 하지만 밤바람이 기분 좋아서."

     여관의 옥상 위에 시트를 깔고서, 별하늘과 영봉, 그리고 멀리 보이는 신전의 불빛을 올려다보며 멍하니 밤바람을 맞고 있던 나는, 바람의 마법의 도움 없이 훌쩍 뛰어올라온 올리브의 말에 그쪽으로 눈길을 주었다.

     

     즐거웠을 그날 밤에서 며칠 후. 그녀의 호위도 겸해 저쪽의 여관에 묵게 된 올리브는, 연일 몸에서 여성의 향수를 내면서 태연히 일하고 있다. 탈취의 마법을 거는 거, 매번 번거로운데.

     

     "저기, 올리브는 이 일이 끝나면 어쩔 거야?"

     "어떻게라니?"

     "모처럼 여친과 재회했잖아. 결혼하자는 약속도 했다며? 그 사람과 둘이서 재출발할지, 아니면 결혼한 뒤에도 우리 집에서 계속 일할지 여러 가지로 있잖아."

     "..."

     침묵해 버린 올리브가, 내 옆에 앉는다. 둘이서 책상다리를 하고서 별하늘을 올려다본다.

     

     "내게 그럴 권리는 없다. 한때, 나는 납치된 그녀를 되찾기 위해 여기까지 와서 발버둥 쳤다. 하지만 몇 번을 도전해도 당해내지 못해서, 그녀를 되찾을 수 없었다. 나는 포기던 것이다. 포기하고서 이 마을을 떠났다. 자신의 역부족을 이유로, 안젤라는 내버렸다."

     "그건 어쩔 수 없잖아? 상대는 국가 자체니까, 한 사람의 손으로 어떻게 될만한 게 아냐."

     "아니. 나는 힘겹게 도망친 것도, 녀석이 마을에서 내쫓은 것도 아니다. 아아, 나로서는 무리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이런 운명이었다며 포기해 버렸다. 진심으로 그녀를 걱정했다면, 10년이건 20년이건 계속 도전했어야 했는데."

     진심이 된 이단심문부대한테 살해당하기 전에, 본격적으로 찍혀서 제거되기 전에 그는 물러났다. 실제로도 상당히 위험한 줄타기였음이 틀림없다.

     

     "설령 그렇다 해도, 그녀는 지금까지도 널 사랑하고 있잖아? 그럼 부끄러움을 견디고 꾹 참고서 그녀를 받아주는 것도 네 사죄가 아닐까?"

     "귀가 따갑군. 뭐라 할 말이 없다."

     "자격이 없어도, 권리를 놓아버렸어도. 그녀가 곁에 있어달라고 말한다면 네가 그에 따르면 되고, 따르지 않아도 돼. 너는 자유야. 못된 선택을 했어도, 그게 네가 정한 일이라면 나는 그걸 존중할게."

     만일 십수 년 전에 본의 아닌 슬픈 결말을 맞이해 버린 전 여친의 일은 완전히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으니 이제 와서 나와도 곤란하다고 올리브가 말한다 해도, 그것은 그의 자유다.

     

     "돌아가자. 물이 식어버리면 안 되기도 하고."

     "그래. 내일은 중요한 날이다. 도련님이 감기에 걸려버린 탓에 연기라도 되면 큰일이니까."

     날 끌어안고는 시트를 버린 뒤, 휙 하고 가볍게 여관의 옥상에서 뛰어내려 착지하는 올리브. 그런 짓을 안 해도 스스로 내려갈 수 있는데.

     

     "감사한다, 도련님. 아니, 호크 씨. 지금 나와 그녀가 이렇게 있을 수 있는 것도, 전부 당신을 만난 덕택이다. 그러니, 고맙다."

     "... 천만에."

     그가 안아준다. 그의 모피로 뒤덮인 몸은, 밤바람을 맞아 식은 몸을 정말 부드럽게 품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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