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장 8
    2023년 01월 19일 19시 17분 3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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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지금에 이른다.

     오늘 여섯 번째의 노예상을 붙잡고서 백작저로 돌아온 참이다.

     

     "오늘도 문제없이 노예상을 제압했답니다!"

     기세 좋게 아가씨가 보고하자, 백작은 어렴풋이 미소를 지으면서

     

     "그래? 잘 되었구나."

     라고만 대답했다. 이것은 평소와 같은 대화였다.

     다만 평소와 다른 점은, 이후 열흘에 한번 있는 백작과의 [보고회]가 있다는 점이다. 이제부터 식사라고 하여, 집사장 세바스가 아가씨를 데리고 갔다.

     집무실에는 나와 백작 둘만 남았다.

     백작은 평소대로의 보고서를 꺼내 들며 말했다.

     

     "안타깝지만 루루샤라는 분의ㅡㅡ"

     루루샤 씨 탐색, 그리고 별 5개 이상의 천부주옥에 관한 눈에 띄는 정보는 없었다. 계약마술에 묶여있으니 백작이 거짓말을 할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백작의 보고가 끝나자, 나는 [노예사 사냥꾼]이라는 이름이 퍼져있음을 보고했다. 하지만 백작은 여전한 태도로 "그렇습니까." 라고만 말하고 끝이었다.

     

     "......백작님, 이런 건 이상하지 않아요? 인재알선소를 일방적으로 부수고 다니면 사회가 이상해질 텐데요."
     "재밌는 말을 하는군요, 레이지 군은. 당신은 이 성도 전부를 파악하고 있는 겁니까?"
     "경제가 돌아가는 원리를 생각하면 바로 알 수 있는 일일테니, 총명한 당신이 그걸 눈치채지 못할 리도 없잖아요."
     "레이지 군은 특수한 지식을 가진 모양이군요."
     "넘어가지 마세요. 백작님, 여태까지 제가 갔던 인재알선소 말인데요, 병사들의 조사로는 어떻게 되어있었나요?"

     그러자 백작은 이미 준비해 놓았는지, 5건의 조사보고서를 내게 내밀었다. 이 세계에는 식물지도 유통되고 있지만 품질이 낮고 인쇄기술은 그다지 안 좋아서 전부 수기다.

     ......서류의 오른쪽 위에 [부외로 반출 엄금] 이라는 글자가 있는데요?"

     "제대로 허가를 얻고 가져왔답니다?"

     내 질문을 예상한 백작이 말했다.

     서류에 눈을 돌리자, 소장들은 [노예와 마찬가지의 취급이 불법이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이 일은 필요악이라는 인식이었다] [인재를 노예로 부르고 만 것에 대해서는 깊이 사죄한다] 라고 서로 짜 맞춘 듯이 진술해 놓았다. 또한, [쉬리즈 백작가의 영애인지는 몰랐다] 라고도.

     

     (......확실히, 필요악이니까 지금까지 허가했던 거야. 본인들이 [노예]라고 말해버리니까 우리는 무력화시키고 병사들한테 건네온 거지만)

     

     무심코 한숨이 나온다.

     이렇게 인재알선소를 부수고 다녀도, [몸을 팔고 싶다]라는 니즈가 사라지지 않는 한 제2 제3의 인재알선소가 나올 것이다. 다음에는 좀 더 교활하게 처신하는 쪽으로.

     나와 아가씨가 하는 짓은 헛수고에 불과하다...... 어쩌면 백작은, 거기까지 알면서 마음껏 하게 놔두는 걸까? 아가씨의 기분이 풀리도록.

     서류에서 고개를 들자 백작은 가만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각하. 혹시 당신은, 아가씨한테 마음대로 하게 내버려두는 것으로ㅡㅡ"
     "레이지 군. 호위에 관한 질문에는 대답하겠지만, 부녀관계의 질문은 받지 않습니다만?"

     음......

     

     "그거라면 노예상이 취조에 동석하고 싶은데요."
     "......상관없습니다. 병사의 휴게소에 전해두지요."

     오, 간단히 허가가 나왔다.

     나는 왠지 석연찮음을 느끼면서 백작의 집무실을 나섰다ㅡㅡ뭔가를 빼먹고 있는 듯한 기분 나쁨을 느끼면서.

     

     (제리 씨한테 연락해 두자)

     

     노예상을 사냥할 때는 뒤에서 지켜봐 주고 있는 제리는, 평소에 모험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이 성도에 와서 4년이나 되었기 때문에 정보상도 몇 군데 아는 모양이다.

     그녀한테 인재알선소에 대해 가볍게 조사해 달라고 하자.

     

     

     

     아가씨의 스케줄은, 공부와 교양, 노예상 사냥 등 여러 방면에 걸쳐있지만 오늘은 여태까지 없었던 일이 있었다.

     백작이 데려가는 것이 아닌, 아가씨 본인이 내빈으로서 참석하는 밤의 연회다.

     지금까지는 백작의 [덤]이었던 아가씨도, 12살이 되자 귀족의 일원으로서 귀족사회에 진출하게 되었다.

     성왕 주최의 [새싹과 새달의 만찬회]는, 올해 12살이 되는 귀족 아이들을 모아서 열게 된다. 학교의 입학식과 졸업식이 없는 이 세계에서, 이 연회는 아이들이 주역인 처음이자 마지막 무대이기 때문에 부유한 귀족은 1년 이상 전부터 드레스를 발주하고, 빈곤한 귀족이라 해도 빚까지 져가며 드레스를 빌린다.

     딸의 경우는 드레스지만, 아들의 경우는 허리에 차는 보검이다.

     휘황찬란하며 장식이 과다한 무기이기는 하지만, 진짜 칼날이 달려있어서 살상능력이 있는 검이다. 그걸 착용하는 것으로 [어른]으로의 첫걸음을 걷게 된다.

     아침부터 저택 안의 분위기가 들떠있다.

     

     "대단해......."
     "정말 아름다워."

     메이드들이 넋을 잃고는 보고 있다.

     2년 전부터 스케줄을 확보한 일류 디저이너와 일류 침봉사에게 의뢰한 아가씨의 드레스가 테이블에 펼쳐져 있다.

     연적색의 천을 사용한 이 드레스는, 키스그란 연방 게펠트 왕국 직할령에 있는 [하이엘프의 숲]ㅡㅡ거기서 생산하는 서드 실크를 베이스로 한다.

     [하이엘프의 숲]은 천부주옥을 생산하는 [삼천삼림]을 포함한 대삼림지대인데, 극히 한정된 루트로만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고농도의 마력이 담긴 서드 실크는 색을 입히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그쪽은 쉬리즈 백작이 어떻게든 한 모양이다.

     귀족은 대단해.

     참고로 지금의 지식은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메이드들이 가르쳐준 것이다.

     

     "아가씨의 목욕이 끝났어요."
     "그럼 드레스는 가져와봐요."
     "네."

     이어서 방문이 천천히 열리더니, 에바 아가씨의 모습이 조금 보였다. 부드러운 목욕 가운을 입은 아가씨는 뽀얀 피부를 드러내고 있지만, 몸과는 반대로 표정은 굳어있었다. 그 아가씨도 긴장을 하는구나...... 라고 내가 생각하고 있자,

     

     "레이지 군."
     "아, 예. 무슨 일이시죠?"

     메이드장이 나를 노려본다.

     

     "이제부터 아가씨는 만찬회로 향할 준비를 해야 한답니다."
     "예. 물론 알고 있는데요."
     "......그럼?"
     ".............[그럼]?"
     "엿볼 생각인가요! 빨리 나가세요!"

     나는 서둘러 방에서 뛰어나갔다. 그야 그렇다. 아무리 호위라고는 해도, 아가씨의 화장이나 환복을 보아도 되는 것은 아니다.

     이런 때는 방의 바깥에서 대기하는 것이 보통이다.

     ......아무래도 나 또한 조금 들뜬 모양이다. 뭐, 만찬회니까, 어떤 음식이 나올지도 신경 쓰이고.

     복도를 나오자, 저택 안에서도 갑옷을 벗지 않는ㅡㅡ백작의 습격 이후 경계도를 올린 모양이다ㅡㅡ맥심이 있었다.

     

     "오오, 레이지. 찾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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